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만 빼고”…외산폰 블랙리스트 공포

[기획특집⑤]휴대폰 유통 패러다임 바뀐다

일반입력 :2012/04/03 10:39    수정: 2012/04/03 16:42

김태정 기자

정부의 ‘단말기 자급제도(블랙리스트)’ 시행이 외산 휴대폰 제조사들에게 적잖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제도를 활용할 유통망이 국내에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애플 등이 국내 휴대폰 유통망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을 보며 외산 제조사들은 고민만 커진 상황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HTC와 소니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 모토로라 등 외산 휴대폰 제조사들은 단말기 자급제도에 따른 대비책을 고심 중이나 아직 뾰족한 수가 없다.

그간 휴대폰 판매는 대부분 이동통신사에 의존, 자체 오프라인 매장을 만드는데 자원을 투자하지 않았다. 단기간에 전국에 오프라인 유통망을 갖추는 것도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소니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의 경우 소니가 구축한 가전 유통망 활용이 가능하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한 편은 아니다. 공식 판매점 ‘소니스토어’는 2곳 뿐이며, 백화점을 비롯한 판매 파트너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그나마 소니는 나은 편이고 애플을 제외한 다른 외산 제조사들은 이동통신사와 온라인 외 유통망이 전무한 수준이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거론되는 대안으로는 이마트를 비롯한 국내 대형 유통업체와 협력, 이들 유통망을 활용하는 시나리오다.

다만, 외산 휴대폰에 대한 인지도나 선호도가 워낙 낮은 국내 사정을 감안하면 유통업체들이 움직일 가능성은 미지수다. 또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에 맞춰 유통업체들이 이동전화 재판매 사업자(MVNO)로 직접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 계획도 갖고 있어 상황도 여의치 않다.

방통위 관계자는 “5월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되면 올 하반기에는 전국 유통망을 가진 업체가 MVNO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휴대폰 유통을 포함해 이동통신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산 휴대폰 제조사 임원은 “마트가 휴대폰 유통에 나서도 삼성·LG 제품을 우선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말기 자급제도는 사실상 악재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사정이 완전 다르다. 국내 직영점은 없지만 애플 제품을 팔겠다는 파트너들이 날로 증가세다. 아이폰 파워 덕분에 유통시장에서 ‘갑’의 위치다.

대표적으로 금강제화 계열 ‘프리스비’는 지난해 초 8개였던 대형 대리점을 최근 11개까지 늘렸고, 애플 제품 전용 상품권까지 출시했다. 맥게이트의 ‘에이샵’도 대리점을 1년 새 8곳을 새로 세워 현재 32개다.

SK네트웍스 자회사인 LCNC의 유통 브랜드 ‘컨시어지’와 피치밸리의 ‘윌리스’ 등도 지난해 초 1호점을 연 뒤 대형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최상위 ‘애플프리미엄셀러(APR)’ 매장을 열려면 ▲40평 이상 점포 크기 ▲일정 금액 이상 자본금 ▲직원 서비스 교육 절차 등의 엄격한 조건 충족이 필요하다. 애플의 높은 콧대가 반영된 것이지만 유통업체들은 “그래도 매장을 내겠다”는 분위기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존 전국 유통망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며, 팬택은 지난 1일 유통 자회사 ‘라츠’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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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자급제도?

기기 식별번호(IMEI)를 이동통신사에 등록하지 않은 휴대폰도 개통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휴대폰을 굳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살 필요가 없어진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5월 시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