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자사의 새로운 데이터센터 서버와 인프라 정보를 공개했다. 자체 제작 하드웨어와 오픈소스 활용으로 구축비용을 절감했을 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성까지 잡았다는 발표에 IT업계를 놀라게 했다.
7일(현지시간) 지디넷은 페이스북이 미국 오리건주 프린빌에 새로 구축한 데이터센터를 언론에 공개하고 서버 디자인과 인프라 구성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구글 등 인터넷 회사들이 자신의 인프라 정보를 기밀에 붙이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페이스북은 오픈 컴퓨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회사로서 해당 사업의 일환으로 이번 이벤트를 개최했다.
페이스북은 그들이 서버를 자체 제작했고 유명업체의 제품을 구매한 것보다 38% 효율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비용 24%를 절감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놀라운 에너지 효율성, 유명 브랜드의 입을 다물게 하다
가장 주목을 끈 부분은 역시 서버 디자인이었다. 페이스북이 자체 데이터센터에 기존 서버업체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번 공개로 서버 전체 디자인부터 세부적인 스펙까지 알려졌다. 심지어 CAD 도면까지 공개했다.
페이스북의 서버는 효율적인 컴퓨팅 성능을 가지면서 동시에 기존 서버업체의 제품과 비견될 정도의 효율성을 갖춘 디자인이었다. 기능은 페이스북의 기호에 맞춰져 있다.
페이스북 인프라의 에너지 효율성은 더 놀라게 했다. 페이스북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성은 1.07을 달성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의 평균적인 에너지 소모량은 1.5PUE이다. 그동안 임대해서 사용하던 데이터센터는 1.4~1.6PUE로, 이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0.1PUE는 에너지효율성 10%에 해당하며, 숫자가 높을수록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페이스북은 서버 디자인에서 경량화를 추구했다. 나사를 최소화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늘렸다. 섀시는 단순하게 만들었고 재료를 22% 가량 적게 사용했다. 그렇게 개발된 페이스북 서버의 무게는 6파운드(약2.72kg) 미만이다.
페이스북은 또한 인텔과 AMD 메인보드를 별도 제작했다. 확장 슬롯은 코너에 몰았다. 전원 공급은 단순해졌고, 백업장치를 포함한다. 전력공급 효율성은 94%까지 끌어올렸다. 랙은 3개의 공간이 붙어있으며, 전개와 전환이 쉽다.
페이스북은 메인보드의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전체 데이터센터는 480볼트 전력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277볼트의 전력이 각 서버에 공급된다. 무정전 전원장치를 서버의 6개 랙에 집어넣었다.
데이터센터 냉각장치는 에어컨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외부 공기가 냉각 시스템에 사용됐다. 벽은 물입자를 배출하지 않고 오직 공기만 통과시킨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배운 것은 두가지 길이 있다는 것”이라며 “데이터센터와 서버를 충분히 디자인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인프라를 만들어 내기 위해 ODM업체와 일할 수 있으며, 혹은 기존 대형 서버업체의 제품을 이용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대형 업체들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소셜앱에 대한 요구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나단 헤이리저 기술관리 부사장은 “페이스북의 데이터센터는 더욱 저렴한 시스템에 대한 요구를 총족하기 위해 만들어진 디자인”이라며 “또한 기존 서버업체의 제품에서 해결할 수 없었던 우리의 요구사항과 일치하게 됐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결정, IT 하드웨어 시장 격랑 속으로
페이스북이 공개한 정보는 IT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지디넷은 놀랍다고 평가했다. 기존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업계를 변화의 격랑속에 밀어넣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각 기업의 IT부서 구매 담당자들이 페이스북 디자인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징가와 같은 중소기업들은 페이스북의 사례를 단순히 채용해버릴 가능성이 높다. 서버업체의 이에 대한 응답이 반드시 나와야 할 시점이다.
이미 많은 IT관리자들과 서버업체가 페이스북이 봉착했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을 진행중이다. 델은 이미 페이스북 디자인에 기반한 시스템 제공에 돌입했다.
하드웨어 가격도 지금보다 현저히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페이스북 사례는 공개 표준으로 통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 서버업체를 더 궁지에 몰아넣었다. 하드웨어 대기업들의 시장 주도권이 흔들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포레스터는 블로그를 통해 “페이스북의 결정이 주는 가치는 서버와 랙, 전력 특화에 대한 것”이라며 “페이스북은 사용자와 서버업체들에게 주문제작(ODM)에 의한 생태계 조성으로 인프라 비용을 떨어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프라 ODM 선택한 KT 클라우드에 힘실리나
국내의 경우 KT가 페이스북과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KT는 클라우드 사업을 준비하면서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ODM 방식으로 꾸렸다.
당시 유명 하드웨어 제조업체 관계자들은 ODM방식 제품에 대해 에너지 효율성과 안정성 문제를 지적했다. 유명업체의 제품이 수년간 쌓은 노하우로 결집해내는 제품에 전력소모나 발열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지적이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서버를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성까지 높였다는 점은 기존 업계의 지적을 무색하게 한다. KT의 선택이 앞으로 힘을 더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윤동식 KT 클라우드추진본부 상무는 “ODM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그동안 계속 제품을 공급해왔다”라며 “이는 그들의 제품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KT는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비용절감 차원에서 ODM을 택했다. 안정성은 오픈소스 SW를 통해 해결하고 에너지 효율성은 인텔, 삼성전자 등과 협력해 해결한다는 복안이었다.
페이스북의 사례가 공개된 것처럼 에너지절감 문제도 해결될 기미를 보인다. 이미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관련기사
- '한국판 아마존'…KT의 꿈은 이뤄질까2011.04.08
- 페이스북 CTO "인생 최대 실수, 서버 구매2011.04.08
- x86서버 시장을 덮치는 두얼굴의 클라우드2011.04.08
- IDC, 탄소절감 비상…'녹색 변신' 노린다2011.04.08
윤 상무는 인텔과 함께 높은 온도에서 서버를 풀가동해도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당장 서버업체의 x86사업에 궤도 수정이 요구된다. 델이 재빠르게 페이스북의 디자인을 채용해버렸듯, HP나 IBM 등도 비슷한 행보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