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짝퉁칩...피해규모 1690억달러

일반입력 :2012/04/05 11:22

손경호 기자

지난 해 5개 반도체 분야에서 존재하고 있는 모조칩(짝퉁칩)시장이 전체 반도체 유통시장에 1천690억달러(191조원)규모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아이서플라이는 4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아날로그칩·마이크로프로세서·메모리 등 5개 분야에서 짝퉁칩 시장이 존재한다고 보고서를 통해 발표했다. 이들 칩 규모는 짝퉁 반도체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한다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올해 반도체 시장은 3천억달러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칩은 상업용과 군사용도에 주로 사용되고 있어 전 세계 전자기기 시장에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전체 1천690억달러의 모조칩 시장은 ▲아날로그칩(25.2%) ▲마이크로프로세서(13.4%) ▲메모리(13.1%) ▲프로그래머블로직(8.3%) ▲트랜지스터(7.6%) 비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들 칩이 컴퓨팅·가전제품·무선 및 유선 통신기기·자동차·산업용 등에 암암리에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검증되지 않아 오작동하는 칩이 대형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아이서플라이는 지적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약 10여 년 전에 겉에 상표만 붙이고 칩 패키지 안은 텅빈 사기칩이 등장하거나 고객사가 요구하는 스펙을 맞추지 못한 짝퉁칩이 발견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사기칩이나 짝퉁칩 시장이 이미 과거부터 존재했었다는 설명이다. “아날로그칩의 경우 모든 전자기기의 전력을 증폭하는 데 사용되는 ‘OP앰프’ 등의 칩에서 일부 이런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아이서플라이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짝퉁칩 시장이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인 한 해였다고 밝혔다. 짝퉁칩 시장이 2년 전에 비해 세 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모조칩은 기존 칩보다 값싼 대체제품이거나 폐쓰레기장을 통해 수거한 칩을 재활용해서 만든다. 따라서 품질을 장담하기 힘들고 전자기기가 오작동할 수 있는 위험성이 높다고 보고서를 통해 설명했다.

아이서플라이의 로리 킹 유통망 제품 마케팅 담당 연구원은 “국방산업 분야에서 가장 많은 모조칩을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주로 군사용과 상업용 시장에서 모조칩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로리 킹 연구원은 “예를 들어 아날로그칩의 경우 4개 중 1개 꼴로 모조칩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을 변환·관리하는 기능이나 각종 센서 역할을 하는 아날로그칩은 산업용은 물론 자동차와 무선통신기기·컴퓨터·가전제품 등에 두루 쓰인다. 하나의 모조칩이 여러 산업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수 십 억 달러의 전 세계 제품 매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전체 아날로그칩 시장은 지난해 477억달러에 달한다. 무선통신 시장은 작년에만 138억달러로 전체 아날로그칩 매출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가전 분야는 98억달러 규모의 아날로그칩을 소비했다. 이는 전체 아날로그칩 시장의 21%에 해당한다. 전장 분야에서는 80억달러로 전체 아날로그칩 시장의 17%이며, 컴퓨팅에서는 67억달러(14%), 산업용 기기 65억달러(14%) 유선통신분야 29억달러(6%)를 각각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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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킹 연구원은 “모조칩이 통화불량에서부터 항공기와 의료 군사 및 원자력발전 자동차 산업 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른 교체 및 유지보수 비용 또한 높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국방수권법(H.R.1540)에 서명했다. 법안에는 전 세계 국방 관련 부품 유통망과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법안에는 모조칩이나 모조전자부품으로 여겨지는 제품에 대한 조사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