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기술에 대한 어도비 전략이 바뀌었다. 회사는 PC용 플래시 플레이어 기술을 더 이상 모바일용으로 개발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전체 조직 7%에 달하는 정규직 750명을 감원한다. 디지털 퍼블리싱과 웹마케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어도비 행보는 결과적으로 모바일 기기 환경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래지향적인 미디어 기술로 플래시 대신 HTML5에 손을 들어 준 셈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데스크톱 기반 웹 콘텐츠 환경에서 동영상 전송 기술로 널리 쓰이는 플래시가 모바일 부흥 시대에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주목된다. 한 영미권 외신은 '플래시 이후 시대'에 대안으로 떠오른 HTML 비디오 기술이 어떤 시험과 고난에 직면한 것인지에 대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해당 외신은 브라우저 시장에서 서비스, 제품 개발 속도가 빠르면서 출시 주기가 짧다는 특성이 과거에 비해 개방형 표준을 더 빨리 성숙시키고 실제 사용 규모를 이른 시점에 결정적 다수(critical mass)로 늘려 줬다며 경쟁력있는 웹표준 기반 리치미디어 기술 환경에서는 플래시같은 특정 개발업체에 종속적인 기술 역할이 남은 틈새를 메우는 위치로 전락한다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플래시가 전체 인터넷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용자들의 입장에서 중요성이 높아가는 모바일 기기 경험상 맞지 않는 낡은 기술이라는 논쟁을 낳는 상황이다. 플래시 플레이어 대신 HTML5 표준의 웹기반 비디오 방식이 더 적합한 멀티미디어 지원 기술로 주목받는다. 산업표준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도입과 확산이 비교적 빠른 특성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HTML5 기반 비디오는 웹사이트에서 외부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브라우저 기능만으로 재생된다. 음량 조절이나 일시정지 등 콘텐츠를 제어하는 기술은 자바스크립트만으로 가능하다. 즉 HTML5 비디오는 플래시에 비해 웹사이트와 더 자연스러운 일체감을 제공하면서 그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외부 개발자, 업체들의 지원을 통해 기능을 확장시킬 수도 있다.
■HTML5 비디오의 숙제
다만 현재 HTML5 비디오 기술이 기존 플래시의 대안으로 자리잡기 위해 가야 할 길은 멀다. 어떤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는 기존 플래시로 제공해온 브라우저용 동영상을 HTML5 환경에 맞춰 전환시킬 비용이 적지 않게 다가올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표준화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덕분에 여러 브라우저에서 공통되게 실현할 수 있는 기능이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각 브라우저마다 기본 재생할 수 있는 형식이 통일되지 않았다. 구글 크롬, 모질라 파이어폭스, 오페라소프트웨어 오페라는 VP8을 포함한 '웹M'같은 오픈소스 코덱으로 압축된 동영상만 돌릴 수 있다. 반면 애플 사파리와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익스플로러는 H.264 코덱 기반 비디오만 지원한다.
각자 지원하지 않는 종류의 웹 동영상을 보려면 별도 코덱 플러그인을 설치해야 한다. 이는 '멀티미디어를 즐기기 위해 플러그인을 내려받을 필요가 없다'는 웹표준 비디오의 의미를 바래게 한다. H.264 코덱은 여러 상용 서비스에 널리 쓰일 정도로 성능이 검증된 기술이지만 특허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유료 기술이다. 구글, 모질라, 오페라소프트웨어가 이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다. H.264 코덱만 지원하는 상대편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오픈소스 코덱 웹M이 누구나 비용을 물리지 않고 쓸 수 있음에도 그 성능에 한계가 있어 꺼린다는 입장이다.
모질라가 제공하는 '파이어폭스 라이브' 홍보 웹사이트를 보면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웹사이트에서 실시간 재생용으로 제공하는 녹스빌 동물원의 새끼 레드 팬더 동영상은 오픈소스 코덱이 아니라 플래시 기반이다. 개방형 표준을 지지하는 모질라가 왜 독점 기술인 플래시로 동영상을 제공할까? 오픈소스 코덱 기술로는 대용량 비디오를 실시간 재생 서비스로 제공할만한 적당한 방식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게 모질라측 설명이다.
또다른 문제는 플래시와 실버라이트 같은 플러그인 기술이 간단히 지원하는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기술이다. 주요 동영상 콘텐츠들은 모두 독점적인 저작권에 기반해 관리, 배포된다. 개방형 웹 기술을 적용시 이를 지원하기는 까다로워진다. 일반적인 서비스 사업자들은 적절한 콘텐츠 보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내려받을 수 있는 HTML5 비디오 콘텐츠만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원치 않는다.
HTML5에 DRM 지원 기능을 표준화시켜 넣자는 논의도 있다. 브라우저가 이를 지원하는 것이 HTML5 비디오 기술 확산을 성공시킬 요소 가운데 하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상업용 서비스를 위해 특정 영역을 배타적으로 제공하는 DRM 기술은 개방과 공유에 기초한 웹의 철학과 맞지 않다.
■HTML5 선도업체 '넷플릭스' 사례
뜻밖에도 주요 동영상 콘텐츠 사업자가운데 하나인 넷플릭스는 이미 HTML5 기반 서비스를 제공한다. 웹사이트에 품는 형태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다. 표준 웹기술을 통해 개발사 중립적이고 개방적인 기술의 이점을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이용자들이 기존 플러그인 방식의 서비스에 더해 HTML5 기반 비디오 스트리밍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넷플릭스는 'HTTP 기반의 동적 어댑티브 스트리밍(DASH)'이라는 표준 기술이 HTML5 기반 인터넷 비디오 서비스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DASH는 표준은 대용량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HTTP 환경에서 제공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다만 여기서도 DRM 문제가 자체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DASH는 기존 DRM기술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함께 구현될 수 있다고 외신은 설명했다.
DASH 기술 표준화에 참여하는 에릭슨연구소가 DASH 서비스용 DRM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연구중이다. 연구소는 DRM 프레임워크 '멀린(Marlin)'이라는 기술에 기반한 개념증명(PoC)안을 내놓고 있다. 멀린 기반 DRM 기술은 기존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려 있어 기존 개방형 표준과 함께 쓰일 수 있는 방식으로 묘사된다. 연구소측은 멀린 DRM 프레임워크 구현수준이 다른 유사 DRM 구조와 마찬가지로 사용 가능할 정도로 완성 단계에 와 있다는 입장이다.
■HTML5 비디오 '전성시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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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플래시 이후 세계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표준 기반 웹 동영상 기술의 잠재력이 깨어나기 위한 과정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보인다. 개방형 표준은 콘테츠 생산자와 서비스 업체들에게 독점적 플러그인 기술에 기반한 성능, 기능, 편리함을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달하려는 콘텐츠를 확실히 보호할 수 있는 장치만 마련된다면 기존 어려움을 극복할 실마리는 훨씬 커질 수 있다.
HTML5로 가는 전환기와 표준 기반 비디오 전송 기술은 웹 생태계에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 개방형 웹 기술을 묶어 제공 가능한 역량은 개발자들이 실질적으로 수익 창출 기회를 가져다 줄 전망이다. 앞서 소개한 넷플릭스같은 사업자들은 일찍이 HTML5 기술의 이점을 인식하고 다른 기술업체들과 HTML5 기반 동영상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은 의문은 개방과 공유라는 웹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도 사업자들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