가전업계-케이블, 스마트TV 동맹 맺는다

일반입력 :2012/05/31 16:36    수정: 2012/05/31 17:39

남혜현 기자

'스마트 TV 생태계 확산'이란 숙제를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케이블업체와 손잡고 셋톱박스를 들고 나왔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 TV 잠재 고객 유치와 콘텐츠 확보를 위해 케이블 TV업체들과 협력을 모색할 계획이다.

우선 LG전자는 31일부터 1일까지 이틀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디지털 케이블TV 쇼(KCTA) 2012'에 KCTA에 부스를 마련, 신형 스마트 셋톱박스를 선보였다. 케이블TV를 수신하고 TV 화면 전체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게 한 제품이다. 앱스토어를 통해 스마트 TV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어 일반 TV를 스마트 TV처럼 사용하게 했다.

이 회사는 개별 케이블TV 사업자에 최적화한 셋톱박스를 제작할 계획도 밝혔다.

▲오픈 플랫폼을 적용한 스마트 셋톱박스 ▲LG전자 자체 플랫폼 ‘넷캐스트’를 결합한 케이블 셋톱박스 ▲케이블 셋톱박스 내장형 스마트TV ▲케이블TV와 스마트TV 기능을 함께 제어할 수 있는 통합 리모콘 공동개발 등 여러 방면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케이블TV 사업자들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제 막 대화를 시작하는 단계라며 스마트 TV 제조 업체와 케이블 업체를 경쟁 관계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양방간 협력관계를 통해 윈윈(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도 가전업체 관계자 중에선 처음으로 KCTA의 기조연설을 맡았다. 윤 사장은 1일 연설에서 스마트 TV의 사용자 경험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개방형 생태계 구축, 케이블TV 사업자와 긴밀한 협력 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에선 윤 사장의 기조연설을 곧바로 케이블 업체와 협력으로 단정짓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꾸준히 셋톱박스를 만들어 왔고 콘텐츠 확보와 플랫폼 확산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케이블 협체와 협력도 가능하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셋톱박스 사업은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이지만 스마트 기능과 관련해선 삼성이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은 적이 없고, 결정된 바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스마트TV 플랫폼 확산에 나설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최근 삼성전자는 북유럽 통신사업자인 엘리온(Elion)과 IPTV 서비스 사업에 협력한다고 밝혔다. 삼성 스마트 TV에서 엘리온 IPTV를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인데, 삼성은 이와 유사한 사업을 국내외 IPTV 업체들과 계속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TV제조업체들이 케이블 TV용 셋톱박스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케이블 TV 셋톱박스에 자체 플랫폼을 탑재할 경우 스마트 TV 콘텐츠 생태계 경쟁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구글이나 애플 등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스마트폰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스마트 TV 시장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장 단단한 버팀목은 사용자 수다.

또 당장 TV를 교체하지 못하는 상황에선 셋톱박스가 스마트 TV의 경험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셋톱박스를 통해 인터넷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스마트 TV를 구매할 확률도 크다는 논리다.

LG전자 관계자는 TV 교체 주기를 5~10년 정도로 감안할 때, 최근 TV를 구매한 사람들이 스마트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별도로 고가 TV를 사기는 어렵다면서 그러나 셋톱박스는 20만원 정도로 비용이 저렴해 부담없이 스마트 TV 기능을 경험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목적은 스마트 TV 판매량 촉진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하드웨어 제조업체인 만큼, TV를 많이 파는 것이 가장 큰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케이블 TV 플랫폼을 아예 스마트 TV 안에 집어 넣는 방식으로 판매 촉진을 유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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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케이블 TV 업체들의 플랫폼이 통일이 돼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 케이블 TV 업체들이 HTML5 기반 오픈 플랫폼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케이블 TV 업체 입장에선 별도 셋톱박스를 만들지 않아도 되고, TV 제조업체 입장에선 케이블의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이점이다.

조택일 LG전자 TV상품기획그룹장은 KCTA에서 다양한 협력 모델을 통해 케이블TV와 스마트TV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