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보조금 6조9천억 썼는데…휴대폰 폭리?

일반입력 :2012/03/19 06:00    수정: 2012/03/19 16:01

“지난해 광고비를 제외하고도 이동통신3사가 총 6조9천억원의 보조금을 쏟아 부었습니다. 휴대폰을 비싸게 팔기 위해 바가지를 씌웠다니요?”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사에 ‘소비자를 속이고 부당하게 고객유인을 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한 것에 대해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통사가 제조사와 담합해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다음 이를 비싸게 팔았다는 공정위의 주장을 수긍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를 이유로 이통3사에 총 2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 2005년 KT 등 유선4사에 부과한 약 1천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이후 최대 규모다.

아울러, 공정위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사에는 총 169억6천만원을 부과하면서. 가격 부풀리기를 통한 장려금 지급 행위를 금지하고 이통3사에 공급가와 출고가 차이내역을 제조사 홈페이지에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갤럭시S를 87만원에 샀다고?

공정위는 이통3사와 제조업체들이 공급가를 출고가보다 평균 22만5천원 높게 책정하고 그 차액의 일부를 보조금처럼 지급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공급가가 63만9천원인 삼성전자 갤럭시S를 SK텔레콤이 94만9천원의 출고가를 매겨 그 차액을 보조금처럼 썼다는 것이다. 때문에 소비자는 물류비용을 감안해 69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휴대폰을 87만1천원에 샀다는 것이 공정위의 논리다.

공정위의 설명대로라면, 현재 갤럭시S를 구입한 소비자의 상당수는 87만원 이상 지불하고 휴대폰을 구입한 것이 된다. 하지만 갤럭시S를 80원대에 구입한 소비자는 흔치 않다.

현재도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형 스마트폰들이 홈쇼핑을 포함한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0원’에 팔리기 일쑤다. 이마저도 공짜 판매 단속을 피하기 위해 23인치 LED 모니터(27인치 LCD 모니터)를 제공하면서도 ‘1원’이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판매가 판을 치고 있다.

■보조금 6조9천억 증발?

2005년 보조금 지급 금지가 해제되면서 이통3사의 연간 보조금 규모는 해가 다르게 급증하는 추세다. 2005년 3조2천억원 규모였던 보조금은 2009년 6조1천900억원으로 약 2배 증가했고 2010년에는 7조5천200억원까지 폭증했다.

2010년 방통위가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정해 규제를 시작하면서 지난해 전년대비 약 6천억원 줄어든 5조7천500억원을 기록했을 뿐이다. 지난해 SK텔레콤은 2조9천200억원(2천978억원), KT 1조8천954억원(6천88억원), LG유플러스 9천315억원(2천613억원, 이상 유선 마케팅비)을 보조금으로 지출했다.

그럼에도 이통3사는 방통위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매출액 대비 20%를 훌쩍 넘긴 평균 23.6%의 보조금을 썼다. 때문에 지난 3년간 이통3사가 쏟아 부은 보조금은 25조6천500억원에 이른다.

이통3사가 국내 제조사들과 담합해 가격을 부풀려 소비자에게 폭리를 취했다면 이해되지 않는 수치다.

■공정위 “폭리” vs. 방통위 “보조금 그만 써”

이통사의 과다 보조금 지급 때문에 방통위 측은 “지난해 갤럭시S2, 아이폰4S, LTE폰 등 스마트폰 중심의 경쟁 때문에 마케팅 가이드라인 20%를 넘겼다”며 “과다한 보조금 지급을 막기 위해 마케팅 규제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쪽에선 휴대폰에 바가지를 씌웠다 하고, 다른 쪽에선 과다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전투구 경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 정부에서 전혀 다른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SK텔레콤을 비롯한 이통3사가 “방통위로부터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규제를 받고 있다”며 “공정위의 통신시장 실태조사는 명백한 이중규제”라며 반발하는 이유다.

특히 방통위가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이동전화 재판매(MVNO)와 블랙리스트 제도 등의 규제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이중규제 논란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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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역시 이통3사는 여권과 기획재정부 등 범정부적인 압박에 못 이겨 기본료 1천원과 문자메시지(SMS) 요금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여기에 올 초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20% 요금인하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반시장적인 규제정책을 펴는 것도, 같은 정부 다른 규제기관이 제각각 규제를 하는 것을 업계에서 ‘정권 말기 제 부처 챙기는 것’으로 밖에 보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