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욕설, 몸싸움에 급기야 위협까지…
9일 서초동 심산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KT 관로·광케이블 필수설비 개방 공청회 현장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곳곳에서 몸싸움까지 벌어졌으며 심지어 “식칼 맞고 싶어?!”라는 살벌한 위협발언까지 나왔다.
이날 공청회는 방통위의 자체규제심사 전 마지막 공청회로 공사업체 관계자 등 5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행사장의 자리가 모자라 서 있거나 바닥에 앉은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패널로는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해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공사업체 2곳 등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공청회 내내 대립각을 세웠다. KT의 필수설비 개방에 따른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각자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안간힘이었다. 관로·광케이블 등 필수설비를 개방하라는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의 이용사업자 진영과 이를 거부하는 KT가 평행선을 달렸다.
객석 곳곳에서는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특정사업자를 지지하는 참가자들은 “옳소!”, “나가!”, “요점만 말해라!”, “조용히 해!” 등의 소리를 치는가하면 박수를 통해 분위기를 몰고 갔다.
반대 입장에 선 패널들의 발표에는 야유와 비난을 퍼부었다. 발표를 하던 패널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100여명에 달하는 KT측 협력업체 직원들도 퇴장했다. 객석의 갈등에 공청회는 종종 중단됐다.
현재 방통위는 KT의 필수설비 개방에 대한 고시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은 KT가 사용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150%에서 120%로 줄여 다른 통신사 케이블의 이용 공간 확대, 지난 2004년 구축 설비에서 3년 이상 된 구축설비로 광케이블의 제공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KT는 “고시 개정은 통신사의 투자요인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며 “최대 수혜자는 KT에 설비제공 요청을 했던 경쟁통신사일 뿐 새로운 사업자가 시장에 들어오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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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SK브로드밴드는 “필수설비 의무제공 제도 개선은 지난 2009년 KT-KTF 합병 승인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당시의 합의대로 필수설비를 개방한다면 1조3천억원 규모의 투자가 가능해 투자유인이 감소한다는 KT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재범 방통위 과장은 “네 번째 공청회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며 “이제 사업자들의 의견을 더 이상 듣지 않고 고시 개정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