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가 턱밑까지 추격한 한국 게임사는

일반입력 :2012/03/02 11:41    수정: 2012/03/08 15:48

전하나 기자

김미영 소셜인어스 대표는 게임업계에 드문 여성 CEO다. 그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포스트 박지영’이라며 컴투스를 창업한 박지영 대표에 비견하기도 한다.

단순히 여성 CEO여서 받는 평가가 아니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게임으로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페이스북이라는 신생 게임 플랫폼에서 소셜인어스처럼 성공을 거둔 국내 개발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소셜인어스는 지난 2010년 2월 설립됐다. 이 회사가 서비스 중인 보드게임 ‘VNH 포커’는 출시되지마자 단숨에 인기를 얻었다. 페이스북에서 활동 중인 국내 업체 중 최초로 100만 MAU(월간 액티브 이용자)를 기록했고 한때 150만 MAU까지 치솟으면서 페이스북 포커분야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포커 게임은 페이스북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분야죠. 특히 시장을 선점한 징가가 ‘징가 포커’로 독보적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요. 물론 1등 징가와 저희를 포함한 나머지 업체간 성적에 격차는 좀 나지만 후발주자로서 징가의 유저풀을 나눠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 같은 성과에는 김 대표의 오픈플랫폼과 웹게임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큰 몫을 했다. 그는 창업 직전 엔씨소프트에서 웹게임 서비스를 맡아 일했다.

“아이온 출시 전에 웹이랑 게임을 연동하는 플랫폼 연구를 했습니다. 사실 웹게임에 대한 관심은 전부터 있었어요. 흔히 생각하는 온라인게임이 영화같다면 웹게임은 완전히 정해진 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만화나 소설 같은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던 중 페이스북을 만났다. 페이스북은 별다른 유통 과정 없이 이용자들과 게임을 직접 연결했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혁신이었다.

“말 그대로 ‘아 이거다’ 싶었어요. 웹게임의 재미를 어떻게 플랫폼으로 구현해낼까 고민했는데 페이스북이 이를 이상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으니까요. 여기에 이용자들간 자연스러운 교류와 소통이 게임으로 유입되니 더 매력적일 수밖에요.”

하지만 최근들어 페이스북 게임의 성장 둔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부쩍 높아졌다. 이에 따라 ‘소셜게임 붐이 사라졌다’ 혹은 ‘페이스북과 게임의 허니문은 끝났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대표 역시 페이스북이 폭발성장을 지나 성숙기에 접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한다. 다만 ‘소셜게임이 거품이었다’와 같은 지적은 섣부른 판단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SNS로서의 수명은 장담할 수 없지만 소셜게임 플랫폼으로는 페이스북의 대체재가 나오기 힘들 거라고 봅니다. 페이스북을 최종적 지향점이 아닌 하나의 관문으로 볼 때에도 게임 개발사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시장임은 틀림없습니다.”

자신감은 이미 장전됐다. 투자도 그래서 받을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스톤브릿지캐피털로부터 1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창업 초기에는 투자 제의를 거절했으나 이제는 누군가의 돈을 투자받아 의미있게 쓰고 되갚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단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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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파클 온라인(Farkle Online)’이라는 후속작도 선보였다. 주사위를 소재로 한 게임이다. 연내 다른 장르로 모바일 게임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우리가 쌓은 노하우를 재밌는 게임을 만들어가는데 써야죠. 소셜인어스는 끊임없이 스타트업이 돼가며 도전을 이어갈 겁니다.”

‘베리나이스핸드(VNH·멋진 경기였어)’ 짜릿한 승리를 거둔 위너에게 건네주는 축하 인사. 소셜인어스가 페이스북 강자가 돼 이 말을 도로 들려줄 날이 머잖았단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