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토리지업계에서 한국후지쯔의 입지는 극히 미미하다. 상위 5위권과 격차도 크고, 스토리지업체로서 인지도도 턱없이 부족하다. 유닉스 서버업체란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탓이다. 수년간 한국후지쯔 자체도 스토리지사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않았다.
변화가 시작된 건 작년이다. 후지쯔가 x86서버와 함께 스토리지를 플랫폼 사업의 중점영역으로 선택하면서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이전까지 서버에 더해 부수적으로 팔렸던 후지쯔 스토리지 ‘이터너스(ETERNUS)’가 단독으로 고객사를 확보했다.
이영환 한국후지쯔 제품전략마케팅 이사는 11일 기자와 만나 “그동안 로엔드 제품을 중심으로 팔아서 전체 매출 규모가 작았는데, 지난해 하이엔드 고객을 확보했다”라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 세자릿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터너스 SAN 스토리지는 지난해 통신, 공공 시장에 고객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저가 제품이 아니라 미드레인지급 이상이었다. 성능, 안정성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이 이사는 설명했다.
유명하진 않지만, 국내 통신사의 IPTV와 케이블TV의 디지털케이블은 모두 한국후지쯔의 스토리지를 사용한다. 2007년 IPTV사업자 출현 당시 공급된 후지쯔 스토리지는 모든 업체들이 참여한 벤치마크테스트(BMT)를 뚫고 선정됐다.
이 이사에 따르면, 후지쯔 스토리지의 특징은 프라이머리와 세컨드리 스토리지영역을 하이엔드, 미드레인지, 로엔드 등을 혼용해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타 업체들의 제품이 등급별로 아키텍처에 차이를 보여 하이엔드면 하이엔드와, 미드레인지면 미드레인지와 쌍을 이뤄야 하는 것과 다르다.
이 이사는 “여러 기능을 수직, 수평으로 통합해 모두 동일한 아키텍처를 갖기 때문에 가격대별로 여러 조합이 가능하다”라며 “운용성, 비용절감, 안정성에서 상당한 혜택을 갖는다”라고 강조했다.
한국후지쯔는 이같은 자신감에 힘입어 올해는 더 힘을 내볼 계획이다. 시장 5위 진입을 위한 첫해가 되겠다는 의지를 엿보인다. 제조업의 ERP시장을 노리면서, 금융권 공략을 위한 준비에 착수할 계획을 밝혔다.
이 이사는 “이달 말엔 하이엔드 스토리지 신제품이 출시될 예정이고, 3월까지 스토리지 전문 파트너사를 최소 10개 확보할 계획”이라며 “갈수록 콘텐츠 저장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교체 수요가 있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일본이란 가까운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어, 펀딩이나 세일즈, 컨설턴트 지원 등이 어느 회사보다 빠르고 적극적이다”라며 “후지쯔 본사가 일본 스토리지 시장에서 거둔 성공을 한국과 중국에 이식하고 싶어해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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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라 일어나는 스토리지업체들의 HDD가격 인상에 대해선 절대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그는 “후지쯔는 미국회사들과 달리 제조업체의 책임으로 보고 HDD가격을 본사에서 흡수하기로 결정했다”라며 “일시적인 상황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건 신뢰와 믿음의 문제라는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