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자급제(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 첫 날부터 삐걱대고 있다. 제도는 시행됐지만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서는 공단말기를 파는 곳을 찾기 힘들다.
유통 업계에서도 자급단말기 수급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데다 요금할인제도도 없어 정작 휴대폰 유통 시장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자급제가 정착되려면 올해 연말은 돼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일 상암동 홈플러스, 목동 이마트 등 서울 시내 일부 대형마트와 전자제품 전문 매장 등을 둘러본 결과 공단말기를 비치한 곳은 없었다. IT커뮤니티 등에서도 대형마트에 휴대폰을 사러 갔지만 팔지 않아 구입하지 못했다는 후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기는 했지만 일선 마트까지 단말기가 오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사실 이미 마트 안에 이통사 대리점이 있는 만큼 공단말기를 들여놓을 필요성도 크게 못 느끼고 있는 상황”고 말했다.
휴대폰 자급제는 이동통신사에 단말기 식별번호(IMEI)를 등록하지 않은 단말도 범용가입자식별모듈(USIM) 기변, 전산 개통을 통해 사용 가능케 한 제도다. 다시 말해 통신사 대리점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가전매장, 온라인몰 등에서 구입한 휴대폰이나 중고폰, 해외에서 사온 휴대폰 등도 유심 기변만으로 사용 가능하다.
■대형마트서도 판다더니…‘마트폰’ 실종
방통위는 휴대폰 자급제를 시행하면서 이통사의 대리점과 제조사 직영점, 유통업체, 온라인판매점 등 다양한 유통망이 등장해 중저가 단말기 등의 제조‧유통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작 오프라인에서는 공단말기를 구입하기 쉽지 않았다.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전자제품 전문 매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온라인 IT 커뮤니티에는 해외에서 구입한 단말기에 유심 칩을 끼워 사용하는 등의 경험담이 하나둘씩 등록되는 상황이다.
이마트 매장 관계자는 “자급제가 오늘부터 시행되기는 했지만 당장 공단말기를 유통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고객들이 체감하려면 최소한 2~3주는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홈플러스의 경우 자급단말기 판매를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판매를 준비하고는 있었다. 가전 매장 매대에 ‘핸드폰도 역시 홈플러스’ 등의 홍보 문구를 부착해 놓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 엿보였다.
홈플러스 매장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홈플러스에서도 자급제 단말기 수급을 준비는 하고 있다”며 “일선 매장에도 순차적으로 단말기가 비치될 예정이지만 당분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모바일샵의 경우 자급제 시행 이전부터 공단말기를 판매하고 있었지만, 고가의 스마트폰만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삼성 모바일샵은 현재 갤럭시노트, 갤럭시S2, 갤럭시HD를 공기계로 판매 중이다. LG전자 매장과 팬택 라츠의 경우 공단말기만 따로 판매하지는 않고 있었다.
■자급단말기, 요금할인 언제쯤?
업계에서는 휴대폰 자급제의 정착 조건으로 전용 요금할인 제도를 꼽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비싼 돈을 주고 공단말기만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삼성 모바일샵 매장 관계자는 “현재 공단말기 판매는 하고 있지만 (휴대폰 자급제로 인한) 할인 계획은 없다”며 “갤럭시노트 출고가가 100만원이 넘어가는데 이 가격을 그대로 주고 사야하는 만큼 법인 고객을 제외한 일반 고객에게는 그다지 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휴대폰 유통 경로에 관계없이 소비자가 요금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이통사와 협의해 이달 중으로 할인요금제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은 미정이다.
신촌 한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만난 한 이용자는 “기존대로 사면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굳이 공단말기만 사서 가입하면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다”며 “LTE폰이 자급제 대상이 안 된다는 것도 매력이 떨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KT가 자급제를 겨냥해 내놓은 유심 단독 개통 서비스 ‘올레 심플(SIMple)’에 대한 문의도 없었다. 홍대 인근 KT 직영대리점 관계자는 “아직까지 유심 요금제에 대해 물어본 고객은 없었다”며 “유심 단독으로 개통 가능하다는 점도 모르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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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시행 첫 달에는 중고폰, 재고폰 등을 중심으로 초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외 제조사,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등의 사전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본격적인 자급단말기 확산은 오는 하반기부터로 내다봤다.
홍진배 방통위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제도 자체는 1일부터 시행하지만 단말기 수급 등의 문제가 있어 활성화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초기에는 중저가 단말기 시장이 형성되고 올해 중후반기 경에는 다양한 단말기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