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정현정 기자> 회의실과 휴게실을 가리지 않고 사내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 직원들, 벽면을 가득 채운 아이디어들, 당구대, 탁구대, 게임기가 들어선 휴게실, 입이 떡 벌어지는 직원식당까지. ‘꿈의 일터’하면 떠오를 만한 풍경이 제주에 펼쳐졌다.
마침 제주에 600㎜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던 21일 다음 신사옥을 찾았다. 제주시 영평동 첨단과학기술단지 내 부지에 위치한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다음커뮤니케이션 신사옥 ‘스페이스닷원(Space.1)’이다.
이곳에서 현재 다음 전체 직원 1천300명 가운데 400명 정도 인원이 근무 중이다. 최세훈 대표는 “두 세 시간씩 출퇴근 하는 어려움, 창의적인 업무공간을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본사 이전 프로젝트가 최근 결실을 맺었다. 본사 이전 프로젝트 명칭은 ‘즐거운 실험’이다.
정문을 들어서자 다음 로고가 새겨진 노트북을 손에 든 돌하르방이 손님을 맞는다. 갤러리로 꾸며진 로비를 지나자 곳곳에 포진한 회의실과 사무공간이 나온다. 다음은 개방과 소통이라는 기업철학을 담아 각각 화산 동굴과 오름을 형상화 한 내·외부 디자인으로 제주 천연 환경과의 어우러짐 추구했다.
지상 2층에 마련된 22개 회의실과 3개 프로젝트 룸은 각각 독특한 컨셉으로 만들어졌다. 사각의 링 형태로 디자인된 ‘아이디어 끝장의 방’, 서로의 아이디어를 밀어주는 ‘때밀이 방’, 한 번 들어가면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나올 수 없는 ‘감옥방’ 등이다. 모든 회의실은 서울 한남동 사옥과 화상회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졌다.
사무공간 대부분은 전면 유리로 개방해 동료들이 근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맑은 날에는 근무 중에도 눈만 돌리면 제주 앞바다와 한라산을 볼 수 있다. 지상 3층에 위치한 도서관은 천장이 유리로 만들어져 제주의 햇살과 빗소리를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인터넷 기업의 경쟁력이 창의적인 발상에서 시작된다는 취지에서 놀이공간에 많은 투자를 했다. 자유롭게 쉬고 소통할 수 있는 라운지와 창의성을 높여주는 놀이공간인 게임룸, 그네가 매달린 아이디어룸 등이다.
사옥을 지을 때는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고 부지 경사면을 활용해 토목공사를 최소화하는 등 탄소 배출 최소화와 친환경을 추구했다. 지하토목공사에서 발생한 암석과 흙을 이용해 인공오름인 ‘다음오름’은 제주의 369번째 오름이 됐다. 인공 오름 주변으로는 텃밭, 연못, 산책로, 야구장, 골프 퍼팅 연습장 등이 자리 잡았다.
다음의 제주 이전 프로젝트는 2004년 시작됐다. 지난 2004년 3월 제주특별자치도와 협약을 맺고 인터넷지능화연구소 소속 16명의 직원과 총 38명으로 구성된 미디어본부가 제주로 내려가면서부터다. 2006년 2월에는 제주시 오등동 소재 1만3천200㎡ 부지에 다음 글로벌미디어센터(GMC)가 완공돼 총 130명의 제주 직원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이어, 2007년 12월 제주 프로젝트를 확장하기 위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분양한 첨단과학기술단지의 선도기업 유치부지 12만7천873㎡에 대한 입주 계약을 체결하고 2009년 12월에 신사옥 착공식을 진행했다. 2009년 3월에는 주주총회를 통해 제주도로 본사를 이전하기로 의결하고 지난 3월 이사회를 거쳐 본사 이전 작업이 완료됐다.
다음은 지금까지 제주에서의 기업 활동과 성과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렸다. 짧은 출퇴근 시간과 복지 지원책 등에 힘입어 인터넷 지능화 연구소와 미디어 본부, 글로벌미디어센터에서 블로거뉴스(현재 View), 아고라, TV팟, 검색엔진 등 지난 몇 년간 다음 내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들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다.
스페이스닷원은 스페이스 내에 첫 번째 건물이라는 의미다. 이어 프로젝트룸, 보육시설,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구성된 후속 사옥을 추가로 건립해 본사의 큰 그림을 완성할 계획이다. 추가적으로 이전하는 직원과 제주 현지 고용 인원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제주지역사회와 교류 및 지역공헌사업도 꾸준히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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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현지에 정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내 연애를 통해 결혼에 골인하는 커플은 물론 제주 현지에서 인연을 찾아 결혼하는 직원들도 많다. 대부분 제주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엔지니어다 보니 성비 불균형이 심해 여직원들이 주도권을 쥐는 경우가 흔하다. 안내데스크나 카페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눈이 맞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는 귀띔이다.
최세훈 대표는 “2004년도 첫 발을 제주에 들인 이후 기업 가치를 말해주는 시가총액은 5배 이상, 매출도 2.5배, 직원도 2배 이상 늘었다”면서 “8년 후인 2020년에는 국제자유도시와 글로벌 허브가 되고자 하는 제주에서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다음이 돼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