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후안무치' 대기업 담합 반성문 보니

기자수첩입력 :2012/01/30 12:02    수정: 2012/01/31 17:10

남혜현 기자

세탁기, TV, 노트북 등 주요 가전제품 가격 담합에 질타가 이어지는 가운데, 관련 기업들의 후속 조치가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 2사가 지난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세탁기, 평판 TV 및 노트북의 소비자판매가격을 인상·유지하기로 한 합의를 적발하고 총 446억4천7백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담합이 이뤄졌던 지난 2009년 두 회사의 세탁기, 평판TV, 노트북 시장 점유율은 각각 87.2%, 99.3%, 52%. 사실상 시장을 독·과점한 업체들이 할인율을 낮추거나 장려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제품당 최대 20만원까지 가격을 올려 판매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공분했다. 국내 시장을 밑거름 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담합으로 소비자 주머니를 털었다는 것이다. 최대 3~5년까지 걸리는 집단 민사 소송에 소비자들의 문의가 빗발치는 것도 이런 분위기 탓이 크다.

삼성과 LG의 담합사건과 관련, 소비자 민사 소송을 준비중인 녹색소비자연대측은 소송에 참여하기 위한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소송인단 모집이 마무리되는 내달 14일까지 200여명이 넘는 소비자가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 ‘담합=해사행위’ 규제, LG는 계열사별 교육 강화

담합 적발이 문제가 되면서 기업별 대처법도 달라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담합을 해사 행위로 규정, 내달 말까지 문제 근절을 위한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담합행위에 대한 각 계열사 사장들에 대한 책임도 강조했다.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2010년부터 컴플라이언스(규제) 교육을 강하게 했으니 이후에는 문제가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면서 앞으로 담합도 부정과 동일하게 무관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담합 당사자 중 하나인 LG전자는 뚜렷한 근절 조치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담합과 관련,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시인하지만 구체적인 후속 절차에 대해 발표할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룹 차원에서는 이와 관련해 계열사 별로 관련 교육 및 내부 장치를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LG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담합 근절과 관련한) 내용을 논의 중인 것은 없다며 진행중인 (녹소연 소송) 사안이나 과징금 등 후속 사안에 따라 차근차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신고하면 과징금 100% 감면...솜방망이 처벌 때문?

담합을 했더라도 먼저 신고하면 과징금을 100% 면제해주는 '자진 신고 감면제(리니언시)'가 이같은 기업의 도덕적 해태를 불렀다는 지적도 잇달았다. 공정위가 지난해 같은 제품을 5년 내 반복해 담합할 경우 리니언시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법안을 수정했지만 기업들이 이를 교묘하게 피해간다는 것.

삼성과 LG가 담합으로 적발된 사건은 지난 2009년 이후로 3건. 2010년 11월 시스템에어컨 정부 조달 계약과 같은 해 12월 TV 정부 조달 계약도 삼성과 LG가 담합한 사실이 적발됐다. 두 회사 모두 리니언시 제도를 이용, 과징금을 100%에서 50%까지 감면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담합으로 적발될 경우 과징금은 해당 제품의 매출 10% 내외로 결정한다. 그러나 실제 부과되는 과징금 비율은 매출의 2~3% 수준인데, 이 마저도 먼저 신고한 기업의 경우 벌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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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업계서는 기업이 리니언시를 악용하지 않도록 법적인 대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근본적으로 담합을 근절할 수 있도록 기업에서도 적극적인 대처 방안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국내 생활가전 부문에서 삼성과 1위를 다투는 굴지의 대기업이라면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만큼 합당한 조치를 마련해 담합을 뿌리 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