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업계가 열악한 국내 제작·유통 환경에 불만을 표했다. ‘뽀통령’ ‘폴총리’ 등을 앞세워 해외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국산 애니메이션이 정작 국내에선 유통 경로가 막혀 수익성이 저하되는 등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1일 서울 구로구 키콕스(KIKOX) 벤처센터에서 애니메이션 업계·학계·방송사·유관단체 등 관계자 40여명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합리적인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을 위해 시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업계 대표들은 현재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실질적인 문제로 미디어 유통과 재원조달을 꼽았다.
이날 사회를 맡은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김영재 교수는 “애니메이션 지상파 TV 시청률이 하락함에 따라 방영시간이 하향이동하고 이는 결국 수익성을 약화시켜 재원조달 어려움으로도 이어진다”며 “이러한 고질적 문제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종일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장(아이코닉스 대표)은 방송사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최 협회장은 “캐나다, 프랑스 등 애니메이션 선진국에선 제작사 뿐 아니라 방송사가 산업을 이끄는데 앞장서고 있다”며 “현재 EBS가 애니메이션 업계와 모범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데 타 방송사의 적극적 참여도 동반되지 않으면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은 요원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KBS 콘텐츠본부의 이영준 부장은 “공영방송으로서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성정책을 제고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KBS 애니메이션 브랜드 파워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좀 더 경쟁력있는 방영시간대를 확보할 계획이며 편성 관련 유관부서와 협의해 곧 가시적 성과를 내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애니메이션을 일종의 ‘공공재’로 인식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애니메이션 제작 활성화를 위한 안정적 재원 조달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로보카 폴리’ 제작자로 이름을 알린 이동우 로비비쥬얼 대표는 “로보카폴리를 5년 동안 개발하면서 자금확보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애니메이션 투자에 인색한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구체적으로 제작자들의 스토리 창작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과정 등의 지원책도 요구됐다. 김강덕 알지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대표는 “3분짜리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80개국에 성공적으로 팔았는데 막상 15분짜리를 만들려고 했더니 작가도 스토리도 없더라”며 “기왕 지원하려면 근본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쪽집게’ 처방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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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업계의 애로사항을 경청한 최광식 문화부 장관은 “올해 애니메이션 산업 지원 예산을 예년보다 20% 가량 증액한 90억원을 확보했다”며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지만 애니메이션산업의 문화적 발전을 위해 공공적인 차원에서 최대한 투자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또 “업계가 전통문화를 스토리의 ‘노다지’로 여기고 다양한 소재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시도하는 노력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