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과-여가부, 막무가내 게임 삼국지

일반입력 :2012/02/01 16:28    수정: 2012/02/01 16:34

전하나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여성가족부에 이어 이번에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 모든 게 다 게임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교과부가 현재의 게임물등급위원회를 본딴 ‘건전게임심의위원회’를 발족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안은 청소년이용불가등급을 제외한 게임물 사전 심의를 골자로 하며 학교폭력근절대책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오는 6일 (게임 규제 관련) 구체적 내용을 포함해 학교폭력종합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업계는 크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내용의 규제가 추진될 경우 지난 12월 입법이 이뤄진 게임물 등급분류 민간 이양이 자칫 발목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미 민간 이양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시행령 제정만을 남겨둔 상황”이라며 “교과부가 사전 심의제를 추진한다면 국회 입법권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게임물 자율심의에 대한 대의를 해칠 수 있는 복병은 또 있다. 여가부가 연내 설치하려는 평가자문위원회가 그것이다. 셧다운제 사후조치 차원에서 구성되는 위원회는 게임물 중독성과 평가척도 타당성을 검토하게 된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게임위의 심의 업무가 민간으로 이양되면 여가부가 해당 위원회에 게임 콘텐츠 유해성 심사 권한까지 부여할 것이란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같이 전방위 규제 압박을 받고 있는 게임업계는 무엇보다 규제당국의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한다. 여기에는 셧다운제가 여가부의 소관 법률인 청소년보호법에 담기면서 ‘절름발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문화부가 심의업무마저 교과부에 빼앗길 경우 회복불능의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다.

상황이 이렇자 문화부는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1일 문화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진흥과 규제는 일원화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곽영진 문화부 1차관은 “하나의 현안을 두고 관련 부처가 여럿일 수는 있지만 규제와 진흥을 함께 고민하면서 게임 역기능과 순기능에 대해 양면을 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문화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김갑수 콘텐츠정책관도 “문화부는 균형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절충점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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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부처별로 이중·삼중의 규제가 난립하자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게임 몰이해 정권이자 헛다리 대책’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전병헌 의원실측은 “현실적으로 18대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내용은 없는데도 잇단 규제책이 불거지는 것은 임기 말 재원을 확보하고 선거철 학부모 표심을 얻기 위해 행정부와 정치권이 공조하는 것”이라며 “19대 국회에 가서 거꾸로 가는 정책들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