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중국폰 한국상륙 ‘산 넘어 산’

일반입력 :2012/05/30 08:41    수정: 2012/05/31 08:41

김태정 기자

글로벌 휴대폰 강자로 떠오른 중국 제조사들이 한국 시장 진입에 난감한 표정이다.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와 ZTE 등은 최근 한국 진출을 위한 사전 조사를 벌였지만 긍정적인 답을 못 얻었다. 제품을 출시해도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우려가 크다.

중국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고, 초저가를 무기로 내세워도 고급형 제품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성향 때문에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화웨이의 경우 올해 쿼드코어 스마트폰까지 만들어 선진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국 진출도 이 계획의 일부다. 리차드 유 화웨이 사장은 노키아와 리서치인모션 등을 제치고 스마트폰 판매량 3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국 지사를 통해 소비자 성향을 분석하고, 이동통신사와 접촉하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달 시행한 ‘휴대폰 자급제’를 겨냥했다.

휴대폰 자급제 시행에 따라 이동통신사를 통하지 않고도 직접 휴대폰 판매가 가능,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기대였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만만치 않았다. 외산 휴대폰 판매에 대한 유통업체들의 관심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게다가 휴대폰 자급제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부족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거대 토종기업들도 제도 활용이 미미한 수준이다.

화웨이 측은 “제품 출시와 관련해서는 각종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라며 “기술력에는 자신이 있지만 국내 마케팅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자들이 중국산 휴대폰의 희망이다. 화웨이와 ZTE는 지난달 한국MVNO협회와 ‘MVNO단말유통협의체(가칭)’ 구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단, 사업 초기 단계에 인지도 역시 부족한 MVNO가 중국산 휴대폰을 얼마나 팔아 줄지는 예측이 어렵다. MVNO 역시 삼성전자 휴대폰을 주력으로 내세웠고, 외산은 아직 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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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MVNO 협회 관계자는 “중국 휴대폰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겠다는 큰 틀의 계획을 잡았지만 구체적 진전이 있던 것은 아니다”며 “단말기 수급을 위한 각종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은 중국산 휴대폰 출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 회사들은 올해 외산 휴대폰을 단 1종도 출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