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정부가 소프트웨어(SW) 발전 전략을 제시한지 2개월을 넘어선 사이에 업계 현안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움직임도 느는 추세로 업계 관심을 모은다. 다만 애써 키워온 신입 인재를 중견규모 이상 기업에 유출당하는 중소SW업체들의 어려움은 올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 10월말 공생발전형 SW생태계 구축전략 보고서를 내놨다.
정부는 SW업계 공공시스템구축사업에 얽힌 문제와 관행에 따른 폐해를 지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정비와 산업 영역별 지원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제시된 대응 방안은 ▲사업간 명확한 제안요청서(RFP) 작성 ▲전문성을 갖춘 프로젝트 관리 사업자(PMO) 활용 ▲사업 진행간 공정성과 결과물의 품질을 감시하는 전문기관을 두는 것 ▲원칙적으로 대기업이 공공SI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게 만드는 규제 등이다.
■대기업 공공SI 참여제한-전문 PMO업체 등장 가시화
정부차원의 전략이 제시된데 이어 지난해말 정태근 의원 등 10인이 공동발의한 SW산업 진흥법 일부개정안이 지식경제위원회에 회부됐다.
개정 법안이 발효될 경우 정부가 구상한 전략대로 공공SI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고 프로젝트 전 과정의 규제준수여부를 감시할 수 있는 전문기관을 지정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지식경제부 장관이 관련 국가기관에 자료를 요청해 사업대가 기준을 산정하는 활동의 법률적 근거를 얻는다. 지정 담당 부처의 행정입법이 아닌 의원입법을 통해 제도적 변화가 당초 예상보다 빠를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지난주에는 한국SW전문기업협회가 프로젝트 관리 사업자(PMO)로 활동할 전문회사를 내년 3월 이내 세운다고 밝혔다. 향후 대기업 참여가 제한될 경우 발생할 공공발주기관의 업무 공백을 채우고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프로젝트 관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간 발주기관들은 전문성이 부족해 공공SI사업을 수주한 대기업에게 RFP 작성과 프로젝트 관리를 상당부분 의존해왔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PMO 전문업체 수요와 활용이 본 궤도에 오른다면 대기업 SI에 의존해온 공공발주 관행을 고칠 수 있단 얘기다.
정부는 해당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공고하고, 오는 12일까지 이 내용에 대한 국민의견을 수렴중이다.
■중소기업 인력 유출에 대응 필요한가
이처럼 대기업들이 국내 전체 SW생태계에 나쁘게 미친 영향력이 적지 않음을 정부를 비롯해 업계 관계자 대부분이 공감하는 모양새다.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SW기업들도 이같은 움직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만 공생발전형 SW생태계 구축전략에 마땅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인력 유출 문제는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았다. 사정에 따라 아쉬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거나 포기한 듯한 기업도 없지 않았다.
지난 19일 SI사업을 진행하다가 최근 패키지SW 제품도 출시한 A업체는 신입 개발자를 비교적 자주, 많이 뽑는 편인데도 인력난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회사 관계자가 밝힌 이유는 신입을 모집해 6개월씩 교육시키고 2~3년동안 실무경험을 쌓으면 중견급 이상 SI 회사로 많이 이직해 버리기 때문이라는 통상적인 인력 이동 때문이다.
더 나은 업무환경과 처우를 바라며 일터를 옮기는 당사자 입장을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다. 다만 신입 인재를 받아 새로 키울 생각을 하지 않는 기업 행태는 고쳐져야 한다는 지적은 지난 몇년간 계속돼왔다.
지난해말 지식경제부 SW정책과 정대진 과장은 정부도 현재까지 제기되고 있는 인력유출에 따른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인재 스카웃과 이직이라는 일반적인 시장 현상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 대응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인재 스카웃을 스스로 자제해 줄 것과 중소기업이 인재 당사자를 잡아둘 수 있는 유인을 강화할 것을 권고하는 선에 그친다.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을 세우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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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SW와 SI사업을 함께 해오다 최근 SI부문을 정리한 B사 관계자는 대기업이 경력직 채용을 위해 중소기업에서 키운 인재를 데려가는 건 정말 진부한 얘기라며 한때 회사가 어려울 동안 경력자들이 이직을 많이 했지만 정상화시켜서 되돌아온 사람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권 SI 사업을 자주 맡아온 C사 관계자는 매년 신입 사원을 뽑고 있는데 회사가 업계 평균에 비해 이직률이 낮은 편이라며 다른 기업으로 주요 인력이 자리를 옮겨 곤란했던 상황은 거의 없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