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필수설비 논쟁' 어떻게 될까

방통위, 규제산업 고려해 '동등접근 강화' 조건 내걸듯

일반입력 :2009/03/16 11:40    수정: 2009/03/16 18:41

김효정 기자

KT-KTF 합병승인 결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업계에서는 큰 이견 없이 KT합병승인을 전망하고 있고, '규제산업'인 통신산업의 특성상 그 합병인가 조건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가 최대 관심사라 할 수 있다.

KT가 지난 1월 2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병신청 서류를 제출한 전후로 SK 및 LG 통신계열사, 케이블TV진영 등 경쟁사들은 '시장 경쟁제한성'을 이유로 합병반대를 주장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의 핵심에는 KT의 필수설비가 있었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KT합병이 정당하며, 필수설비는 합병 자체와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공정거래법상 KT-KTF가 모회사와 자회사의 결합이기 때문에, 합병 이후 발생하게 될 경쟁제한성 문제를 합병 이슈와 직접적으로 연관 지을 수 없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방통위, ‘규제산업’임을 고려해 합병조건 부과

이번 합병을 두고 KT진영에 반발하는 거의 모든 통신사업자들은 필수설비를 보유한 KT합병이 시장에 경쟁제한성을 유발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유선시장 지배력의 근간이 되는 필수설비(시내가입자망, 전주, 관로 등)을 통해 지배력 전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방통위는 KT-KTF 합병승인 시, 경쟁사들의 필수설비 분리 및 망 동등접근권 보장 주장에 대해 일정 부분 합병인가 조건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방통위가 16일 오후 3시에 개최하는 비공개 회의를 통해서 KT합병승인을 허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인가조건은 합병승인 이후 의견을 정리하는 오는 18일 전후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KT합병의 인가조건은 어느 정도 수위가 될까. 통신산업이 규제산업인 만큼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공정위와 달리, KT합병의 산업 파급력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전개를 볼 때, 특정사업자에게 유리하거나 무리한 주문을 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원활한 필수설비 임대 제공’ 방안 마련될 듯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합병의 최대 이슈였던 전주와 관로 등 필수설비 문제에 대해서는 경쟁사에 '원활한 필수설비 임대'라는 동등접근권 강화가 구조분리 등 강경책 대신 선택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것이 통신사간 잡음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필수설비의 정의는 "그에 대한 접근 없이는 어떠한 경쟁기업도 그 기업의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또는 재화)를 제공할 수 없는 설비"이다. 그리고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면서도,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이유로 둘 이상의 사업자가 중복하여 구축하기 곤란한 설비"를 말한다.

이러한 필수설비의 개념으로 인해 필수설비를 독점적으로 보유한 사업자가 경쟁사에게 적정한 대가에 제공하지 않을 경우, 경쟁사는 시장 진입이 힘들고 필수설비 보유사업자는 해당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KT 대 反KT’ 중재안 마련돼야

이는 현재 통신업계가 처한 상황과도 밀접하다. KT가 보유한 설비가 이러한 필수설비이기 때문이다. 시내전화망과 초고속인터넷망, 그리고 이를 가입자 댁내까지 연결하기 위해 필요한 전주와 관로.

KT합병에 최대 견제세력인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진영은 KT필수설비 구조분리를 요청해 왔고, 합병이 임박하면서는 동등접근 강화를 위해 제도 개선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사실상 구축이 불가능한 전주와 관로에 대해서 SK브로드밴드는 그 동안 불법으로 KT의 것을 일정부분 사용해 온 바 있다. 이는 LG파워콤도 마찬가지이다. 이 설비에 대한 사용요청을 해도 KT가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거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보다 투명한 필수설비 제공절차를 요청하는 동시에, '선사용 후정산'까지 주장하고 있다.

반면, KT측은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입장. 그 동안 경쟁사들이 KT 설비를 무단사용해 온 것에 대해 '설비사용 실사단'을 공동 비용으로 꾸려 정산체계를 명확히 하고, 설비 임대료 또한 50% 정도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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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양쪽진영 모두 합병조건으로 필수설비 임대에는 원칙적으로 동의 하지만 그 방법을 두고 의견조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따라서 방통위가 이를 중재하는 차원에서 적정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인터넷기업들 역시 망동등접근권을 KT에 요청해, 망동등접근권 강화가 합병승인 조건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지난해 초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구 하나로텔레콤) 인수조건에 부과된 농어촌 BcN 투자 조건처럼, KT의 와이브로 전국망 구축 등 설비투자에 대한 조건도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