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철 전 한국통신(현 KT) 사장이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비통신 진영의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망중립성 관련 논의 탓이다.
청와대는 14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계철(행정고시 5회, 73세) 전 정보통신부 차관을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1967년 옛 체신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정보통신부 차관을 역임한 정통관료 통신맨이다. 퇴임 후 KT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2000년까지 통신사업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ISDN을 현재 초고속인터넷 기술인 ADSL로 교체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이 내정자의 경력 때문에 향후 논의될 망중립성 문제에서 통신 진영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지만 통신사가 망중립성과 관련해 주장하는 '무임승차론'에 무게가 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삼성과 KT의 스마트TV 사태가 삼성의 기선제압으로 일단락 된 상황에서, KT와 협상을 앞둔 인터넷 업계에도 긴장감이 팽배하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이 내정자는 강직, 청렴의 대명사”라며 “통신전문가이니만큼 산적한 현안들을 잘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KT와의 관계가 크게 악화된 때에 KT 출신이 방통위원장에 내정되면서 삼성전자가 긴장했다”며 “앞으로 두 회사 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이날 삼성전자와 KT는 스마트TV 인터넷망 사용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로 합의했지만 휴전의 성격일 뿐, 상황이 종료된 것은 아니다.
이는 인터넷 트래픽을 과하게 유발하는 기기 혹은 서비스를 팔면, 망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현재 진행이다.
방통위는 출범 초기부터 이 문제에 대한 업계 의견을 들어왔을 뿐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최근 KT가 망 부하를 유발한다며 삼성전자 스마트TV에 대한 인터넷 연결을 끊은 것도 방통위의 확실한 입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삼성전자는 이동통신사들과 망 중립성 문제를 놓고 싸워야 할 입장이기에 이 내정자가 어떤 정책을 제시할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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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관계자는 “KT와 논쟁할 사항은 논쟁하지만 기존처럼 협력도 이어갈 것”이라며 “방통위와 관련해서는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식 취임하면 최시중 전 위원장의 잔여 임기인 오는 2013년 3월까지 방통위를 이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