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설비를 국내 굴지의 SK와 LG재벌에게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KT)
“방통위는 KT-KTF 합병을 취소하거나 사업을 정지하는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재야 한다.”(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KT와 SK브로드밴드가 필수설비 제도개선을 놓고 크게 한 판 붙었다.
SK브로드밴드는 7일 LG유플러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에 KT 필수설비 조직을 ‘구조분리’ 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제출하면서, KT에 전면전을 선포한 상태다.
건의문에는 “KT의 필수설비의 관리와 임대를 전담하는 조직을 법적으로 분리해 별도의 회사로 운영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KT와 후발사업자 간 필수설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KT의 구조분리를 주장했다.
반면, KT는 “필수설비 구조분리는 2009년 방통위가 면밀한 검토 끝에 필요 없다고 결론내린 사항”이라며 “KT 필수설비를 대체할 시설이 충분하고 이 같은 요구는 특정 재벌사업자의 투자비용을 줄이려는 재벌 특혜 지원 정책”이라고 맞받았다.■1조원대 싸움 “물러설 수 없다”
SK브로드밴드 진영은 KT의 필수설비 제공이 확대되면 인입관로를 이용해 광케이블을 포설하고 지·간선망 및 백본망 등 연계구간 투자가 확대돼 최대 1조3천300억원의 투자가 가능해진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통신 산업의 전후방 연관효과는 2조9천억원, 고용창출은 1만5천명, 부가가치 창출은 5천90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SK브로드밴드 측의 설명이다.
반면, KT는 자사의 필수설비 제공으로 설비경쟁이 둔화될 경우 향후 5년간 약 1조5천억원(KT 6천872억원, 이용사업자 8천199억원)의 투자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KT는 이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1만6천400개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사안을 놓고 양측이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의 말이 맞든 필수설비 제도 개선에 따른 경제적 가치가 1조원대에 이른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크림 스키밍도 풀어야 할 과제
양측의 논리를 정리하면, SK브로드밴드 측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KT의 설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후발사업자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 경우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연계투자비 확대로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KT는 설비를 임대해 줄 경우 후발사업자들의 투자는 더욱 축소될 것이고, 자사 역시 투자 유인책이 사라져 투자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통신 분야에서 서울·수도권 및 광역시 등 돈이 되는 인구 밀집 지역에만 설비를 구축하고 그렇지 않은 시외지역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크림 스키밍(Cream Skimming)’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KT 측의 설명이다.
2005년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LG유플러스(당시 LG파워콤) 역시 아파트를 중심으로 광랜 서비스를 적극 보급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한 공사업체 관계자는 “1Km 선로를 구축하는데 2억원이 드는데 회수비용이 1천만원이라면 사업자는 투자 안 한다”며 “때문에 필수설비 제공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KT 공사업체 관계자는 “10원을 들여 공사를 했는데 원가를 보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싸게 임대해야 한다면 KT가 재투자를 하겠느냐”며 “공사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초기에는 SK브로드밴드 등의 관로임대에 따른 공사가 늘어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KT의 투자 위축뿐만 아니라 SK브로드밴드 등의 투자도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 관점 필요
이 같은 양측의 다툼은 지난 2009년 KT-KTF가 합병하면서 방통위가 인가조건으로 ‘전기통신설비의 제공조건 및 대가 산정 고시’를 강화하면서다.
SK브로드밴드 진영에서 방통위에 KT의 필수설비 구조분리, 합병취소, 사업정지 등의 제재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논쟁은 어느 한 쪽의 주장이 전적으로 옳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KT가 공정경쟁을 위해 관로 등 독점적 요소가 있는 부분은 개방해야 하지만, 필수설비 개방 폭을 넓혀 후발사업자들이 경쟁소외 지역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도 KT의 설비를 이용하는 것이니만큼 품질경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신서비스가 대용량 멀티미디어 환경으로 진화하면서 고속전송이 가능한 망의 고도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현재 100Mbps급 FTTH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22%에 불과하다. 유사 FTTH 서비스로 불리는 광랜(35%), xDSL(13%), HFC(28%)에 이르고 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 1Gbps급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고 멀지 않은 시일 내에 100Gbps 시대가 다가온다는 점, 광대역 모바일 서비스 역시 유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유선 필수설비만 문제?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필수설비 논쟁이 비단 유선의 문제뿐만 아니라 유무선 통합 환경에서 무선까지 아우르는 정책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선에서 KT의 필수설비가 공정경쟁과 경쟁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소라면, 무선에서는 주파수가 이에 해당한다.
과거 KTF(현 KT)와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이 끊임없이 SK텔레콤의 800MHz 주파수 독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것이나, SK텔레콤을 이동전화 재판매(MVNO) 의무제공사업자로 지정해 설비제공을 의무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무선 결합판매가 일반화 된 상황에서 유선의 경쟁 활성화만으로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전화,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이미 케이블을 포함해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는 경쟁시장이다.
따라서 통신시장의 경쟁 활성화, 이에 따른 통신요금 인하라는 정책의 취지를 살리려면 필수설비 제도정비와 함께 급속하게 확산되는 무선데이터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위한 대안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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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MVNO 사업자들은 비현실적으로 산정된 데이터 도매대가로 인해 요금제 설계는 물론 서비스 제공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일단, 방통위는 9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심산기념문화센터에서 관련 공청회를 열고, 관로 및 광케이블 개방 관련 해외사례와 고시개정에 따른 시장경쟁 및 공사수주량 파급효과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