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시중 낙마 방통위 어디로...

기자수첩입력 :2012/01/27 16:46    수정: 2012/01/27 18:36

정윤희 기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잇단 비리 의혹으로 결국 낙마했다. 이로써 내년 새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방통위는 부처 창설 이래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최 위원장은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이 떠날 때라고 생각한다”며 “방통위 자긍심이 상처가 됐고 참담한 심경”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 불거진 측근비리 의혹이 치명타가 됐다.

방통위의 수장이 비리의혹으로 물러나게 되면서 곳곳에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올해 말까지 남은 임기 동안 방통위가 제대로 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 방통위는 남은 1년 동안 공허해진 셈”이라며 “방통위의 존속여부도 내년에 어떤 대통령이 들어서는지 목 빼고 기다려야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에 대해서는 ‘태생적으로 잘못된 조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보통신부를 해체하고 방통위를 만들었으나 방송쪽과 정통부의 물리적으로 결합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가장 전문적이어야 할 부처 수장조차 IT 관련 경력이 없는 인물이 앉았다. 여기에 방통위 상임위원을 여야 추천제로 하다 보니 전문성 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좌우되는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1994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회장을 역임했다.

업계 관계자는 “MB정부의 개혁 실패의 상징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4년간 방통위가 한 일은 특혜시비만 낳은 종편선정밖에 없다”며 “MB정부의 무능함과 부패를 보여주는 총체적인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최시중 위원장의 사퇴에 따라 ‘정통부 부활론’, ‘IT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지금처럼 방통위,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등으로 분산된 업무를 한 곳에 모아 제대로 된 정책을 낼 수 있는 부처가 필요하다는 요구다.

야당인 민주당(통합민주당 전신)은 이미 방통위를 발전적으로 해체, IT와 과학기술 교육을 총괄하는 새로운 부처 탄생을 추진하고 있고 여당 역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과거 정통부와 과기부를 아우르는 미래전략부처의 적극 검토를 약속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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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IT는 국가의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하는 분야인데 주무부처가 정치적 배경만으로 좌지우지되다보니 성장 엔진이 꺼진 셈”이라며 “구호처럼 ‘IT강국’을 외쳐대지만, 실제로는 IT 산업이 후퇴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선장 잃은 방통위는 지금 바람 앞의 촛불 신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