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ML5 비디오 코덱에 '특허 장벽' 걷히나

일반입력 :2011/12/15 14:24    수정: 2011/12/15 15:40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동영상 처리기술이 '값비싼 특허 로열티 수익'이란 이용 장벽을 허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영상전문가그룹(MPEG)이 로열티 없는 실시간 영상처리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차세대 웹표준 비디오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특허 기반 유료기술을 활용해 온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어도비 등이 맞게 될 웹콘텐츠 생태계에 새 국면을 만들어 줄 전망이다.

최근 로열티 없는 실시간 동영상 기술 개발을 추진하려는 MPEG의 특허 권한 일부 지분을 애플이 갖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얼핏 보면 애플이 가졌던 관련 기술 특허수익을 일부 포기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웹표준 환경의 콘텐츠 생태계를 단일 기술로 통합하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개방과 공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웹에서 독점적 특허 기술을 걷어내려는 모질라 등 오픈소스 진영과 구글, 오페라소프트웨어 등에게도 호재로 받아들여질 것인지 주목된다.

■MPEG, 특허 로열티 없는 실시간 영상처리기술 개발 나서

최근 MPEG은 그간 요청받아온 '로열티 없는 MPEG 표준'에 대해 실질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달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디지털 동영상과 음성 압축 기술을 주제로 열린 국제표준회의를 통해서다. MPEG소속 전문가들은 지난 2일 열린 98차회의를 통해 기술 표준화를 위해 2가지 개발과제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로열티 부담이 없이 안전한 MPEG-1 기술에 기반해 IVC라 불리는 표준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MPEG-2 기술과 JPEG의 연구결과보고서에서 추가적인 이용 제약이 없으면서 로열티 면제가 보장되는 혁신적 기술을 통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하나는 광범위하게 쓰이는 AVC 표준에 포함된 H.264 기술에 기반해 웹VC(WebVC)라는 규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웹VC를 제안한 측이 원하는 것은 지난 2003년 표준화된 H.264 기술의 로열티를 특허권자들이 면제해주는 것이다. 애플과 MS가 H.264 특허지분을 가진 그룹에 속해 있다.

■MS-애플-어도비 기술 대체하나

이에 한 영국 외신은 국제표준화기구(ISO) 구성원들이 웹에서 대용량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주는 'HTTP기반의 동적 어댑티브 스트리밍(DASH)' 기술 표준 개발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기술 표준화 작업에 MPEG이 참여하기 때문에 'MPEG-DASH'라고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ISO 산하 MPEG-DASH 개발그룹'이 내년초, 앞서 예고된 IVC 또는 웹VC 기술가운데 한 쪽을 로열티 없는 MPEG표준 영상처리기술로 결정해 개발하게 된다는 얘기다.

현재 웹이 PC에서 모바일 환경으로 넘어가면서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전송, 재생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모바일 환경처럼 네트워크 속도와 접속 상태가 불안정한 환경에서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려면 성능과 효율이 뛰어나야 한다.

이가운데 HTTP기반으로 돌아가는 웹 환경에서 끊김없이 동영상을 실시간 재생하기 위한 기술로는 어도비 플래시 미디어 서버(FMS)를 통한 '다이나믹스트리밍', 애플 HTTP '라이브스트리밍(HLS)', MS 실버라이트 관련 기술인 '스무드 스트리밍' 등을 선택할 수 있었다.

■MPEG 특허 가진 애플의 속내는?

보도에 따르면 향후 개발될 MPEG-DASH는 모바일 기반 실시간 미디어 재생기술 등으로 특정 환경에서 특허 로열티를 받아냈던 기존 독점 체제를 무너뜨릴 가능성을 열어준다.

애플과 기업용 네트워크, 서버 하드웨어 업체 시스코는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MPEG-DASH 개발에 대한 제안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묘사된다. 다만 이들이 직접적으로 표준화 작업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알려진 사실이나 공개된 문서 등 추가 정보는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다만 ISO 그룹에 따르면, 애플이 MPEG-DASH를 개발하려는 MPEG그룹의 특허 로열티 지분을 가진 기업가운데 하나로 눈길을 끈다. 애플은 HLS 기술을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회사일뿐 아니라 MPEG 특허 풀을 관리하는 단체 'MPEG LA'의 회원사다.

MPEG LA는 애플과 다른 기업들이 만든 독점적 영상처리기술을 이용하는 라이선스를 관리한다. 특정 기술로 만든 영상을 온라인 소프트웨어나 휴대용 미디어 재생장치에서 감상하려면 그 재생기술을 탑재해야 한다. 그 탑재를 허락받기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사나 단말기 제조사는 MPEG LA와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야 한다.

애플은 MPEG LA 회원사 자격으로 PC, 셋톱박스, TV, DVD재생녹화장치 등에 쓰이는 MPEG-2 기술 특허를 쥐고 있다. 또 컴퓨터 소프트웨어, 휴대폰, 게임, 블루레이 등에 탑재되는 동영상 압축 표준 기술 H.264 코덱의 특허 지분도 가졌다.

■HTML5 비디오 코덱 전쟁 새국면

H.264 코덱은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일부 무료화된 상태였다. 앞서 지난해 2월 스트리밍 서비스에 쓰이는 H.264 기술 사용료를 2015년까지 면제해준다고 한 뒤 시한을 무제한 연장한 것이다.

그러나 사업자들 입장에서 H.264 라이선스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진 않았다. MPEG LA가 영구적으로 무료화한 것은 웹기반 동영상 서비스에 한해서다. 하드웨어 장치나 오프라인 환경에서 돌아가는 콘텐츠 재생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해서는 여전히 로열티를 물린다.

웹 환경에서 H.264 코덱이 무료로 풀린 배경은 구글이 '온투테크놀로지'라는 기술업체를 인수해 오픈소스로 개방한 경쟁 기술 '웹엠(WebM)' 코덱 때문이다.

HTML5 표준기술을 지원하는 브라우저들이 동영상 처리시 독점기술인 H.264와 오픈소스인 웹엠, 2가지 중 어떤 코덱을 기본 탑재할 것인지를 놓고 2갈래로 나뉘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H.264 지원 브라우저는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와 애플의 사파리, 웹엠 지원 브라우저는 구글 크롬, 모질라 파이어폭스, 오페라소프트웨어 오페라다.

웹표준 제정단체 월드와이드웹컨소시움(W3C)은 브라우저의 영상 재생기능에 대한 표준만 정해놓고 어떤 코덱을 쓰게 할 것인지 지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용자층이 두터운 브라우저가 한쪽 코덱만을 지원한다면 향후 만들어질 웹기반 동영상 콘텐츠도 그쪽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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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DASH 그룹이 향후 개발할 기술은 잠재적으로 구글이 웹엠 기술에 포함시킨 VP8 코덱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 외신은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제조부문 대기업 A사의 소속 연구원은 MPEG-DASH그룹이 표준화할 기술은 현재 산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H.264 콘텐츠와 호환성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별개 기술인 오픈소스 진영의 VP8 코덱 대신 H.264를 중심으로 웹콘텐츠 환경을 통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