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열 전구와 더불어 이어폰, 헤드폰을 통칭하는 리시버는 가장 오래된 가전인 동시에 앞으로도 가장 오랫동안 사용될 가전 제품이다. 이어폰, 헤드폰은 그만큼 오랫동안 주변에서 흔하고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일부 특수한 조건의 마니아 제품을 제외하면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이어폰과 헤드폰은 올해 들어 집중 조명을 받았다. 시장 규모도 성장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 브랜드가 잇따라 출시됐다. 또 제품에 따라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목할 만한 일들도 많았다. 산업적으로나 기술적인 이정표로 남을 만한 일뿐 아니라 문화적인 현상도 있었다. 이를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이어폰, 귀에서 입으로...
몇 해만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마이크 달린 이어폰은 생소했다. 이어폰은 음악이나 라디오를 듣는 용도일 뿐 마이크와 리모콘이 필요한 제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업계서는 앞다퉈 마이크와 리모콘을 탑재한 이어폰을 내놓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보급이 확산된 스마트폰 덕분이다.
MP3플레이어를 밀어낸 스마트폰은 이어폰 시장을 키운 일등 공신이다. 이는 바로 기존 휴대폰과 달리 스마트폰이 3.5mm 이어폰잭을 공통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이어폰은 마이크로 쉽게 통화할 수 있는 기능이 부각됐다. 특히 음악을 들을 때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볼륨을 조절할 수도 있고, 곧바로 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
업계는 대표적인 스마트폰인 아이폰과 호환 가능한 마이크 탑재 이어폰 판매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세 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다양한 제조사들은 마이크를 탑재한 이어폰을 잇따라 출시하기도 했다.
■“BA 드라이버”가 뭐야?
이어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내장 부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올해 무엇보다 높은 관심을 받은 것은 밸런스드 아마추어(BA) 드라이버다.
BA 드라이버는 본래 이어폰이 아니라 지멘스, 스타키와 같은 보청기에 주로 사용되는 부품이다. 일반적으로 이어폰에 사용되는 다이나믹 드라이버와 달리 금속막으로 제작돼 내구성이 뛰어나며 작은 크기로 설계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저음역대가 약하며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이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놀스테크놀로지와 쏘니온, 스타마이크론 등 세계적으로 3개 업체가 있었다. 여기에 이어폰, 헤드폰 명가인 소니가 BA 드라이버 자체 생산에 나서면서 대중에 알려졌다. 소니는 관련 제품을 연내 출시하기로 했으나 태국에 위치한 조립 공장이 홍수로 조업이 중단되면서 국내 출시는 미뤄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올해 들어 자사 최초로 BA 드라이버를 탑재한 이어폰을 내놓으며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또 유통업체인 우성음향이 국내 최초로 BA 유닛을 2개 탑재한 이어폰을 내놓기도 했다. 본래 크레신이 듀얼 BA 이어폰을 제작했으나 해외에만 판매하며 우성음향의 EXS20은 최초의 국산 듀얼 BA 이어폰이 됐다.
■“나가수”가 뭐길래...
올해는 ‘나는 가수다’를 비롯한 다양한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 많았다. 이 프로그램들은 문화적인 현상으로까지 발전해 다양한 이슈를 생산했으며, 이어폰과 헤드폰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같은 음악 경연 프로그램의 유행은 음원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고 덩달아 음향 기기 시장도 키웠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게다가 유명 가수가 사용하는 이어폰으로 눈길이 쏠리기도 했다. 가수들이 무대 위에서 사용하는 이어폰은 일반 양산 이어폰과 달리 맞춤 제작을 하기도 하고 가격도 비싸다. 하지만 워낙 높은 인기를 얻은 터라 해당 이어폰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특정 브랜드는 일시에 매출이 5배 이상 늘어났고, 또 다른 한 브랜드는 자사 이어폰을 사용하는 가수가 나가수에 출연할 당시 재고가 없어서 판매를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누가 쓰는 헤드폰? “스타 마케팅” 본격화
스타 마케팅이나 간접광고(PPL)도 두드러진 한해였다. 일부 브랜드는 누가 쓰는 헤드폰으로 더 유명하기도 했다.
올해 대표적인 간접광고 제품은 연초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선보였던 소위 길라임 헤드폰이다. 주요 포털사이트 화제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인기 드라마에 잠시 비춰진 것만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다양한 제품들이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에 간접광고 형태로 소개됐으며, 한 가수나 그룹이 사용하는 엔도저먼트 계약이 수시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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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스타마케팅으로 성공한 브랜드는 매출 점유율 면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급속하게 성장했다. 인기 아이돌이 모델로 선정된 브랜드는 높은 광고 비용 못지 않은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다른 분야와 달리 스타마케팅이 눈총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해당 브랜드들은 주로 경쟁사 점유율을 뺏기 보다는 시장 전체 파이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잠재적 소비자가 아닌 새로운 소비자 층을 끌어들였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