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합병, "혹 뗄까, 붙일까…"

경쟁사들 '필수설비 구조분리'로 공격.... LGT는 주파수까지 거론

일반입력 :2009/03/11 19:43

김효정 기자

지금 통신시장에서는 KT합병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KT가 자회사인 KTF를 합병하는 것에 대해 경쟁사들이 합병승인을 위해 까다로운 조건을 정책기관에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따라서 KT는 합병을 통해 수익성 저하와 매출 정체라는 혹을 떼어낼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경쟁사들에게 경쟁력을 내어줄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KT합병에 대해 조건 없이 승인을 허락했다. 공정위의 판단으로는 "KT가 자회사 KTF를 합병하는 것은 경쟁사가 주장하는 '경쟁제한성'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공정위 발표에 KT는 웃음을 지었지만, 경쟁사들은 그렇지 못했다. 경쟁사들은 공정위의 판단에 아쉬움을 금치 못하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엄격한 인가조건을 적용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편중되지 않는 '적정 수준' 인가조건 필요

KT의 입장만 고려한다면, 주수익원인 유선전화 매출의 하락 등으로 인한 수년간의 매출정체를 극복하고 재활하기 위해서 KT-KTF 합병은 어쩌면 필수사항일 수 있다. 그리고 KT가 가진 필수설비와 유선전화 등의 가입자 기반에 이동전화(KTF) 사업을 가세함으로써 유무선통합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KT의 유선시장 지배력을 무선시장으로 전이시키고, 필수설비의 독점성을 통해 공정경쟁 환경을 저해할 수 있다는 통신업계의 반발에 합병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다.

이석채 KT 사장은 "사유재산인 KT의 보유설비에 대해 경쟁사가 과도하게 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과도한 출혈 마케팅은 전혀 추진 할 의사가 없으며, 오히려 블루오션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을 마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KT합병이 향후 통신시장에 어떠한 후폭풍을 가져올 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필수설비 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수준의 제도개선이 선결되고, 시장 경쟁제한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경우를 대비해 적절한 인가조건이 제시될 필요도 있을 것이다.

■SKT '필수설비 구조분리', LGT '주파수' 요구

그렇지만 경쟁사인 SK진영과 LG진영은 이를 기회 삼아 KT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인가조건을 요청하고 있어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통신시장 맞수라 할 수 있는 SK텔레콤은 11일 방통위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KT에 필수설비 구조분리를 요청했다. 전주와 관로 등 필수설비를 제공하는 조직을 KT에서 분리시키거나, 방통위 산하 중립기관인 '필수설비제공 감시센터(가칭)'을 구성해 운영하자고 주장했다.

SK텔레콤 외에도 경쟁사들은 합병승인 조건으로 구조분리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KT의 이석채 사장은 여러번 필수설비를 '사유재산'으로 명확하게 밝혔기 때문에, 적어도 KT 입장에서는 타협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다. KT측은 "KT합병과 필수설비 논란은 엄연히 별도의 사안이라, 합병승인과 필수설비 구조분리 주장을 한데 엮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입장이다.

특히 LG텔레콤은 KT합병에 '주파수 할당' 문제까지 거론했다. KT의 경쟁사들이 우려하는 경쟁제한성을 무시할 수 없지만, KT합병을 계기로 자사의 사업적 이슈를 들고 나온 것에 대해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방통위 송도균 부위원장은 "KT합병 문제에 대해서 주파수 문제까지 들고 나온 것은 무리한 것이 아닌가, 만약 이 사안으로 주파수 할당에 LG텔레콤이 혜택을 받는다면 KT합병이 LG텔레콤에 복이 덩쿨째 굴러 들어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일재 LG텔레콤 사장은 "단지 여러가지 통신시장 제도개선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다. 합병을 계기로 KT와 SK텔레콤으로 굳어지는 시장구도에 대해 힘없는 사업자들의 문제를 신경써 달라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통신사들만의 논리는 "이제 그만"

방통위는 11일 개최된 'KT-KTF 합병심사 공청회'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형식과 절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합병심사에 들어가 오는 20일 전후로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대다수 국민이 이용하는 보편적 서비스가 돼버린 '통신' 서비스 특성 상, 대표 통신기업인 KT의 움직임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이번 결과에 따라 국내 통신시장 구도가 재편되고, 서비스 및 통신요금 등 소비자 편익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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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이번 KT합병은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통신사들의 주장과 논리를 우선적으로 따질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합병을 눈앞에 두고 있는 KT 역시, 경쟁사들의 주장과 무관하게, 자신만의 논리로 내세우며 합병을 당연시 할 수는 없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용자에게 얼마나 유익하고 사업자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지속적으로 가능한가를 중점으로 KT합병심사를 진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