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D 수급 부족, 서버업계 강타

일반입력 :2012/02/02 08:49    수정: 2012/02/02 08:54

지난해 태국홍수로 벌어진 세계적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품귀현상이 국내 서버업계 매출에 악영향을 끼쳤다. 납기지연 우려에 따른 고객들의 주문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상반기 서버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버업체들의 매출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서버 유통업체 A사 관계자는 “지난 4분기 글로벌 벤더들의 서버 매출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며 “각 업체들이 분기 매출목표를 채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달로 회계연도 1분기를 마감한 한 글로벌 벤더는 유닉스와 x86서버 사업의 분기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한국IBM, 한국HP, 델코리아 등 국내에서 활동 중인 서버 업계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서버업계에서 4분기는 성수기로 통한다. 공공기관이 IT예산을 대거 집행해 시장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4분기 서버실적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위축이 컸다는 것을 입증한다.

시장 축소를 이끈 표면적인 이유는 HDD 수급부족 현상이다.

또 다른 국내 서버유통업체 B사 관계자는 “11월 이후 공공기관을 비롯한 고객 다수가 HDD 수급부족에 따른 납기 지연을 우려해 주문을 취소했다”라며 “현재 HDD수급문제로 초래된 시장 축소현상이 매우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태국 홍수로 HDD 품귀현상, 가격폭등

지난해 여름 태국에 닥친 홍수는 씨게이트, 웨스턴디지털, 히타치GST 등 HDD제조업체의 공장을 침수시켰다. 이에 HDD 품귀현상이 개인소비자 시장에 벌어졌고, 가격폭등도 동반됐다.

소비자 시장과 달리 서버업체들은 HDD가격 인상을 제품가에 반영하지 않고 납기 지연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세계적인 유통망과 부품공급망을 갖고 있는 글로벌 서버업체들은 사전에 확보한 물량으로 버텼다.

하지만 이내 서버업체들의 재고물량도 바닥을 드러냈고, 분기마다 이뤄지는 신규 HDD 구매계약으로 가격도 올랐다. 11월 들어 국내에 들어온 서버업체 한국지사들은 미리 확보했던 재고를 거의 소진했다.

국내 고객들이 HDD수급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점을 인지하기 시작한 고객들이 주문 자체를 취소하고 있는 것이다.

HDD 부족현상에 따른 시장 영향은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문제는 후폭풍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세계 물량의 70%를 차지하는 HDD제조업체들의 태국 공장들이 모두 침수된데다, HDD 핵심부품인 모터생산까지 중단돼 정상화가 늦어지는 상황이다. 웨스턴디지털의 경우 9월에나 생산을 정상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서 1년간 20만개 이상의 x86용 HDD 소진돼

HDD제조업체로부터 가장 많은 물량을 거래하는 업체는 단연 서버업체다. 랙마운트 서버의 경우 최소 2개의 HDD를 장착하게 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국내에서 1년간 서버로 소진되는 x86 서버용 HDD 수만 20만개를 훌쩍 넘긴다.

국내 서버업체 관계자는 “HDD 수급부족 현상이 일러도 5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HDD가격인상은 구매 규모로 상쇄한다고 해도 재고 자체가 없는 현상이 더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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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은 가상화와 클라우드 등 현재 IT시장에 불고 있는 트렌드의 영향탓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가상화나 클라우드 모두 기존보다 IT비용을 절감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하드웨어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3년 전 가상화와 비용절감 문제가 해외부터 본격 대두될 당시 서버업계는 매출감소를 우려했다. 작년부터 국내도 기업의 가상화 도입이 늘면서 서버시장 자체가 줄었다는 풀이다. A 유통사 관계자는 “가상화 추세 이후 소수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놓치면 그만큼 매출타격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