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이었다. 페이스북은 직접 개발한 서버를 공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날은 서버업체의 지배에서 벗어난 서버 컴퓨팅 독립의 날처럼 여겨졌을 정도다. 하드웨어 오픈소스화 프로젝트는 그렇게 힘을 얻는 듯 보였다.
페이스북의 서버는 구글의 것처럼 신선했다.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실현하는 기술도 주목을 끌었다. 페이스북의 서버 공개 이후 업계엔 웹스케일 컴퓨팅이란 용어가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페이스북은 서버 디자인을 공개해 누구나 제작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버의 오픈소스화였다.
그로부터 1년.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가 3년째를 맞았다. 2년째되던 작년 페이스북이 첫번째 결과물로 서버를 내놨을 때 IT업계에 거대한 전환기가 올 듯했다. 시간이 흘러 현재도 HP, IBM, 델 등 서버업체들의 시장영향력은 여전히 공고하다.
최근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제3회 오픈컴퓨트서밋이 열렸다. 2일 OCP를 주도해온 페이스북 기술 운영 담당이자 OCP 창립멤버인 프랭크 프란코브스키는 프로젝트의 새로운 결과물들과 신규 멤버들을 소개했다.
OCP는 HP, AMD, 피델리티, 콴타, 텐센트, 세일즈포스닷컴, VM웨어, DDN, 알리바바, 슈퍼마이크로, 클라우드스케일링, ZT시스템즈, 아브넷, 밴티지 등을 새로운 프로젝트 멤버로 영입했다.
이 중 HP, 콴타, 텐센트는 OCP의 인큐베이션 위원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 위원회는 제안된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실행을 결정하는 곳이다.
그에 따르면, OCP는 지난 1년간 여러 진전을 이뤘다. 여러 참여업체의 공헌이다.
페이스북은 OCP 설립멤버로서 배니티프리란 팀을 운영하며 녹스란 코드네임의 스토리지 서버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오픈랙, 웹스케일 데이터센터 유틸리티 등을 개발하는데 기여했다. 오픈랙 프로젝트는 19인치에서 21인치로 너비를 늘렸고, 장비교체를 위한 레일로드를 장착하게 됐다.
AMD와 인텔은 금융 서비스 시장에 특화된 서버 메인보드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 피델리티 측은 OCP 하드웨어를 사용해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것을 논의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NTT는 OCP 하드웨어와 오픈스택, 기타 하드웨어 인프라단의 전체를 오픈소스로 클라우드로 개발해왔다.
HP와 델은 오픈랙에 맞는 서버, 스토리지 제품 디자인을 내놓고 있다. 자사의 하드웨어 사업부를 통해 OCP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것도 검토중이다.
여기까지 보면 고개가 갸우뚱하다. 오픈컴퓨트의 목표는 단순히 거대한 웹스케일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비용과 에너지 효율적인 컴퓨팅 환경을 만들어내는데 목표를 뒀다.
장기적으로 OCP는 하드웨어 제작 표준을 정립하길 바란다. 여러 서버, 스토리지 관련 업체별로 저마다 차이를 보이는 하드웨어를 통일하고, 차이를 없애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버업체 의존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권리를 찾겠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OCP의 창립멤버 중 한사람인 앤디 벡톨샤임은 불필요한 차이점들이라 표현한다.
작년 페이스북이 서버를 내놨을 때 업계는 HP, IBM, 델 등 서버업체의 사업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HP, 델은 OCP에 적극 참여하면서, OCP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업을 다시 꾸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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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서버업체의 제품을 실제 제작하는 콴타의 경우 새로운 사업부를 만들었다. 이 사업부는 QCT라 불리는데, OCP의 장비들을 고객에게 직접 판매한다. 콴타는 그동안 직판보다 OEM 제조업체로 유명했다. 콴타는 페이스북, 아마존 등 대규모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게 OCP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것을 노리고 있다.
일단 OCP 생태계는 조금씩 거대해지고 있다. 업체마다의 차이점을 없애고 에너지효율성을 높이자는 목표는 한발씩 달성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이 생태계의 주도자가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업체는 물론, 기존 서버업체들로 채워지면서 약간의 변형이 생겨나고 있다. 벤더와 고객의 줄다리기는 아직 팽팽한 긴장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