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코덱 기반 동영상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브라우저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구글이 자사 오픈소스 동영상 기술 '웹M'을 인터넷 익스플로러(IE) 9 버전과 사파리에서 지원하는 플러그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구글 제품 매니저 마이크 자자예리는 지난 14일 오픈소스 크롬 프로젝트 공식 블로그에서 웹M 프로젝트 팀이 사파리와 IE9에서 웹M을 지원하는 플러그인을 곧 공개할 것이라며 이는 비표준 방식이 아닌 HTML5 표준 인터페이스를 통해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크롬, 파이어폭스, 오페라 브라우저는 이미 웹M 동영상을 볼 수 있거나 곧 지원할 예정이다. 구글이 사파리와 IE9용 플러그인을 만든다면 5가지 주요 데스크톱 브라우저에서 모두 구글 코덱 기반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것.
앞서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에서 '열린 혁신'을 지향하기 위해 유료 기술인 'H.264' 코덱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파이어폭스와 오페라는 원래부터 오픈소스 코덱만 지원해왔다.
■H.264 버리고 오픈소스 밀어주는 이유
이날 자자예리 매니저는 우리는 (HTML5 표준에서) 웹동영상 기술이 대세가 될 것이라 믿고 이것이 성공하길 바란다면서도 지금대로라면 콘텐츠업체와 서비스 개발사들은 여러 형식을 지원하도록 강요당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웹동영상 기술 표준화에 참여중인 조직들 사이에 어떤 코덱을 써야 한다는 협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H.264, 오픈소스 기술인 웹M과 '오그테오라'가 주된 선택지다.
자자예리 매니저는 이어서 H.264 코덱을 사용하고 (그 동영상을) 배포하려면 운영체제(OS)나 브라우저 개발사, 하드웨어 제조사, 콘텐츠 사업자 등이 이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한다며 이는 신흥시장에서 비디오 관련 사업을 하는 벤처들의 성장을 억누른다고 설명했다.
개방성이 핵심인 웹 생태계에 독점적인 유료 기술이 자리잡고 있을 경우,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수도 있는 젊은 기업들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구글은 모질라, 오페라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오픈소스 코덱을 지지하는 커뮤니티와 사업자들 편에 선 것으로 보인다. 그 맞은편에 MS와 애플을 비롯해 기존 H.264 기술을 지원해온 콘텐츠 사업자, 소프트웨어 개발사, 하드웨어 업체가 있다.
자사가 직접 인수한 기술을 오픈소스화한 웹M을 통해 더 개방적인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적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모질라와 오페라소프트웨어 측은 이같은 구글 방침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사실 밖에서 듣는 입장을 보면 '글쎄올시다'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구글이 코덱에 대한 업계 반응을 의식해 추가로 설명을 했지만, 정작 중요한 물음에 대한 언급이 빠졌기 때문이다. 주로 구글의 진정성이나 웹M 기술에 대한 신뢰성 문제다.
■왜 플래시는 되고, H.264는 안 돼?
구글은 크롬에서 H.264 코덱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어도비 플래시를 계속 브라우저에서 통합 제공할 방침이다.
자자예리 매니저는 (HTML5 표준에서 지원하지 않기로 한) H.264 동영상은 현재 플래시와 실버라이트같은 플러그인으로 재생된다며 플래시나 실버라이트 같은 플러그인은 크롬에서 계속 지원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구글은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컸다. 즉 구글이 배타적인 유료 기술 H.264를 뺄 거라면 마찬가지로 어도비의 독점 기술인 플래시 플러그인을 왜 놔두느냐는 것이다. 그럴 거면 애초에 '개방성'을 운운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브라우저가 코덱을 지원하는 것과 플러그인 기술을 탑재한 것은 별개 문제라는 반박도 나온다. 구글이 추구하는 것은 웹표준 기술로서의 코덱이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라 플러그인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애초에 플러그인은 개발사가 주요 브라우저에 '일부러' 제공하는 기술이고, 플래시 사용자는 '어떤 코덱을 쓸지' 선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 모질라 커뮤니티 리더 윤석찬씨는 웹제작자 입장에서 보면 어도비가 웹M을 플래시에 탑재할 가능성이 높아 접근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플래시를 못쓰는) 애플만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되니 비난이 가중되지 않나 싶다고 분석했다.
■사실은 유튜브 운영이 빠듯하다?
또 구글이 앞세운 '대의명분'보다는 유튜브 운영비같은 현실적 이유가 우선일 수 있다는 주장이 눈에 띈다.
미국 지디넷 블로거 제이슨 펄로는 지난 12일 구글이 H.264 코덱을 버리는 이유는 유튜브 (서비스 유지) 비용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역시 HTML5 기반 동영상 서비스를 시범 제공하는 사이트 가운데 한 곳이다.
현재 HTML5 버전 유튜브 서비스에서는 일부 H.264 기반으로 변환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구글은 향후 웹M기반 동영상 서비스를 전면화할 목표로 기존 콘텐츠를 변환중이다. 펄로는 유튜브가 HTML5서비스를 지원하려면 시스템 자원을 2배로 들여야 하는데 곤란하지 않겠냐고 묻는다. 즉 구글이 서버에 저장된 기존 플래시 기반 동영상을 변환해야 하는데, H.264 코덱과 웹M 코덱, 2가지로 만들려면 컴퓨팅 성능과 저장공간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구글이 개방형 혁신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것에 불과하다고 강변하지는 않았다. 구체적으로 유튜브가 감당할 인프라 부담이 어느정도 될 것이라는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숙아 VP8', H.264 대항마 자격론
일각에서는 구글이 특허 문제로 웹M 기술에 로열티를 거둬들일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놨다. 구글 코덱이 지금은 오픈소스로 나왔지만 H.264가 가진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H.264 특허를 관리하는 영리조직 'MPEG LA'가 웹M 기술과 기존 코덱간 유사성을 발견해, 라이선스 관리 차원에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는 지난해 5월 알려진 오픈소스 코덱 개발자 제이슨 가렛 글레이서의 VP8 코덱 분석 결과에서도 언급된다. 가렛 글레이서는 VP8 코덱이 H.264를 너무 많이 베껴서 일반인들이 맘놓고 쓰기 어렵다며 특허 침해에 따른 법적 문제 가능성을 예견했다.
더불어 VP8코덱 성능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개발자 가렛 글레이서는 같은 분석 내용에서 VP8이 (10년도 더 된) 또다른 오픈소스 기술 오그테오라보다 데이터 압축율은 높다면서도 재생속도가 H.264보다 훨씬 느리고 여러 사용자가 몰리는 환경에 맞지 않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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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부족한 코덱 성능은 영상처리에 관련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지원을 통해 개선, 상쇄될 수 있다. VP8 코덱은 구글이 밀어주기로 알려지면서 서드파티 업체들이 차츰 주목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5월 AMD, ARM, 브로드컴이 자사 프로세서를 통해 웹M 동영상을 위한 하드웨어 가속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인텔 역시 TV용 아톰프로세서에서 지원을 고려중이라고 언급했다. 모바일 프로세서로 유명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와 퀄컴은 시스템반도체(SoC)의 일종인 '오픈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 플랫폼(OMAP)' 후속 제품에서 VP8 코덱을 기본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