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다음 스마트TV 전략...통할까?

일반입력 :2012/04/22 14:30    수정: 2012/04/23 10:39

정현정 기자

<제주=정현정 기자>“다음TV플러스(셋톱박스)가 많이 팔리는 지는 중요치 않다. TV 플랫폼이 중요하다. 다음이 1년 동안 준비했던 작품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그 안에 움직이는 플랫폼, 소프트웨어다.”

김지현 다음 모바일부문장의 말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대표 최세훈)은 지난 20일 제주도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마트TV 플랫폼 ‘다음TV’를 공개했다. 다음TV는 애플TV나 구글TV와 유사한 셋톱박스 형태를 시작으로 다양한 방송사나 제조사에 확장성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오는 30일부터 이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셋톱박스인 ‘다음TV 플러스’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다음TV 플랫폼이 태블릿PC에 탑재되면 PC-스마트폰-TV-태블릿PC-디지털뷰(지하철 역사 등에 설치된 디지털사이지플랫폼)을 잇는 유기적 N스크린 전략을 완성할 계획이다.

다음의 TV 시장 도전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다음은 IPTV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심사 과정에서 재정 능력이 기준 점수보다 0.5점이 부족해 탈락하면서 IPTV 진출을 위해 설립했던 오픈IPTV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TV와 연계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재기를 노리던 다음은 지난해 3월 가온미디어, 크루셜텍과 함께 스마트TV 서비스를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스마트TV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그 결과물이 이날 공개된 다음TV다.

김지현 부문장은 “2008년 처음 모바일 TFT를 만들면서 ‘왜 한국은 플랫폼에 대한 꿈을 꿀 수 없을까. 다음 같은 회사는 안드로이드나 iOS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밖에 없는가’라는 점이 아쉬웠다”면서 “이제 플랫폼 사업에 도전하고 하드웨어까지 만들 수 있게 됐으니 그 아쉬움이 다음TV를 통해 해소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19만9천원짜리 셋톱박스 자체보다 플랫폼을 소개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였다. 우선 다음은 실시간 채널의 한계를 극복하고 플랫폼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휴모델을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우선 지상파 방송사나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과 공동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김지현 부문장은 “MBC 푹(pooq)이나 CJ헬로비전 티빙이 들어온다면 방송사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다음TV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N스크린 서비스 진출을 기획하는 콘텐츠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TV와 관련된 세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MMS)나 디지털 전환 등과 연계한 서비스도 기획 중이다. 그는 “온라인 업데이트를 통해 MMS 표준을 지원하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에는 매력적인 단말일 수 있다”면서 “하이엔드형 디지털 전환 셋톱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케이블 방송을 고민하는 케이블 사업자가 IPTV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다음TV 플랫폼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케이블TV 사업자의 디지털 전환율은 전체 25%가 되지 않는다. 다음은 케이블 사업자들과 셋톱박스를 공동으로 제작하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현재 일부 케이블 사업자와 계약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다음은 플랫폼 자체 경쟁력 강화다. 김 부문장은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스마트TV 제조사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플랫폼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면서 “(셋톱박스) 일체형 스마트TV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은 문제는 다음TV가 시장에 먹혀들지 여부다. 이 시장에서 애플도 실패하고 구글도 실패했다. 다음이 말하는 다음TV의 경쟁력은 시청자는 원하는 채널과 콘텐츠를 빨리 찾아주는 검색 서비스와 TV수신기(튜너)를 내장으로 지상파 안테나나 케이블을 연결만 시키면 기존 방송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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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들과의 망중립성 문제는 불씨로 남아있다. 실시간 TV 시청의 경우 인터넷을 통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트래픽이 발생하지 않지만 다음이 킬러 서비스로 꼽는 VOD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올해 초 발효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모든 이용자는 합법적인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트래픽 폭증 문제는 그때가서 논의가 될 문제로 현재로써는 다음이 내놓은 서비스는 망중립성 원칙 속에서 통신사와 이슈가 발생할 여지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