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에게 ‘비싼 통신비’ 유발자로 지목된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억울한 표정이다. KT가 애플만 챙긴다는 역차별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공식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내부에는 KT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상당하다. 애플과는 달리 이동통신사에 막대한 판매 지원금을 넘겨왔기에 더 커진 불만이다.
전날 “제조사들이 해외보다 국내서 휴대폰을 비싸게 팔아 통신비를 늘렸다”는 이 회장 발언이 알려지자 “보조금으로 도와주고 욕먹었다”는 목소리가 사내에 공공연히 나온 이유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월 정한 갤럭시S2 출고가는 84만7천원. 애플 아이폰4S 16GB 출고가 81만4천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출시 초기 실 구매 비용도 KT 5만5천원 요금제 2년 가입시 20만원대 초반으로 비슷했다. 이 같은 가격 할인은 보조금 때문에 가능하다. 80~90만원대 가격으로는 가입자 모으기가 어렵기에 이동통신사들이 논란의 보조금을 투입해왔다.
문제는 국내 제조사들이 이 보조금을 이동통신사와 분담하지만 애플은 아니라는 것. 아이폰은 KT가 제 값을 내고 구매, 애플 도움 없이 판매가를 내린다는 설명이다. 국내 제조사들은 받기 어려운 대우다.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애플 아이폰은 제조사 장려금이 없다”며 건전 유통 롤 모델로 제시했다. 그러자 국내 제조사들은 “장려금이 없는 아이폰의 실 구매 값이 국산과 비슷한 것이 이동통신사들이 금전적으로 도와줬기 때문”이라고 맞선 상황이다.
한 휴대폰 제조사 임원은 “관행적으로 이동통신사들은 보조금의 일정액을 제조사에게 부담시켜왔다”며 “아이폰만 관련 보조금을 이동통신사가 모두 지원해 부러울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KT 측은 “아이폰과 국산 스마트폰 모두 적정 보조금을 책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통신비에서 단말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스마트TV 망 이용 대가 문제를 놓고도 싸웠던 삼성전자와 KT 간 관계는 악화일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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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아이폰 보조금 때문에 전 세계 이동통신사들은 몸살에 걸렸다. 지난해 4분기 미국 AT&T는 67억달러, 버라이즌은 2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애플은 쏙 빠진 아이폰 마케팅비가 주원인으로 꼽혔다.
우리나라 KT와 SK텔레콤 역시 지난해 4분기 아이폰4S 마케팅 경쟁을 벌이면서 전기 대비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