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휴대폰 자급제(블랙리스트)를 시행한지 몇 달이 지난 하반기 어느 날. 직장인 A씨는 해외 출장길에 마음에 쏙 드는 스마트폰을 샀다. 한국에 돌아와 유심(USIM)을 꽂으니 기존 번호 그대로 개통됐다.
문제는 다음이다. 음성통화가 툭하면 뚝뚝 끊겨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동통신사의 답변은 간단했다. “고객님, 그러게 저희에게 구입하셨어야죠.”
30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은 ‘통신사 유통망’을 거치지 않는 휴대폰은 통화품질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예컨대 대형 유통업체가 독자 수입한 해외 단말기는 음성통화에 끊김 현상이 발생해도 가입을 받아 준 이동통신사에 책임이 없다는 설명이다. 개인이 해외서 구입한 제품 역시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이동통신사들은 당연한 조치라고 강조한다. 출시 전 직접 검증을 안 해본 제품에 대해 품질을 보장하라는 건 무리라는 주장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휴대폰 출시 전, 유통을 맡은 이동통신사와 망연동 테스트를 함께 한다. 국내 통신 환경에 제품이 최적화 됐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작업이다. 해외 제조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근래에는 제조사가 휴대폰 개발 단계부터 이동통신사와 협의, 최적화 작업을 공동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휴대폰 출시 전 전국을 돌며 망 연동 테스트를 수없이 진행한다”며 “이 같은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제품이 낮은 통화품질을 보여도 우리가 보상할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망연동 테스트를 해도 통화품질이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모바일 데이터 폭증으로 3G 통화가 끊기는 현상이 빈번, 이동통신사들이 비판에 시달렸다. 망연동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휴대폰은 이 보다 더 불안하다.
이에 따라 휴대폰 자급제에 맞춰 독자 유통을 준비한 사업자들은 불편한 기색이다. 온라인 몰을 통해 휴대폰 판매를 계획한 중국 제조사, 개인 보따리상 등에게 큰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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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휴대폰 자급제가 시행돼도 국내서 이동통신사의 협력 없이는 대량 유통이 어렵다”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지만 단 기간에 유통혁명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G(WCDMA) 휴대폰은 SK텔레콤과 KT에 한해 유심 이동이 가능하다. WCDMA 서비스가 없는 LG유플러스는 대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