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맛(?), 해커 영재들에겐 '독'

일반입력 :2012/05/17 14:13    수정: 2012/05/17 15:52

김희연 기자

‘스마트폰 해킹한 10대 검거’ ‘재미로 DDoS공격한 철없는 10대 해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어린 해커들의 자화상이다. 정부와 업계가 해킹에 뛰어난 소질을 보이는 영재들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기량을 올바른 방향으로 펼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국내 보안 전문가들도 해커 영재 발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7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해커 영재 육성에 대한 체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보안 영재들이 화이트해커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몇몇 보안 기성세대들의 잘못된 가치관 때문에 기회를 얻은 해커 영재들도 기업의 마케팅 용도로 이용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돈맛(?) 어린 해커영재에겐 ‘독’

익명을 요구한 한 보안 전문가는 “일부 보안업체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좋다는 점 때문에 해커 영재들을 영입하기도 한다”면서 “고액연봉을 지급하고 소위 얼굴마담으로 이들을 활용해 성장하는 해커 영재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는 경우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뛰어난 기량의 어린 해커 영재의 스타성을 이용해 기업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화이트해커로 명성을 날리면서 일찍이 보안업계 러브콜을 받는 해커 영재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에게 전문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실무경험이나 교육기회 보다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다른 보안업계 관계자는 “고액 연봉 받는 어린 해커 영재들이 기술보다는 다른 쪽으로 관심을 쏟게 되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친구들이 실제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른 사회진출이 해커 영재들에게 독이 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해커 영재들이 화이트해커가 아닌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블랙해커가 되기도 한다.

한 해커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어린 나이에 큰 노력이나 힘을 들이지 않고 고액연봉을 받다보니 사회성이나 기본적인 도덕성을 잃게 되는 해커들도 간혹 있다”면서 “제대로 된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보니 잘못된 진로를 찾아가는 어린 해커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우수 보안 인재육성 어떻게?

어린 해커 영재들의 기술역량 육성을 위한 목소리는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이 정작 역량 키우기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행이라면 최근 연쇄 보안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보보호학과 설립이나 교육체계 마련에도 탄력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보안업계가 인력난에 시달리면서 이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먼저 대학을 중심으로 정보보호관련 학과가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려대학교, 카이스트, 성균관대학교, 순천향대학교, 세종사이버대학교, 호서대학교 등이 정보보호관련 인재를 키워나가고 있다.

보안 영재 육성을 위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해킹대회로 기량을 뽐낼 수 있는 장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해커들에게는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이를 통해 해커들 상금과 부상은 물론 특전도 주어져 또 다른 기회를 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해킹대회는 우수한 보안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문화로 정착해 나갈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국제해킹대회인 코드게이트, ISEC CTF를 비롯해 최근 인하대서 개최하는 청소년 화이트해커 해킹대회 등이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KISIA) 등 보안관련 기관이나 협회들도 인력양성을 위한 보안기술 교육 등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보안업계 종사하는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교육이 더욱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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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인재육성을 위한 보안업체들의 노력도 시작됐다. 보안영재들의 반짝 스타성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 정보보호학과와의 협력을 통해 정보보호 인력을 양성하고자 한다. 인턴십을 통한 실무경험 함양은 물론 인턴평가를 통한 정식채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코드게이트 운영사무국 이요셉 국장은 “해킹대회는 언더그라운더 해커 발굴을 통해 이들이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은 물론 보안 문화 정착 등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우수한 인력들을 발굴해 이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한다면 국가 및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