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를 거부한다" x86 빅3 '합창'

일반입력 :2012/03/16 08:21    수정: 2012/03/16 14:30

하드웨어 측면에서 x86서버는 ‘코모디티(Commodity)화’하고 있다. 어느 회사의 제품이든 비슷한 부품을 사용한다. x86서버는 브랜드PC가 조립PC로 이동했던 것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결국 CPU업체인 인텔이 서버제조업체의 제품 방향성을 쥐고 흔드는 모양새다.

최근 인텔의 새로운 서버 CPU 모델 출시로 x86서버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찾았다. 서버업체들은 2년만에 주력제품 물갈이를 단행하며 대기수요 모시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지난 7일 인텔의 제온 E5 공식 출시를 전후해 델, IBM, HP, 후지쯔, 시스코시스템즈 등의 한국지사들은 경쟁적으로 x86서버 신제품 발표행사를 열었다. 새로 출시된 인텔의 제온 E5는 샌디브릿지-EP 기반 프로세서로 2소켓서버용 CPU다. 2소켓 제품은 x86서버 중 가장 많이 판매된다.

공개된 각 서버업체의 하드웨어를 비교하면, 특별한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인텔 CPU 스펙과 메인보드 디자인에 따르기 때문에 특출난 차별점을 찾기 힘들어졌다. 대부분의 제품들이 메모리 슬롯을 24개씩 지원하며, I/O 대역폭도 10기가비트이더넷(GbE)을 기본적으로 채택했다. 세세하게 볼 때 부품 배치, CPU 소켓, 디스크 슬롯 등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 서버업체들은 제품 외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가상화, 클라우드 등 변화하는 IT 트렌드에 고객들이 더 쉽고, 빠르게 발맞출 수 있도록 돕겠다며 내놓은 목소리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이들의 목소리는 하나로 수렴된다. 싸구려 x86과 대형 제조업체의 제품을 비교하지 말아 달라.

■“중요한 것은 서비스다”

x86서버 1위업체 HP가 가장 강조한 부분은 ‘프로액티브(ProActive)’ 서비스다. 하드웨어의 생명주기 관리를 통해 장애복구를 신속하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경쟁사들이 제품의 성능향상을 전면에 세운 것과 대비된다. 물론, 고성능은 당연한 것이란 기본전제가 깔렸다.

HP는 프로라이언트 G8 서버에 '씨 오브 센서(Sea of Sensor)' 기술을 극대화했다. 32개에서 42개로 늘어난 내장 ILO센서는 제품 생명주기(life cycle)를 관리한다. 센서는 각 부품의 운용 상황과 교체시기, 장애 등을 HP랩에 지속적으로 전송한다.

이렇게 수집된 로그 데이터는 클라우드 기반의 ‘인사이트 온라인’ 웹사이트에 축적된다. 고객사 서버의 현재 상태를 HP나 파트너사가 수시로 체크할 수 있으며, 장애발생 시 모바일 기기로 알려준다. 장애 요인을 바로 인지하므로 부품 교체, 트러블슈팅 등의 작업이 고객이 인지하기도 전에 진행될 수 있다.

센서의 역할은 생명주기 관리뿐 아니라 열관리도 포함한다. 중력센서들은 데이터센터 전체의 온도를 3D로 체크하며, 과도한 열 발생시 워크로드 로드밸런싱 등으로 발열을 최소화한다.

스티븐 보비스 HP 아사이태평양 및 일본 ISS사업부 총괄 매니저는 “오늘날 고객들은 제품가격보다 데이터센터 내 복잡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길 원한다”라며 “HP와 파트너들이 컨설팅과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작업, 에너지 소비, 업타임 유지 등의 과제를 해결하고 데이터센터의 100% 가용성을 지원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x86서버는 유닉스 성능에 이미 근접했다. 다만, 유닉스급의 서비스가 부족하다. 이런 차원에서 HP는 남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x86의 부가가치를 높이려 한다.

김영채 한국HP ESSN ISS사업부 상무는 “HP는 시장에서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했기 때문에, 어느 회사보다 많은 고객 요구사항을 모을 수 있다”라며 “방대한 고객 데이터에서 도출되는 개선사항들을 반영함으로써 x86서버의 가치를 높인다”이라고 밝혔다.

■“쉽고 빠르게, 입맛에 맞게 고객자유 보장”

2위 업체 델이 내세운 것은 쉽고 빠르게 고객 입맛에 맞게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실용성이다.

델은 고객사들이 점차 가상화와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는 개별 솔루션을 공급받길 원한다고 주장한다. 저마다 다른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표준화된 서버업체의 제품에 제약받는 걸 거부한다는 것이다.

델은 이에 고객사 요구사양대로 서버를 제작해주는 데이터센터 커스터마이즈 서비스(DCS)를 제공한다. 또한 프로젝트 초기부터 고객사 인프라 구조를 면밀히 분석해 가장 적절한 솔루션을 찾아낸다. 최대한 고객사의 선택권을 인정하는 방향이다.

김성준 델코리아 솔루션사업부 전무는 “고객 IT인프라 이슈 분석 후 결과에 따라 페일포인트와 이슈를 발견한 뒤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구현한다”라며 “유닉스 마이그레이션, VDI, 클라우드 등에 적합한 모든 솔루션을 가장 빠르게 딜리버리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개별적으로 파워엣지 12세대 제품만 보면, GPU 능력을 강화해 가상 데스크톱 인프라(VDI)환경의 비디오 성능을 향상시켰다. 또한 발열 내구성을 섭씨 45도까지 높였다.

네트워크 어뎁터는 트렌지션, 벤터, 테크놀로지, 인터페이스의 종류를 선택해 사용가능하다. 페일세이프 가상화 기능을 이용해, 하이퍼바이저를 이중화할 수 있도록 했다. 매니지먼트 도구도 통합된 모니터링 솔루션으로 대형규모 IDC기준으로 연간 43일의 관리시간을 절감시켰다. 펌웨어 업그레이드는 검증된 파일만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정욱 델코리아 상무는 “고객들은 혁신을 원하지만 실용을 원하며, 자신들에게 의미 있고 쉬운 걸 달라고 요구한다”라며 “델은 독자 기술로 제품을 개발하기보다 개방적이고 고성능인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도입할 수 있는 솔루션을 지향한다”라고 강조했다.

■“볼륨시장이 아니라, 엔터프라이즈 고객이다”

3위업체 IBM은 시스템x 3650 M4를 출시하면서, 명확한 주요 고객군을 엔터프라이즈 기업으로 꼽았다. 저가의 단순한 서버박스를 팔기보다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가치를 제공한다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시스템x3650 M4는 엔터프라이즈 기업의 주요 업무 애플리케이션을 x86서버에서 구동할 때 발생하는 메모리와 I/O 대역폭 부족현상을 해결하는 데 힘을 쏟았다. 메모리는 최대 768GB를 지원하도록 한 인텔의 레퍼런스를 따르면서, I/O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10G포트를 최대 4개까지 지원하도록 했다. 여기에 네트워크 가상화를 실현하는 SW스위치 DVS 5000V를 출시했다.

또한 클라우드 인프라의 빠른 구축을 위해 ‘패스트셋업’이란 SW를 내놨다. 패스트셋업은 수백, 수천대 단위의 서버 설치 작업을 단순화한다. 하드웨어 전체 사양을 파악한 후 펌웨어 버전을 최적화해주는 것으로, 한번만 수행하면 전체 서버인프라의 설치를 완료할 수 있다.

하이엔드 제품에만 포함됐던 EX5 기술을 이용하고, 이엑스플래시(eXFlash) SSD 스토리지 기술도 함께 제공한다. 이를 통해 2소켓 랙 서버 하나면 엔터프라이즈 저장용량을 구현가능하다. IBM 스마터 분석 포트폴리오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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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온디맨드(FOD)란 개념도 집어넣었다. FOD는 메인보드 상에서 제공되는 모든 기능을 기본으로 설치하되, 향후 사용자가 기능추가를 원할 때 해당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라이선스비용만 더 지불하면 되고, 하드웨어 추가가 필요없다.

박완호 한국IBM 시스템x사업본부장(상무)는 “IBM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엔터프라이즈 기업의 주요업무 애플리케이션을 x86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구동하게 하는 것”이라며 “메인프레임의 99.9% 업타임 유지비결이 로그데이터 확보인데, 시스템x 사용자 서버의 로그데이터를 사전에 확보해 빠르게 장애를 해결할 수 있는 남다른 역량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