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결산]모바일이 엔터프라이즈를 만났을 때

일반입력 :2011/12/22 10:17

올해 모바일은 차기 기업 IT전략의 큰 화두였다. 시공간으로 기술이 쓰일 환경을 제한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 IT담당자와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기술 도입과 운영 전략뿐 아니라 활용 방안에 대한 총체적 고민이 이어졌다.

기업 관심사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 기법과 특성이 다른 여러 플랫폼을 지원하는 생산성 고민부터 단말기를 안정적으로 보호된 방식으로 통합할 수 있는 관리 문제를 아울렀다. 업계는 사용자경험(UX)과 체감 성능을 보장하는 네이티브 앱 방식과 유연한 플랫폼 대응력을 갖춘 웹 기술간의 긴장관계가 타협점을 찾아갔다. 이에 2011년 기업이 맞딱뜨린 모바일 관련 이슈를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했다.

우선 요약하면 엔터프라이즈 영역에 뚝 떨어진 키워드 '모바일'이 그린 동심원은 앱 개발 기술의 범람과 그 종류를 압도하는 모바일 플랫폼 파편화 대응방안 선결과제로 띄워올렸다. 관련 업체들은 기존 기업솔루션 제품을 연계한 모바일오피스 내지 스마트워크 제품의 봇물을 터뜨렸다. 다양한 제품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지정된 운용체계(OS)에 얽매임 없는 개발 전략이 시급해졌다.

이에 앱개발 효율성에 초점을 둔 해법이 제시됐지만 곧 실패하고 본격 업무 환경에 최적화된 모바일앱 활용 지침과 단말기를 포함한 인프라 통합 관리 전략에 무게가 옮아 갔다. 업계는 백그라운드 인프라에 무게를 두던 CIO들이 컨슈머디바이스에 대한 정보를 소비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기 현업 종사자들은 연구소와 전산실을 거쳐 사무실에서 주머니로 흘러들어온 기업IT의 위력을 실감하는 중이었다.

이들 각자는 개별적으로 IT를 이용하려 하면서도 제각각인 기술요소가 고민 없이 맞물리는 N스크린 기반의 클라우드 환경을 기대하게 됐다. 제품과 서비스를 연구, 개발하는 각 사업자들이 이같은 요구에 부응해나갈 수 있을 것인지가 내년도 관건이다.

■업무용 표준…모바일 정복자는?

윈도가 접수했던 데스크톱PC와 달리 모바일 기기 OS 시장은 평준화되지 않았다. 요컨대 온갖 플랫폼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투입되면서 어느 정도 쏠림은 있지만 정복자의 위상을 따내지는 못한 상태다. 이는 업무용 기기를 표준화하려는 기업 환경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재앙의 불씨'로 비친다.

아직까지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가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리서치인모션(RIM) 블랙베리OS가 추락중이고 노키아 심비안은 이미 죽어가고 있다는 혹평에 시달리지만 여전히 적잖은 점유율을 보인다. 채 시장이 피기도 전에 수그러든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모바일을 접고 윈도폰으로 세몰이를 시작했다.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을 준비중인 사업자들도 있다. 삼성전자는 '바다'를 놓지 않으면서 인텔과 손잡고 미고와 리모를 한 데 녹여 오픈소스 '티즌'까지 키우려 한다. 모질라도 오픈소스 스마트폰OS 개발프로젝트 'B2G'를 예고했고 리눅스업체 캐노니컬도 PC용 리눅스였던 우분투를 태블릿과 스마트폰에 올릴 계획을 내놨다.

■N스크린-크로스플랫폼 '파워게임'

IT담당자의 이해관계와 현업의 요구가 상충한다. 여러 플랫폼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시장 흐름이자 현업의 기대다. 업계는 이를 'N스크린 환경' 또는 '모바일 클라우드'라는 표현으로 윤색한다. 이에 솔루션 개발 측면에서 크로스플랫폼 시나리오가 필연적으로 복잡해졌다. 지난 상반기 모바일앱 개발 전략과 멀티플랫폼 대응시 개발 생산성에 초점이 모였던 이유다.

모바일 전사 앱 플랫폼(MEAP)이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해외 시장에서 2~3년전부터 제기된 개념이 국내에 뒤늦게 수입된 듯 싶었다. 발단은 '크로스플랫폼'이라는 개발 전략이었다. 기업 모바일 환경에 표준화된 앱을 제공하려면 사용할 플랫폼을 제한하거나, 모든 플랫폼에 맞춘 앱을 일일이 개발해야 한다. 둘 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선택지로 간주됐고, MEAP이 타협점을 제시해준 듯 보였다.

■MEAP의 가치를 둘러싼 혼란

지난해 SAP에 인수된 사이베이스의 언와이어드 플랫폼(SUP), 안테나SW의 모바일플랫폼(AMP)같은 외산 솔루션과 SK C&C의 '넥스코어모바일', 유라클의 '모피어스', LG CNS의 '모바일통합솔루션' 등이 올상반기 이름을 알리거나 새로이 주목받았다. 여기에 우선 비중이 큰 iOS와 안드로이드 앱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선전하는 풍조도 일었다. 앞서 모바일 기반 업무솔루션 개발을 지원하는 플랫폼은 오라클의 '앱개발프레임워크(ADF)'나 IBM의 스마트폰지향 서비스아키텍처(SPoSA)'도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그런데 불과 1년이 채 흐르기 전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N스크린, 또는 모바일 클라우드에 대응하기 위한 크로스플랫폼 전략은 생산성 보완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모바일 기기를 업무에 도입한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업무 프로세스를 도입하거나 기존 고정형 인프라에 맞췄던 프로세스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것을 뜻했다. 이는 데스크톱PC 시대에 노트북을 도입하는 정도의 변화를 훨씬 뛰어 넘는다. 메인프레임 시대에서 유닉스-x86 환경으로 바뀌는 과정에 빗대는 게 오히려 적절해 보였다.

■보안-관리 화두로 MDM에 재조명

기업 IT인프라 전체를 포괄하는 관점에서 요청된 것이 모바일 기기 관리(MDM) 전략이다. 직원들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올라갈 앱을 통합 인터페이스로 예쁘게 만들지 어떨지는 아무래도 좋은 것이었다. 그 이전에 직원들이 단말기의 내장 기능인 메일송수신, 사진촬영, 웹접속 등을 사무실 안팎에서 그냥 쓰도록 놔둬도 좋은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졌다. 각 단말기 자체에 대한 관리뿐 아니라 이를 통해 드나드는 기업 핵심정보와 프로세스를 보호, 통합하는 게 먼저였다.

하반기부터 관리측면의 통합성과 안정성을 강조해온 다른 기술들이 눈길을 끈다. 사이베이스의 '아파리아', 모바일아이언의 솔루션 등 외산 기술과 삼성SDS의 '시큐어드 엔터프라이즈 모바일 플랫폼(SEMP)'뿐 아니라 국내 보안업체 루멘소프트, 안랩, 이글루시큐리티, 인포섹, 지란지교소프트 등이 개발한 MDM 솔루션이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기업들은 자체 개발한 솔루션을 모바일화하는 전략과 기존 패키지SW를 모바일화하는 전략에 함께 대응이 필요해졌다. 결국 통합관리와 단일 업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외부 솔루션 업체가 제공하는 모바일 대응 기술에 각 고객사 스스로 세운 전략을 바탕으로 통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솔루션, 모바일앱 '환골탈태' 하려면…

금융권과 의료분야, 제조와 건설, 이밖에 공업 등 각 산업현장에는 서로 다른 앱과 개별적인 활용 시나리오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모든 플랫폼에 대응한 앱 개발은 성급한 고민이었다는 얘기다.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며 각자의 업무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현장 근로자, 현업 사용자들 모두에게 똑같은 앱을 만들어 줄 필요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공통요소는 기존 업무시스템에 안정적인 접근과 높은 보안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 쾌적한 사용자 경험(UX)과 직관적 인터페이스(UI) 등이 꼽힌다.

또 유닉스나 x86 환경에서 PC를 접근하는 업무 솔루션에 대해 효율성, 안정성, 보안성, 통합관리를 고민하는 것과 모바일을 통해 기간시스템에 접근하는 상황에서 같은 대상을 충족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전통적인 기업 콘텐츠 관리(ECM)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고객관계관리(CRM)와 공급망관리(SCM) 등 업무SW를 제공해온 온갖 기업들이 제각각인 모바일 플랫폼 대응 기술을 솔루션에 투입하는 추세다. 기업포털(EP)과 통합커뮤니케이션(UC) 사업자는 말할 것도 없고 전사적 자원 관리(ERP)와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BPM)같은 솔루션도 임직원들의 휴대폰을 기간시스템과 연결시킬 수 있다고 선전한다.

■대세는 IT의 소비자화-BYOD

올해 기업들이 숱하게 제시한 스마트워크와 모바일오피스는 주로 새로운 단말기와 앱을 일괄 도입하는 하향식 접근이었다. 전통적인 기업 인프라 운영 환경의 연장선에서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역시 예측과 통제아래 놓여야 한다는 관점 때문이다. 기존 지식근로자들이 각자 개인용 PC와 노트북을 갖고 있는 경우에도 대다수 기업들이 업무용 시스템 구입예산을 집행한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데 기업 환경에 진정한 모바일오피스와 스마트워크가 싹트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접근을 뒤집어야 할 수도 있어 보인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기념한 글로벌 기업 IBM은 지난 10월말 전세계 직원 가운데 절반 규모인 20만명에게 개인 소유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사내 업무에 가져와 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브링 유어 오운 디바이스(BYOD)'라는 트렌드를 포용해 전사적으로 외부에서 들여온 모바일 기기를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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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우선 IBM 직원 10만명이 자기 소유의 휴대기기를 선택해 회사 내부 전산망에 접속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일이 허용된다. 빌 보딘 IBM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나머지 직원 10만명은 내년중 이 정책을 적용받을 수 있다면서 이들 20만명은 사비로 단말기 대금과 통신서비스 약정요금을 지불하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쓰게 되는데 회사 업무지침과 기술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BYOD 트렌드는 기존 업무시스템과 기업IT환경의 변화 주체가 역전되는 현상을 보여 준다. 기업의 IT담당 부서가 일선 직원들의 기술 도입 의지를 후속 지원하게 되는 상향식 접근이 세계적 추세로 발현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한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응하고 현장의 요구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리 대상을 유연하게 통합할 수 있는 개방성과 복잡성을 줄여 줄 효율적인 지원시스템이 필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