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설비, 제도개선vs완전분리…국회서 격돌

일반입력 :2009/03/11 17:41    수정: 2009/03/11 18:56

이설영 기자

KT와 KTF의 합병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필수설비 문제를 매듭짓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KT 측은 '제도개선'을, 경쟁사업자 등은 '필수설비 분리'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진성호 의원의 주최로 열린 '유선통신 필수설비, 효율적 활용 가능한가' 토론회에는 통신사업자들과 학계전문가들이 나와 공정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필수설비 제도 개선 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발제를 맡은 한양대학교 전자통신학부 박승권 교수는 영국 오픈리치 사례를 들며 "영국이 필수설비를 분리한 후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면서 "필수설비 분리 추세가 해외에서도 큰 방향이다"라고 강조했다.

오픈리치의 경우처럼 필수설비가 독립될 경우, 통신사업자들은 설비경쟁이 아닌 서비스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 사업자가 많아지면 가격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견해다.

오픈리치 사례에 대해 KT 공성환 상무는 "영국의 오픈리치는 2005년에 분리가 됐으며, 2006년부터 영국의 유선 및 음성전화요금이 9.2% 인상됐다"며 "영국 통신사업자 투자현황을 보면 4개 부문 중 오픈리치만 설비투자가 줄어들었는데, 서비스 기반 경쟁으로 갈 경우 소비자에게 편익이 돌아갈 것인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 상무는 이어 "현재의 필수설비제도를 개선한다면 이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다른 사업자의 무단사용을 정비하고, 적정한 대가를 산정하며, KT 뿐만 아니라 설비를 보유한 다른 사업자도 이를 의무제공하도록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수설비를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현제도를 개선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것. 

이와함께 공 상무는 "설비의무제공제도와 관련해서 다른 사업자들의 가장 큰 불만이 정보의 비대칭성에 있는 것 같다"면서 "정부 및 사업자와 협의해서 비대칭성은 상당부분 해소하도록 하겠지만, 제도가 아무리 잘 정비돼도 무단사용이 지속되면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성기현 사무총장은 "처음부터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망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관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가격을 올리니 무단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지난해 거의 정리했는데 방송사업자라는 이유로 차별적인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정태철은 상무도 "KT 전주 및 관로를 분리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필수설비의 동등접근을 보장하는 최적의 방안이라 본다"며 "KT가 후발사업자에게 내부와 같은 절차와 조건으로 필수설비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필수설비 제공제도가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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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얼마 전 KT-KTF 합병이 경쟁상황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 두 회사의 합병을 조건없이 허용키로 했다. 현재는 최종 인가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만 남아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진성호 의원은 "오늘 토론회는 KT-KTF 합병에 영향을 주려고 마련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뒤 "정기적으로 현재 망을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지 알아보는 자리로 마련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