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웹표준 기술이 현존하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생태계를 넘어서는 가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HTML5 기술이 웹은 일반 앱에 비해 느리다는 선입관을 누그러뜨리고 모바일 영역에서 기존 앱 플랫폼과 경쟁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보여줄 전망이다. 웹기반 증강현실(AR)과 화상회의 활용 사례가 늘고 여러 데스크톱 사용자 기반을 아우르는 웹앱 장터를 열어줄 예정이다.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과 주요 브라우저 개발사들이 기술 표준화를 위해 바쁜 한 해를 보낼 예정이다.
웹표준화기구 W3C의 HTML5 관련 실무진들은 새해 HTML5 기술과 업계 활용사례가 분명한 진화와 성과를 보여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술표준화 과정에 국내 실무자간 정보공유와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의견 수렴 기능을 맡고 있는 W3C HTML5 대한민국관심그룹(KIG)도 지난해말 11차 회의를 열고 이같은 전망을 제시했다.
이원석 W3C HTML5 KIG 의장은 지난해말 회의장에서 2011년 업계에 HTML5 기술 도입과 응용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확실한 성장을 보였고 이 경향은 새해를 관통할 것이라며 모바일기기 다양화에 따른 플랫폼 이슈 때문에 웹기술에 따른 변화는 모바일에서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그가 인용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2년내 스마트폰 출하량이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더한 PC출하량을 넘어선다. 더불어 5년내 모바일인터넷 사용자 규모가 PC분야를 압도할 전망이다. 그리고 현재 100억대로 추산되는 모바일기기 대수는 10년내 1천억대까지 늘어난다. 여러 사용자가 서로 다른 플랫폼으로 단말기를 쓰면서 같은 서비스, 앱을 이용하기 위해 이를 묶어줄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 '출애플기' 쓰나
우선 지난해 기준으로 사용자 8억명을 넘어선 페이스북 행보가 눈길을 끈다. 페이스북은 단말기에 종속적인 앱 개발, 앱스토어 관리주체에 의존하는 앱 배포를 극복하기 위해 웹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이 경우 앱을 수시로 업데이트하지 않아도 서비스 신기능을 더하는 즉시 사용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 의장은 페이스북은 자사 모바일 웹사이트를 (단말기에 설치된 채 돌아가는) 네이티브 앱과 동일한 '룩앤필'로 제공하는 방식을 지향한다며 HTML5기반으로 만든 모바일 페이스북 웹사이트(m.facebook.com)와 모바일 앱스토어로 배포하는 네이티브 앱이 동일한 소스코드에 기반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페이스북은 애플 통제를 받지 않아도 되는 생태계를 쌓기위해 '스파르탄'이란 웹앱 플랫폼을 만든다. 개발자와 업체들이 회사 웹서비스 플랫폼으로 앱을 배포하게 유도할 전망이다. 페이스북은 우선 자사 플랫폼에 기반한 앱을 iOS 대신 모바일 사파리 브라우저로 돌리는 것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를 심화시키면 애플을 비롯한 여러 모바일 앱 생태계를 우회하는 페이스북의 독자적 생태계가 구축된다.
현재 페이스북은 그 준비를 위해 개발자사이트를 열어둔 상태다. 자바스크립트 프레임워크 장점, 웹앱 성능 올리기 등 초보적인 개발 노하우가 제시됐다. 새해 HTML5 기반 웹앱 개발을 강력하게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뿐 아니라 파이낸셜타임스같은 미디어 기업도 애플의 통제된 생태계를 벗어나기 위해 웹기술을 도입했다.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아마존 킨들파이어 등 특성이 다른 여러 기기가 태블릿 시장으로 쏟아진 상황에 적절한 대응으로 평가된다. 통계치에 따르면 이미 파이낸셜타임스 모바일 웹사이트 페이지뷰가 기존 모바일 기기용 뉴스 앱을 넘어선다고 이 의장은 언급했다.
이 의장은 CSS 표준 기술중 단말 사이즈에 맞춘 콘텐츠 표시를 쉽게 지원하는 '미디어쿼리'가 활용될 예정이고 단말기 회전상태에 자동 반응하는 것을 막아주는 '오리엔테이션락' 표준도 개발중이라며 반응형 웹 디자인과 N스크린 대응 웹앱 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앱 같은 웹 게임 나온다
이 의장은 구글이 크롬 웹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 앱을 전략적으로 늘리면서 앵그리버드, 플랜트앤좀비 등이 함께 제공된다며 페이스북도 게임 개발을 독려중이고 새해 소셜게임업체 징가가 기존 플래시 게임을 HTML5 기반으로 바꾼 앱을 많이 보게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다른 웹의 제약은 네이티브 앱에 비해 느린 속도, 떨어지는 체감 성능이다. 아직 스타크래프트처럼 서버와 사용자 단말간 통신이 잦고 그래픽 표현요소가 복잡한 게임은 제약되는 상황이다. 현재 2D 이미지를 그리는 '드로잉'과 3D 요소를 표현하는 '렌더링' 성능이 순수한 웹기술만으로는 제약이 있다. 이에 웹GL(WebGL)같은 웹기반 3D 표준 기술에 하드웨어 가속이 통합됐고 2D 처리 성능도 향상시키는 추세다.
다만 웹기반 그래픽 요소를 더 빠르게 다루도록 제공되는 프레임워크가 표준화되지 않은 상태다. 어느 프레임워크를 쓰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표현 방식에 대한 성능 향상이 제공되기 때문에 당장 모든 환경에 무조건 더 빠른 속도를 보이는 웹앱을 만들기는 이르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단말기상의 처리성능 외에도 브라우저가 외부 장치를 처리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추가로 얻으면서 기존 조작 한계를 크게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크롬, 파이어폭스 등 일부 PC 브라우저에 게임 조작을 위한 '조이스틱API' 표준화 작업이 진행중인 것이다. 모바일 운용체계(OS)에 내장되는 브라우저 엔진 '웹킷'에도 추가될 예정이라 대다수 스마트폰도 향후 같은 기능을 지원할 가능성이 열린다.
■웹과 앱, 경계는?…모질라 B2G 스마트폰
이 의장은 오프라인 캐싱 기능을 통해 '설치 가능한 웹앱'이 많이 등장할 거고 모질라가 준비중인 웹OS 프로젝트 '부트 투 게코(B2G)'도 주목할만 하다며 B2G는 전화 걸기, 주소록 검색, 일정 관리 등 모든 앱을 HTML, 자바스크립트, CSS같은 웹기술로 구성해 돌리는 스마트폰OS 개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B2G는 안드로이드처럼 리눅스 커널 기반이나 자바 기반 앱을 돌리기 위한 가상머신(VM) '달빅VM'과 그 위에 얹는 프레임워크를 모두 걷어낸 구조를 취한다. 대신 브라우저가 웹앱에서 단말기 카메라, 마이크, 가속도계 센서와 구성요소를 조작할 수 있게 해주는 '디바이스API'를 구현할 예정이다. 실제 B2G 결과물은 파이어폭스 브라우저가 중심인 스마트폰이 되며 올연말께 모질라가 이를 출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더불어 안드로이드OS가 앱끼리 직접 다룰 수 있는 데이터, 콘텐츠를 주고받는 '인텐트' 기능을 웹으로 가져오는 작업도 W3C에서 진행중이다. 이를 브라우저에 구현시 네이티브 앱, 웹앱 구분 없이 사용자가 다루는 정보를 넘겨주며 작업을 끊김없이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트위터에 쓴 메시지를 모아 메일로 보내려는 사용자는 트위터 웹사이트든 클라이언트 앱이든 실행해 메시지를 찾아낸 뒤 웹인텐트 기능을 적용한 '공유' 메뉴를 눌러 G메일이든 아웃룩이든 곧바로 실행시켜 메일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앱스토어, 화상회의, 증강현실이 웹으로
이밖에도 크롬 웹스토어 대항마로 알려졌던 모질라 웹앱스토어가 활성화를 앞두고 있다. 구글 크롬이라는 특정 브라우저만 지원해온 크롬 웹스토어와 달리 모질라 웹앱스토어는 웹표준을 따르는 여러 브라우저를 지원할 방침이다. 모질라가 크롬 웹스토어와 협력을 통해 크롬 웹스토어에 올라간 웹앱들도 모든 브라우저가 쓸 수 있는 환경에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오는 2013년 HTML5를 지원하는 휴대폰이 10억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그사이 휴대폰 웹 체감성능가운데 하나인 네트워크 대역폭과 속도 이슈는 LTE 확산으로 풀린다는 관측이 나왔다. 속도 향상과 실시간 통신 지원 기술 표준화에 힘입어 인터넷 전화 프로그램 '스카이프'가 지원하는 것처럼 여러 사용자가 동영상 대화를 진행하는 비디오컨퍼런싱 기능도 순수 브라우저 기반으로 켤 수 있을 전망이다.
웹기반 화상회의를 지원할 기술은 '웹리얼타임커뮤니케이션스(WebRTC)'로 불리는데, 현재 시험 구현 상태인 기술이 범용 서비스에 도입되는 시점이면 AR 앱과 관련 서비스도 웹을 통해 활성화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나온 AR 서비스는 단순히 위치정보와 방향을 인식해 지도나 카메라 출력 영상에 정보를 덧입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실시간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곧바로 웹에 저장, 전송하는 '겟유저미디어API'와 파일단위로 제어할 수 있는 '미디어캡쳐API'를 통해 단말기 센서를 활용한 웹기반 AR서비스가 확 늘거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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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의장은 W3C 표준화 일정은 오는 2014년으로 발표돼 있으며 앞서 '초안(WD) 라스트콜' 단계로 진행한 의견수렴 결과 제기된 이슈가 1천개 이상 모였다며 이가운데 80%정도를 정리했고 나머지 20%를 새해 3~4월까지 정리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WD 라스트콜 다음 단계는 '권고안 후보(CR)' 제안으로 그간 브라우저에 구현해온 표준 기능들이 상호운용성 측면에 문제를 보이는지 검증하는 과정이다. 각 브라우저마다 표준을 구현하는 방식이 일관성을 보이도록 테스트하는 기간만 1년 이상을 잡은 셈이다. CR 단계서 상호운용성을 만족하면 '제안 권고안(PR)'으로 안정성을 판단하고 그 다음 비로소 최종 표준인 '권고안(REC)'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