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SW기업, "K팝 벤치마킹 해라"

김규동 KJIT회장, 아시아가 포스트 SW 메이저 시장

일반입력 :2012/01/18 09:04    수정: 2012/01/18 09:12

김효정 기자

벤처 1세대로 국내 소프트웨어(SW)산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규동 한일IT경영협의회(KJIT) 회장은 요즘 생각이 많다. 개발자 출신으로 핸디소프트 대표를 역임한 바 있는 그는 국내 SW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SW기업들의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플랫폼 비즈니스로 패러다임이 넘어가면서 경쟁력이 약한 중소 SW기업들은 자칫 애플리케이션 공급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전 세계 SW기업들의 경쟁 구도를 돌아보면, 과거 동일 분야의 제품간 경쟁에서 점차 브랜드 경쟁 시대로 변해갔다. 그리고 브랜드 경쟁에서의 승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CA, 어도비, SAP, 시만텍 등 글로벌 벤더였다.

■SW시장 경쟁구도. '브랜드 → 플랫폼'으로

그러나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그들만의 카르텔을 이제 플랫폼 비즈니스가 흔들고 있다. 그렇다.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마켓과 같은 플랫폼이 B2B 영역의 SW산업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다 준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SaaS(서비스로의 소프트웨어)가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즉 플랫폼을 지배하는 자가 향후 SW산업의 맹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애플, 구글, 세일즈포스닷컴, 아마존과 같은 기업이 MS와 오라클의 자리를 빼앗는 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SW기업의 생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진다. 토종 SW기업으로 월드스타의 타이틀을 달아 본 곳은 아직 없다. 아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것이 현 시점에서 여과 없이 바라 본 국내 SW산업계의 현실이다.

현실이 암울하다고 주저 앉아 있을 수 만은 없다. 국내 SW기업들이 모여 작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국내 SW기업, K팝 벤치마킹해 세계로~

국내 SW산업 역시 K팝(K-POP)처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성공할 수 있고, 글로벌 SW 메이저 시장이 더 이상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시아 시장의 무궁한 가능성을 고려해 한중일 3국이 힘을 모으면 두려울 것이 없다고 한다. 토종 SW기업 30개사가 회원으로 있는 KJIT가 이야기하는 '오리엔탈 특급' 프로젝트다.

3국의 SW기업 연합회와 KT·소프트뱅크·차이나텔레콤 등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 네이버·야후재팬·바이두 등 포털이 힘을 합쳐 통합 SW 브랜드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골자다.

물론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김규동 회장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국내 SW산업의 미래는 발전이 없다는 것이 그와 토종 SW기업들의 내린 결론이다.

성공 가능성이요? 1%가 채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플랫폼 전쟁이 벌어질 것이 뻔한데 참전 조차 안하면 되겠습니까. 10년 후 몰락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오리엔탈 특급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는 K팝의 성공에서 상당 부분 벤치마킹했다.

K팝을 벤치마킹했어요. 연예계에서 한국이 가진 콘텐츠(스타)와 기획력을, 일본의 자본과 글로벌마케팅 능력을, 중국의 거대 시장과 인적자원을 활용했던 것처럼 말이죠.

■키맨은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김 회장에 따르면, 한중일 각 국의 토종 SW기업들은 글로벌 벤더의 공세와 시장 흐름에 있어서 뒤쳐진다는 '동변상련'의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 누군가 나서서 이들의 손을 모아 준다면 새로운 기회가 반드시 온다고 그는 믿고 있다.

그리고 그 솔루션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이 정도 프로젝트를 추진해 세계 IT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은 손정의 회장 밖에 없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관련기사

김 회장은 이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도록 KJIT가 더 열심히 뛰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소프트뱅크와 직접 비즈니스를 논할 수 있는 KT를 통해 3국 SW기업들의 의지를 전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먼저 한국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플랫폼과 완성도 높은 SW제품을 개발하고 엮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측 협의회(MIJS)와 협력하고, 마지막으로 중국의 참여를 이끌어 내겠습니다. 시작은 작지만 끝은 창대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결코 무모한 도전으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