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설비 의무제공…해외 사례는?

일반입력 :2012/03/09 15:59    수정: 2012/03/09 16:08

정윤희 기자

관로·광케이블 필수설비 개방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다. 관로를 개방하라는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의 이용사업자 진영과 이를 거부하는 KT가 팽팽히 맞섰다.

9일 서초동 심산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KT 관로·광케이블 필수설비 개방 공청회에서는 해외 사례와 파급 효과 등을 놓고 토론을 벌였지만, 양측의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공청회는 이상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의 유럽, 미국, 일본 시장 사례 발표로 시작했다.

EU의 경우 지난 2010년 9월 차세대가입자망(NGA) 개방정책을 발표했다. 네트워크 인프라 시장에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할 경우 토목 인프라에 대한 개방의무 뿐만 아니라 FTTH, FTTN의 광케이블 개방의무를 부과토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광가입자망(FTTx) 개방을 명시하면서 FTTH가입자망의 종단구간 개방, FTTH 가입자망 세분화 제공 등 구체적 의무를 명시한다. 이에 따른 투자저해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공대가에 차세대 네트워크에 투자하는 사업자가 직면하는 위험에 대한 프리미엄을 제공대가에 반영토록 허용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관로제공을 의무화했다. 경쟁사업자는 관로에 회선을 설치할 수 있으며 관로의 1/4을 제공받을 수 있다. 광케이블은 관로의 공간이 부족한 경우에만 허용되는 조건부 의무화 형태다.

프랑스에서도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다른 사업자의 광FTTx 구축을 위해 가입자회선 관로 접속을 허용한다. 이에는 관로접속 및 직간접 기반시설의 제공도 포함된다.

영국 역시 지배적 사업자에 대해 물리적 인프라 접속을 의무화했다. 광케이블에 대한 물리적 접속의무를 부여하지 않았으나 가입자망세분화(LLU)를 통해 효과적으로 광가입자망을 개방한다.

미국의 사례는 다르다. 당초 미국은 시내망의 경쟁활성화 조치 중 하나로 기존 시내전화사업자에게 세분화된 망요소 제공을 의무화했지만 투자유인 저하를 우려해 지난 2005년 이를 철회했다.

일본은 전주, 관로 등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지배적 사업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설비의 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이용사업자가 요청한 관로, 전주 등을 제공한다. 광케이블은 세분화제공의무를 통해 개방하고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개방을 해야 된다는 규정만 있지 개방에 따른 문제점은 표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객석에서는 “한국도 유럽처럼 개방해야 된다”거나 “한국 상황과는 다르다” 등 찬반 의견이 터져 나왔다.

패널로 참석한 강현민 KT 부장은 “통신산업에서 해외 사례를 들 때 보통 미국, 영국, 일본을 들지만 발표 자료는 서유럽 국가 위주로 구성됐다”며 “의도적으로 광케이블 개방 의무가 많은 나라만 표시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박사는 “동유럽의 경우 한국과 시장 상황이 달라서 포함하지 않았다”며 “의도적으로 자료를 작성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현재 방통위는 KT의 필수설비 개방에 대한 고시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은 KT가 사용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150%에서 120%로 줄여 다른 통신사 케이블의 이용 공간 확대, 지난 2004년 구축 설비에서 3년 이상 된 구축설비로 광케이블의 제공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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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지난 2009년 선후발 사업자 간 경쟁여건 개선 및 차세대 네트웍크 투자 확대를 유도키 위해 설비제공제도 개선 등을 KT-KTF 합병 인가 조건으로 부여했다.

관로는 통신서비스를 위해 10~15cm 직경으로 지하에 매설된 광케이블, 동케이블 등의 필수설비다. 현재 KT는 전국에 34만개의 통신관로를 가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325개를 임대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