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로 ERP·DB 돌리는 시대 온다

일반입력 :2012/05/27 17:57    수정: 2012/05/27 17:58

외장형 스토리지에서 ERP, 데이터베이스(DB) 등의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시대가 온다. 스토리지업계 1위 EMC가 자회사 VM웨어를 등에 업고 준비하고 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EMC는 지난21일부터 24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EMC월드2012’에서 스토리지 컨트롤러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EMC는 올해 초 서버에 장착하는 SSD플래시 카드인 'VF캐시'를 발표했다. VF캐시 발표와 함께 공개된 것이 VF캐시를 따로 모아 만드는 SSD스토리지 어플라이언스 ‘썬더 프로젝트’다.

썬더는 이번 EMC월드에서 2종류의 모습으로 첫선을 보였다. 한 제품은 블레이드 서버 형태로 4U 크기 박스에 2개씩 장착됐다. 또 다른 하나는 1U크기 마이크로서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서버는 4코어 x86 프로세서와 1GB RAM, PCIe SLIC I/O 카드 등을 장착했다. 웹서비스용으로 사용되는 고집적 웹스케일 서버의 사양과 비슷하다.

■스토리지OS에 가상머신 생성해 앱 구동

21일 펫 겔싱어 EMC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정보 인프라스트럭처 제품군에 대해 밝히면서 “EMC의 주요 스토리지 제품들이 2년 내에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EMC 스토리지의 각 컨트롤러는 서버급 하드웨어 사양을 갖추고, 스토리지 운영체제(OS)에 가상 머신(VM) 형태의 컨테이너를 갖게 된다. 애플리케이션은 스토리지OS 상의 VM 컨테이너에서 구동된다. VM은 가상 스토리지 어플라이언스로도 사용가능하다.

신제품뿐 아니라, 기존 고객들이 서버엔진을 EMC 스토리지에 탑재하는 방법도 강구되고 있다. EMC는 라이선스 지불만으로 스토리지SW를 업데이트해 서버엔진을 탑재하도록 할 계획이다.

제리미 버튼 EMC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1U 서버가 스토리지 어레이의 머리 역할을 한다”라며 “VM을 고집적 컴퓨팅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서버와 스토리지가 8대씩 연결돼 있다면, 사용자는 총 16대의 서버를 운영하게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EMC “서버는 만드는데, 사업은 안 한다”

이는 EMC가 서버 완제품을 출시한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온 HP, 델, IBM 등이 자체 스토리지 사업을 강화하며 EMC 텃밭을 침범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란 추정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EMC는 이같은 의혹을 수차례 부인했다. “서버를 만들긴 하지만 서버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답변이 요약된다.

리치 나폴리타노 EMC 유니파이드스토리지 사업부장은 “EMC는 일반적인 서버 사업에 참가할 의도가 없다”라며 “VMAX, VNX, 아이실론이 입출력(I/O) 지연시간을 최소화하기 우해 서버에 가깝게 될 필요가 있어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레미 버튼 CMO는 “서버업체는 서버에 DAS를 집어넣었고, 스토리지업체는 스토리지에 서버를 집어넣는다”라며 “오랜 시간 동안 이런 하이브리드 컨피규레이션은 더 많은 워크로드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레미 버튼은 스토리지 어레이에 들어가는 VM이 단순한 애플리케이션 컨테이너라고 설명했다. 스토리지 내 VM이 필요한 시점에 일반적인 애플리케이션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서버를 적게 구매하고도 2배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제레미 버튼의 앞선 언급을 상기하면 된다.

서버와 스토리지가 모두 서버의 역할을 하게 되는 모습은 EMC의 자회사 VM웨어 덕에 가능하다.

스토리지에서 구동한 애플리케이션의 결과값은 VM웨어 V스피어에서 제공하는 라이브 마이그레이션 기능 ‘V모션’을 이용해 서버 쪽으로 보내진다. 서버와 서버 사이에서 데이터를 자동으로 옮기는 V모션이 서버와 스토리지 사이에서 데이터를 옮기는 것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버튼은 “VM웨어는 여기서 응축된 문을 제공한다”라며 “EMC의 R&D 투자 중 80%가 VM웨어로 가는 것은 전략적인 투자다”라고 강조했다.

EMC가 서버사업을 하느냐 마느냐의 여부는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다. EMC는 최근 수년간 시스코와 손잡고 통합 하드웨어 플랫폼 'V블록'을 판매해왔다. EMC의 스토리지와 시스코의 UCS서버, 넥서스 스위치, VM웨어 가상화 솔루션을 모두 사전에 통합하고, 최적화해 공급하는 일체형 어플라이언스다.

EMC가 서버를 만든다는 것은 V블록을 만드는 시스코와 협력에 금이 갈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EMC에 배신감을 느낀 시스코가 EMC의 경쟁업체인 넷앱과 파트너십을 더 강화해, V블록 경쟁품인 ‘플렉스포드’ 판매를 더 강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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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EMC의 아이디어가 처음은 아니다. 스토리지 경쟁업체 히타치데이터시스템즈(HDS)가 스토리지와 서버를 통합하려는 시도를 먼저 시작했다. HDS가 판매하고 있는 스토리지 어플라이언스 VSP, HUS 등은 히타치 서버를 사용한다.

현재까지 EMC가 밝힌 서버에 대한 언급들은 점차 스토리지를 서버에 가깝게 만들려는 시도로 보인다. 외장형 스토리지의 위치를 최대한 서버에 가깝게 만들려는 의도로도 설명되긴 한다. 애플리케이션 구동시간이 사업 성패를 가로지를 수도 있는 현재 IT환경에서 당연히 강구할 만한 해법이란 게 EMC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