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훈 후지 “아그파, 코닥 무너져도 우리는..."

일반입력 :2012/02/20 16:57

후지필름의 디지털 카메라 사업 행보가 심상치 않다. 후지필름은 지난해 봄 X100을 시작으로 X10, X-프로1, X-S1 등 매우 비싼 카메라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가격을 살펴보면 70만원대 콤팩트카메라, 90만원대 26배줌 카메라, 렌즈 하나 갖추면 200만원이 넘는 미러리스 카메라로, 경쟁사의 동일 제품군과 비교해 배 이상 비싸다.

이는 후지필름홀딩스 본사가 기존 파인픽스와 달리 신규 라인업 X시리즈는 고사양, 고성능, 고화질을 강조한 까닭이다.

이미지 센서 크기가 같더라도 독자 기술을 더해 보다 고화질 촬영을 가능케하고, 콤팩트 카메라 X10의 경우 4배줌에서도 꽤 밝은 조리개값인 F2.8을 유지한다. 미러리스 카메라 X-프로1의 후지논 렌즈 3종은 모두 단렌즈로 제작됐다. 일반 줌렌즈보다 뛰어난 화질로 촬영할 수 있다는 고집 때문이다.

이처럼 기술력과 X시리즈의 브랜드를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일반 소비자들이 이 가격을 수용하기는 어렵다. 또 국내서 후지필름의 브랜드 이미지는 신제품이 표방하는 프리미엄과는 거리가 멀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후지필름 카메라가 국내서 얼마나 팔릴지 의문을 품는 시선이 주를 이룬다. 이에 한국법인의 임훈 부사장은 “쉽지는 않지만, 해볼만 합니다”고 첫말을 뗐다.

■“비싸도 살만한 가치가 있어야”

임 부사장이 카메라 업계에 입문한지는 약 3개월이 지났다. 그간 IT기기 유통 업무만 주로 맡아왔던 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후지필름 국내법인 업무 총괄을 위해 합류했다.

그런 그가 말하는 ‘해볼만 한 것’은 유통망 정착이다. 자신의 장기는 유통이란 것이다. 그는 제품이 수준 이상 받쳐주기만 한다면 그 제품이 무엇이든 유통 세팅은 자신있”고 말했다. 반면 쉽지 않다는 것은 고가의 신규 제품군 프리미엄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사실 국내선 후지필름의 신제품보다 더 비싼 카메라도 잘 팔린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라이카다. 후지필름 본사가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와 같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른 나라 시장과 비교해 아주 비싼 제품군이어도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한국엔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잘 팔리는 비싼 제품은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다졌기 때문에다. 임 부사장은 이 부분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동안 유통 일을 해오면서 ‘너같으면 사겠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했습니다. 자기도 안사는 제품은 팔기도 어렵습니다. X10의 경우 제가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실제로 국내에서 후지필름 X10 1호 구매자다. 자기 회사의 제품을 사는 것을 두고 누구나 사고 싶은 제품으로 볼 수는 없다. 이에 임 부사장은 X10 판매량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답했다.

임 부사장에 따르면 지난 가을 국내 출시된 X10은 양판점이나 할인점을 제외하고 온라인에서만 판매됐다. 그는 X10이 단일 기종으로 지난 12월 판매량 11위를 차지한 점을 치켜세웠다.

그는 특히 상위 20위 내 제품 평균 판매가는 25만원인데 X10은 이보다 3배나 비싼 카메라라고 강조했다. 비싸더라도 살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이면 잘 팔린다는 것이다.

■코닥과 후지의 차이는 실행의 문제

후지필름은 지속적으로 X시리즈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카메라 시장이 후지필름이 공략하는 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이 회사는 보고 있다. 즉 프리미엄 카메라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게 후지필름의 전망이다.

임훈 부사장은 지난 2009년부터 콤팩트카메라 시장이 줄고 있다며 이 시장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보급형 DSLR 시장도 미러리스 시장으로 일부 움직이고 있다며 카메라 시장은 줄고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군은 오히려 확대되는 모양새라고 덧붙였다.

다만 카메라 시장 변화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무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임 부사장은 남들이랑 다르게 하기 위해서 한국 시장에 진출했는데, 매출 목표를 맞추기 위해 무리수를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법인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시장 공략에 나선다면, 본사는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해 보다 빠르게 움직인다고 그는 설명했다.

아그파와 코닥이 차례대로 무너진 상황 속에, 후지필름은 시장 변화를 제대로 인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필름 회사들이 연이어 파산하는 것과 달리 후지필름은 사업 다각화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후지필름홀딩스의 전체 매출에서 필름은 1%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임 부사장은 본사 CEO는 코닥이나 후지나 시장 변화 예측은 했지만 결국 실행의 차이가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며 디지털 카메라 시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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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카메라 시장이 성장할 것은 다른 카메라 회사도 인식하고 있으며, 후지필름이 한발 앞서나갔다는 설명이다.

그는 필름을 만드는 기술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다가 지금처럼 성공했다며 파인픽스가 X시리즈로 가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