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케이블TV 손보기 시작?

성남 아름방송에 11개 계열PP 송출중단 예고

일반입력 :2012/01/04 15:32    수정: 2012/01/04 18:27

정현정 기자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계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채널을 뺀 케이블TV를 상대로 보복을 예고했다. 채널을 원상복구하지 않으면 나머지 채널들의 송출도 중단하겠다는 엄포다.

종합편성채널(종편) 편입을 위해 기존 채널을 빼야했던 케이블TV들은 난감한 표정이다.

성남지역 케이블TV 방송사인 아름방송(ABN, 대표 박상영)은 오는 13일부터 KBS드라마, MBC에브리원, SBS플러스 등 11개 지상파 계열 PP채널에 대한 방송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생활건강TV, 드라마큐브, 디즈니채널, AXN 등이 새로이 송출된다. 갈등의 발단은 지난 11월 말 종합편성채널 개국을 앞두고 아름방송이 지상파 계열PP 3개 채널을 편성에서 제외하면서 시작됐다. JTBC, TV조선, 채널A, MBN 등 4개 채널이 번호를 받으면서 기존 SBS CNBC, MBC라이프, KBS프라임 등 3개 채널이 편성에서 제외되고 일부 채널은 번호가 변경됐다.

그러자 KBSN, MBC플러스미디어, SBS미디어넷 등 지상파PP들은 지난달 아름방송에 3개 채널을 원상복구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 11개 계열PP 채널의 송출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아름방송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용약관 변경 신청을 마무리하고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채널 변경 고지를 내보내고 있는 상태다.

한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종편PP 때문에 지상파PP가 일부 조정된 걸 가지고 불만을 샀다가 지상파들이 연합해서 채널을 다 빼겠다고 압박하는 중”이라며 “그나마 다수 채널을 운용하는 지상파PP를 빼지 않으면 개별PP를 편성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름방송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채널 편성이 이뤄질 즈음 전 케이블 업계가 지상파와 재송신 문제로 다툼을 벌이면서 결국 지상파 고화질(HD) 방송 중단 사태로 이어진 시기와 맞물리면서 지상파와 오해도 더 깊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양측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현재 양측은 계속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지한 13일이 되기 전에 얘기가 잘 풀릴 경우 지상파PP 전면 송출 중단 등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아름방송 관계자는 “현재 지상파PP 측과 몇몇 협상 채널을 통해 협의를 진행 중으로 최종 내부결론은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지상파PP 관계자도 “다음주 초 정도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은 얘기할 단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케이블 업계에서는 지상파가 SO 손보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이를 계기로 지상파와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름방송은 성남 전 지역에 35만여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케이블 방송사다. MSO에 속하지 않은 개별SO지만 인프라 구축이 잘 된 거점 지역을 확보하고 있어 가입자당 매출이 높은 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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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이번 사태를 두고 지상파가 케이블을 손보기 위한 시범케이스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지상파PP가 연합해 IPTV 송출을 시작한 것도 케이블 SO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란 해석이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아름방송을 그대로 놔두면 다른 SO들도 비슷한 행동에 나설 수 있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부 PP와 갈등이 생긴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SO와 지상파가 전면적으로 붙은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