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AOL의 특허 800여건을 10억5천600만달러(약1조2천억원)에 인수했다. 그 목적은 지도서비스 또는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구글과 벌일 싸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미국 지디넷은 9일(현지시각) AOL이 보유한 특허 800건 이상과 관련 특허 애플리케이션을 MS에 매각했으며 회사가 구체적인 거래 조건을 공개하진 않았다고 보도했다.
팀 암스트롱 AOL 최고경영자(CEO)겸 회장은 MS와의 계약은 우리 특허 포트폴리오를 위한 경매절차가 완전히 이뤄졌음을 보여준다며 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 가치를 만들어주는 전략을 계속 공격적으로 추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MS도 이 거래가 양측 이해당사자에게 이익이며 특허 입찰 과정은 '명백하게 경쟁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양사간 거래 절차는 올해말께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 회사가 우리돈 1조원 이상에 달하는 거액을 들인 배경을 놓고 구글 지도서비스와 경쟁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AOL 특허가운데 구글 지도와 경쟁관계인 개방형 지도서비스 후원사의 특허가 포함돼 있어서다.
■구글 지도 vs. 오픈스트리트맵+맵퀘스트+MS
외부 웹사이트들은 원래 구글 지도서비스 데이터를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었다. 구글은 이같은 정책을 뒤집고 지도 데이터를 가져오는 기능을 유료화했다. 이에 온라인 공동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위치기반서비스(LBS) 포스퀘어, 애플이 자사 서비스에 넣었던 구글 지도 연결기능을 걷어냈다. 대신 그와 경쟁관계인 무료 개방형 지도서비스 '오픈스트리트맵'으로 대체했다.
오픈스트리트맵을 창립하고 지리정보 데이터와 외부 서비스용 API 기능을 제공하는 후원업체는 '맵퀘스트'다. 이 회사가 미국 특허청(USPTO)에 등록한 특허가운데 239건이 이번에 MS가 인수한 AOL 특허목록에 들어 있었다. AOL이 지난 1999년 맵퀘스트를 11억달러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정황상 이는 구글 지도서비스가 기존 경쟁관계인 오픈스트리트맵, 그 후원사 맵퀘스트, 관련 특허를 인수한 MS, 3곳과 맞붙는 모양새다.
사실 맵퀘스트 측은 지난달 초 공식 개발자 블로그에 오픈스트리트맵 서비스에 (개발자들의) 활기가 넘치며 포스퀘어를 비롯한 여러 애플리케이션들이 최근 다른 업체 지도를 맵퀘스트 오픈스트리트맵으로 전환했다는 사실에 고무돼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지디넷 블로거 래리 디그넌은 지도 관련 기능은 모바일 LBS 경쟁에 생명줄인데, 구글지도는 기업 애플리케이션이나 다양한 매시업 서비스들과 얼기설기 얽혀 있고 MS도 강력한 지도 툴을 갖추고 있다며 이제 맵퀘스트의 지적재산은 (MS가) 구글지도를 자극하든지 소송을 걸만한 최소한의 꼬투리가 될 것이라고 썼다.
■MS, 구글과 더 큰 싸움판 벌이나
이와 더불어 MS가 단순히 구글의 지도서비스만 노린 게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구글 핵심 제품가운데 하나인 크롬 브라우저와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까지 겨냥했다는 것이다.
지디넷 블로거 스티븐 J. 보건 니콜스는 MS가 인수한 AOL 특허에 과거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맞붙었던 '넷스케이프'의 지적재산도 포함돼 있음을 지적했다. 이는 넷스케이프에 구현된 시큐어소켓레이어(SSL)과 쿠키와 자바스크립트 기능같은 브라우저 기본기능을 아우른다.
앞서 AOL은 인터넷익스플로러(IE)와의 전쟁에서 한차례 패배한 뒤 넷스케이프를 부활시키려 했다가 개발을 중단했다. 관련 기술은 현재 오픈소스 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에 녹아 있다.
J. 보건 니콜스는 (일반적인 분석대로) MS가 AOL특허를 인수해 온라인 지도 시장에서 직접 사업을 확대하고 지분을 늘리려했을 수도 있다면서도 웹에 근간이 되는 쿠키, 자바스크립트, SSL 특허야말로 MS가 이 거래를 성사시키게 만든 진짜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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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분석에 따르면 MS는 이 웹기술 관련 주요 특허들을 통해 브라우저 업계 '최상위 라이벌' 구글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가 올하반기 사운을 걸고 출시를 앞둔 윈도8로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 대공세를 예고했기 때문에 특허에 기반한 공격을 주요 전략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구글 크롬은 앞서 IE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며 무섭게 성장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롬은 데스크톱PC뿐아니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태블릿에도 투입되는 브라우저고 크롬OS라는 데스크톱OS의 기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