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3등은 주목받지 못한다. 2등보다 서러운 것이 3등이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역전의 시나리오에 3등은 없다. 요즘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K팝스타’에서도 3등에게는 패자부활전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엔타즈는 3등 모바일게임 업체다. 모바일게임회사 중에 매출 200억원 넘어선 곳은 게임빌, 컴투스, 그리고 엔타즈가 유일하다. 하지만 엔타즈를 알아주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그런 엔타즈가 지난 2000년 설립 후 12년 외길을 걸어온 끝에 절치부심 각오를 다졌다. 올해 판도 역전을 노린다는 다짐이다.
이 회사의 김현수 대표는 “모바일게임 업계에서 100여명 넘는 인력과 10여년 지속된 라인업을 갖고 있는 회사는 몇 되지 않는다”며 “그 중에서도 엔타즈는 초기 펀딩을 받거나 안정적인 모회사를 두고 있던 다른 회사들과 달리 진짜 뼛속부터 벤처로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엔타즈가 지금의 모바일게임업계 양대 대표주자로 불리는 컴투스, 게임빌을 이긴 시절도 있었다. 김 대표는 “피처폰 게임이 인기를 끌던 2004년, 이통사 KT 마켓 전체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가운데 매출 1등을 달성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그가 “이대로라면 1~2년 안에 코스닥 상장도 가능하리라고 봤다”고 말할 만큼 그 당시는 엔타즈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잘나가던 엔타즈는 2006년 돌연 모바일게임 사업을 접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그 도전이 바로 350만 회원의 전설 ‘무료게임타운(무게타)’이다. 김 대표는 “무게타는 지금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SNS”라며 “당시로선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무게타는 게임 외에도 쇼핑, 폰피, 메신저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데이터통화료와 정보이용료 없이 제공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한달 페이지뷰만 20억이 넘을 정도로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엔타즈는 벌어들인 매출액을 쏟아 부으며 ‘무게타 올인 베팅’을 택했다.
그러나 그것이 패착이었다. 상상치도 못한 유지비용이 들었다. 김 대표는 “무게타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서버, 브라우저에 투자하는데만 너무 많은 돈이 들다 보니 무게타로 발생한 수익도 까먹기 바빴다”고 했다. 결국 코스닥 갈 기회는 놓쳐버리고 말았다.
물론 실패는 의미있는 교훈들을 남겼다. 그는 “무게타는 엔타즈의 향후 10년에 밑거름이 되는 시행착오”라며 “남들이 하지 않은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스마트폰 시대에 남다른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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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엔타즈는 30여종의 스마트폰 게임을 가열차게 내놓을 계획이다. 이미 성공 가능성도 엿봤다. ‘트레져 헌터’, ‘아이라’, ‘격투 무한대전’, ‘후르츠 팡팡’ 등을 스마트폰 버전으로 선보인 뒤 지난해 9월 티스토어에서만 10억 매출을 달성했다. 당시 티스토어 전체 매출의 10% 가량을 차지한 성적이다.
김 대표는 “사실 지난해에는 기존 피처폰 라인업을 스마트폰에 이식하는 것 외에는 시장에 별달리 대응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다르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무게타로 쌓인 엔타즈의 운영 노하우와 기술력, 도전정신이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