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슈퍼볼 경기의 또 다른 볼거리로 '광고 전쟁'이 꼽혔다. 수많은 기업들이 단 하루, 찰나의 광고 전쟁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
美CBS는 5일(현지시각) 올해 슈퍼볼 광고 전쟁에 기업들이 평균 350만달러(약 39억원)를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광고 시간이 30초 남짓이라는 걸 감안하면, 초당 1억3천만원짜리 홍보인 셈이다.
단가가 비싼만큼, 효과적이라 생각되는 광고 요소들도 모두 동원됐다. 슈퍼볼은 미국 미식축구 챔피온 결정전이지만, 전세계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큰 경기다. 1억명이 넘는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기업들은 유명인사나 성(性), 향수 등 다양한 요소를 광고에 녹였다.
IT제품 외에도 식음료, 의류, 자동차 등 다방면 기업들이 모두 광고에 집중했다. 이들 중 일부는 슈퍼볼 광고 사이트를 별도로 만들고 소셜네트워크로 공유하게 하는 등 이벤트도 함께 진행했다.
■최대 광고액을 쏟아부은 삼성은?
올해 슈퍼볼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쓴 회사는 삼성전자다. CBS에 따르면 삼성은 90초짜리 '갤럭시노트' 광고에 1천800만달러(약 201억원)를 지불했다. 삼성은 경기 일주일전부터 광고 예고편을 내보내며 시선을 끌었다.
광고 본편은 시청률이 가장 높은 마지막 4쿼터에 방영됐다. 애플 아이폰을 구매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삼성 스마트폰을 발견하곤 줄을 이탈한다는 내용으로, 그간 삼성전자가 북미시장에서 꾸준히 선보인 구성과 비슷하다.
다만 이번엔 '자유, 축제'의 개념을 덧붙였다. 갤럭시노트를 받아든 사람 중 한 명이 이제 자유라고 말하는 장면은 더 이상 아이폰을 사러 줄 설 이유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이어 자유의 상징인 락 밴드가 등장하고, 사람들은 모두 줄을 이탈해 흥겹게 노래하고 춤춘다. 폭죽이 터지고 길거리가 축제의 공간으로 뒤바뀌자 이들은 갤럭시노트로 이 장면을 찍고 전용 펜으로 메시지를 남긴다.
삼성은 이 광고로 북미시장의 스마트폰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지난 갤럭시S 광고에서 효과를 본 문구 차세대 기술은 이미 여기에 와 있다(Next big things is already here)를 슈퍼볼에서도 다시(Again) 활용했다.
씨넷은 슈퍼볼 전반 경기에 선보인 광고 중 '베스트바이'가 기술관련 가장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평했다.
대부분 기업 광고들이 우리 아직 살아 있다, 우린 아직 노력하다고 말한 반면, 베스트바이는 그간 소비자가 생각한 기업 이미지를 전면 재평가해달라고 요구한 것.
광고는 첫번째 휴대폰 카메라를 창조한 필립 칸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문자 메시지, 시리 등 휴대폰 관련 기술 개발자들을 잇달아 등장시킨다. 이들이 우리의 삶을 더 즐겁고 의미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하기 위한 것.얼핏 유통전문점인 베스트바이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베스트바이는 여기서 한 발 나간다. 위 열거한 업체들이 '더 나은 기술'을 만들었다면, 자신들은 '휴대폰을 사는 더 나은 방법'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광고 마지막 장면, 일렬로 늘어선 베스트바이 직원들은 진지하게 말한다.
우리는 휴대폰을 사는 가장 나은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그것이 어디의 제품이든 어떤 이동통신사든 모두 우리가 제공합니다.
■에일리언이 탐내는 하이브리드카VS 뱀파이어를 녹이는 백라이트
자동차 광고도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쉐보레는 '에일리언이 탐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아우디는 '뱀파이어를 녹이는 LED 백라이트'를 강조했다.
먼저, 쉐보레. 어느 지구의 주차장, 에일리언들이 '쉐보레 볼트(Chevy Volt)'를 황홀하게 바라본다. 그들은 이어 손가락으로 자동차 모형을 만들어 내며 기술 분석에 집중한다.
이들을 발견한 자동차 주인의 탄식. 아, 이번주에만 벌써 세번째야. 탄식을 하는 차 주인에 에일리언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며 이 자동차를 만들 '비법'을 알려달라 조른다. 핵심 기술은 디자인과 저전력 하이브리드였다.아우디는 뱀파이어를 등장시킨다. 달이 뜬 숲속의 깊은 밤. 이빨을 드러낸 뱀파이어들이 파티를 즐긴다. 이때 오솔길 너머로 아우디가 등장한다. 이 차의 주인 역시 뱀파이어. 인생은 역시 파티라고 말하는 그는, 오늘의 주식인 '혈액'을 긴급 이송 중이다.
문제는 아우디가 파티 장소에 도달하고 나서. 그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동료 뱀파이어를 헤드라이트가 비추자 모두 순식가에 타들어간다. 아우디의 LED 헤드라이트가 대낮보다 밝다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연출이다.■애플 시리도 탐낸다 '도리토스'
유명 스낵 '도리토스'도 슈퍼볼 광고에 합세했다. 애플 시리를 빗댄 휴대폰 음성명령 시스템'수지'를 등장시켰다.
광고엔 슈퍼볼 경기를 관람하는 듯한 두 남성이 등장한다. 이들은 관람 중간에 수지에 피자 주문을 해달라고 요청,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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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신이난 남성들은 수지, 수지도 도리토리를 좋아해?라고 놀리자 발끈한 수지가 기계 손을 뻗어 도리토스를 뺏어 먹는다는 설정이다.
씨넷은 이 광고에서 더 주목되는 부분은 시리를 '여성 인격'으로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애플 사용자들의 마음을 끄는 요소를 이 광고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