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메신저피싱, 휴대폰문자피싱, 이메일피싱...대한민국이 피싱 공화국이 돼가고 있다. 나날이 진화하는 피싱사기 수법에 피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피싱은 기존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를 빼내거나 금융사기를 저지르는 수법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 피해 발생 후 실명, 전화번호, 이메일주소 등 기본 정보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일정 타깃을 정해두고 하는 경우가 늘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피싱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단순한 정보유출 차원이 아니라 금전적인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점점 더 조직화돼가고 있는 피싱사기 수법에 정보 취약층이 많은 노인 등이 피해를 가능성이 높아 더욱 문제다.
■“보안승급 하세요”...스마트뱅킹 겨냥한 신종피싱
스마트폰 보급률 상승으로 스마트뱅킹이 활성화되면서 이를 이용한 신종 피싱사기 수법도 등장했다. 이 수법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보안등급을 올려야 한다는 내용이 전송된다. 메시지 적힌 사이트를 클릭하면 은행 웹사이트와 동일한 창이 열리게 된다. 메시지가 전송된 번호까지 은행번호와 동일하다.
스마트폰 피싱 문자메시지를 받은 강희정㉗씨는 “문자메시지 내에 포함된 주소까지 은행 웹사이트 주소와 거의 동일해 일반 사람들이 구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최근에는 하루에만도 주소만 다른 동일은행 피싱 문자가 몇 개씩이나 온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시중은행 웹사이트로 착각한 은행 이용자들이 시키는대로 계좌정보와 보안카드 번호를 입력했다가는 계좌에서 순식간에 돈이 인출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공인인증서를 재발급 받아 돈을 인출해 가는 것이다. 실제 사이트와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들의 몫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안 전문가들은 “최근 스마트폰 뱅킹 고객을 노리 피싱사이트가 하루에만 30가지 이상 발견될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피싱 사이트가 존재한다”면서 “사용자들에게 지나치게 개인정보를 자세히 요구할 경우에는 한 번 피싱 사이트로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송금 안하시면 장기적출합니다”, 무시무시한 보이스피싱
보이스피싱의 수위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금융권이나 공공기관을 사칭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공포심을 조장하거나 개개인의 세부정보까지 파악해 이를 피싱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을 잡아두고 있다고 협박한 뒤, 빨리 송금하지 않으면 장기를 적출해 매매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치 않는다. 시간을 끌수록 자신들이 덜미를 잡힐 수 있기 때문에 당황해하는 틈을 타 재빠르게 금전을 탈취해가려는 의도에서다.
기존에 보이스피싱은 조목조목 되묻거나 강건한 대처를 할 경우에는 통화 도중에 전화를 끊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수법이 점점 더 대담해지면서 공포심을 조장해 판단을 흐려지게 한 다음 금전을 탈취하려는 경우가 거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수법이 진화한 배경에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 증가를 꼽는다. 보안업계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 후 피싱시도가 많아졌다는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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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보이스피싱 수법이 진화되고 있지만,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도 문제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고 경찰에 신고한 한 신고자는 “경찰은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주로 인터넷전화를 이용하고 있어 전화를 번호를 알고도 잡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관할 서에서도 이를 검거할 만한 기술적인 수단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경찰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 인터넷 전화를 이용할 경우 기술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돼 있다면 IP추적을 통해 범인을 검거할 수 있는 수사 기초자료를 수집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금융거래 절차 상 인증 보안을 강화해 쉽게 금융권을 사칭하거나 할 수 없도록해 피해자가 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