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무한진화...첩보영화 넘어섰다

일반입력 :2012/04/18 20:54    수정: 2012/04/19 12:49

김희연 기자

“아들 OO씨가 지금 많이 다쳤으니 빨리 송금하셔야 합니다. 아드님 바꿔드릴께요.”

“엄마, 나 OO인데 빨리 송금해줘요 나 죽어”

보이스피싱 수법이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금융 및 공공기관을 사칭했던 기존 수법과는 차원이 다르다. 최근 공포심을 조장하거나 가족사항 등 세부적인 개인정보까지 파악해 이를 범행에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심지어 자녀의 휴대폰 전화번호로 발신번호를 조작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보이스피싱까지 파생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방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 권현자씨(52)는 얼마 전 집전화로 아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빨리 송금해달라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보이스피싱을 의심했지만 휴대폰이 아닌 집전화로 전화가 왔고, 마침 아들이 일본에 가 있던터라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아들을 바꿔주겠다며 다급한 목소리의 한 남자를 연결해주기까지 했다. 권 씨는 당황했지만 일단 전화를 끊은 후 아들과 전화연결을 시도해 통화를 한 후에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아들의 신변을 파악한 권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권 씨에게 “최근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보이스피싱을 하는 사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들이 인터넷전화를 이용하고 있어서 전화번호를 알고도 잡기가 어렵다”는 설명을 했다.

권 씨는 “어린자녀나 딸을 가진 부모들의 경우 이러한 수법에 당황하게 되면 속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어떻게 알았는지 휴대폰도 아닌 집전화로 자녀이름까지 거론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아찔한 경험을 떠올렸다.

보안 전문가들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보이스피싱 피해 증가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보이스피싱의 지능화 역시 유출되는 개인정보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고도화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결국 보이스피싱 피해로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특히 피싱 사기꾼들이 가족사항 등 구체적인 개인정보까지 손에 넣으면서 정보 취약층인 노인 등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개인정보 유출뿐 아니라 카드론 등과 같은 금전적인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정신적 피해까지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은 더욱 조직화돼가고 있다. 중국현지에 일명 콜센터를 세워 전화사기를 주도적으로 벌여온 조직이 그 예다. 이들은 국내 인출책들을 움직여 현금을 인출하고 중국으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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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최근 다양한 형태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만큼 피해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은행을 가장해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피싱사이트(사기범이 만든 가짜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한 후 통장계좌번호, 비밀번호, 인터넷뱅킹 아이디, 보안카드 번호 등의 금융거래 정보를 입력하게 만드는 신종 피싱사기도 발생하고 있다. 이들 사기범은 피싱사이트에 입력 받은 정보로 공인인증서를 재발급 받아 인터넷뱅킹으로 돈을 인출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