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의지 강하다"

일반입력 :2012/02/08 13:31

남혜현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정 근로자들의 백혈병 문제에 대해 적극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작업장에서 생기는 질병 관련 문제를 모두 보상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은 고수했다.

8일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백혈병 문제는 삼성이 진정성 가지고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어떤 형태로든 이 문제를 매듭짓고 싶다"고 말했다.

이같은 입장 표명은 삼성 반도체 사업장 근로자들의 백혈병 발병과 관련, 작업장 환경이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잇달아 발표되면서 나온 것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페어차일드코리아 등 3개 기업의 반도체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일부 공정에서 발암물질인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이 발생했다고 6일 발표했다.

연초에는 환경단체 그린피스 스위스와 스위스 시민단체 베른 선언이 선정한 '인간과 환경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 세계 시장의 주요 대기업' 후보에 삼성이 오르기도 했다. 이 후보에는 삼성을 비롯해 도쿄전력, 발리, 바클레이스, 프리포트맥모란, 신젠타 등 6개 기업이 거론됐다.

두 단체는 삼성이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고농도 독성 물질을 사용해 암을 불러왔지만 삼성은 이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사장은 "그린피스가 지적한 내용을 보면 140명 발병 중 50명 사망이라고 했는데, 이 병명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라며 "그 병과 소위 작업장 환경이 어떤 관련이 있느냐가 전혀 검증이 안됐고, 삼성 반도체 사업장을 거쳐간 사람들이 병을 앓게 되더라도 그 모든 병이 다 (보상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간 삼성전자는 자사 반도체 공정 근로자들의 백혈병 발병과 관련, 작업장 환경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인바이론이 조사한 반도체 공장 역학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1, 3라인 과거노출 재구성 조사 결과 과거 근무환경과 암 발생 사이 연관성이 없다”며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이 모든 시료에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이 부사장은 "지난해 삼성이 세계적인 전문가들을 초빙해 반도체 공정 발암물질 관련 조사를 했지만 그 결과는 단순한 산업 안전 문제를 이미 벗어나 있다"며 돌이켜 보면 (삼성이) 태도(behavior)에 잘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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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근로자 안전 문제의 제일 큰 이해 당사자는 회사"라며 "수천명이 지금도 (해당 공정에서) 일하고 있는데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건강에 불안을 느낀다면 지속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날 삼성전자를 비롯해 반도체 사업장을 보유한 기업들이 근로자의 백혈병 등 피해에 대한 과오를 인정하고 대책을 강구하라는 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