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와 케이블 간 재송신 합의가 무산되면서 결국 케이블TV에서 지상파 고화질(HD) 방송 송출이 중단됐다. 타결점을 찾아가는 듯 보였던 재송신 분쟁이 방송 중단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으면서 사태 장기화 여부가 주목된다.
케이블TV는 28일 오후 2시를 기해 KBS2, MBC, SBS 등 3개 채널에 대한 HD방송(8VSB) 송출을 전격 중단했다. 지난주 구두 합의한 내용에 대해 지상파 측의 확답을 요구했지만 이에 대한 회신을 받지 못하자 집단 행동에 나선 것.
케이블TV 비상대책위원회는 “케이블은 지난주 양측의 구두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지상파에 서면합의를 요구했지만 이에 대한 회신을 받지 못했다”면서 “지상파가 더 이상 합의할 의사가 없다는 판단에서 정상적인 협상은 어렵다는 결론을 송출 중단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방송 중단 이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던 지상파는 오후 다섯시께 지상파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 이름으로 성명서를 내고 케이블의 방송 중단 결정에 대해 “법원판단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상파는 “재판부 판결 범위는 신규가입자에 대한 지상파 디지털신호 재송신 금지임에도 케이블은 기술적으로 신규가입자를 구분해 처리하는 기술 개발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전체 가입자에 대한 송출 중단에 나섰다”면서 “이는 불법행위 중단의 목적 외 기존 가입자들을 볼모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상파가 무료 보편 서비스인 것은 지상파를 직접 이용하는 국민들을 위한 것이지 많은 재원을 투자해 만든 콘텐츠를 무단으로 가져가 돈벌이에 사용하는 케이블 사업자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분쟁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의미있는 가입자당 월 사용대가(CPS)가 언급되며 실마리를 찾아가는 듯 했던 재송신 협상이 틀어져 방송중단 사태까지 이른 것을 감안하면 기존 주장 되풀이에 그친 지상파 측의 공식 입장은 진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당초 케이블 업계는 24일 정오부터 지상파 HD방송 송출을 중단할 예정이었지만 지상파측 협상 대표로 나선 김재철 MBC 사장의 긴급 제안에 케이블이 동의하면서 양측의 협상은 타결에 이르는 듯 했다.
하지만 KBS와 SBS가 이 제안에 난색을 표하면서 합의가 어려워졌다. 대표급과 실무협상진 간 온도차가 존재하는 데다 3사 간 입장차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오전에는 지상파 측 협상 대표가 김재철 MBC 사장에서 우원길 SBS 사장으로 교체됐다.
잇따른 법원의 유리한 판결과 다른 유료방송 사업자와 CPS 계약으로 협상의 승기를 잡아가던 지상파가 최시중 위원장과 김재철 사장 간 전격 합의로 손해를 보게 생겼다는 내부 반발여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재철 MBC 사장은 케이블 신규 가입자에 대한 가입자 당 월 사용대가(CPS)로 100원을 요구하고 이를 2013년 50원으로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규 가입자의 범위와 적용 시점 등을 두고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케이블 SO 관계자는 “당시 김재철 사장의 제안은 양측의 합의 이후 신규 가입자에 대해 CPS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케이블도 이에 동의해 구두합의가 이뤄졌다”면서 “하지만 이후 지상파는 신규 가입자 범위가 최초 재송신 관련 소송을 제기한 2009년부터라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입장차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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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30일 전체회의에서 HD방송 중단 사태에 대해 시정명령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양측 간 재송신 협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중재에도 적극 나선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위성방송 HD방송 중단 사태와 비교하면 발빠른 대처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케이블이 지상파 3사의 태도에 변화가 없는 이상 향후 지상파 광고 송출 중단과 전면 중단 등을 검토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다, 지상파 내부 반발 기류가 심해 양측의 입장차가 쉽사리 좁혀질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