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쳤다. 몸이 너무 피곤하다. 복귀 여부는 쉬면서 생각해보겠다.”
‘승부사’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이달 말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이유를 두고 추측이 무성하지만 박 부회장 본인은 ‘개인적 충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선을 그었다.
스마트폰 시장서 애플을 비롯한 공룡들과 쎄게 붙으며 오로지 ‘일과 일’을 강조해 온 박 부회장은 간혹 피로 누적으로 병원 신세를 졌었다.
박 부회장은 6일 기자들과 만나 “오는 12월 31일을 끝으로 팬택 경영에서 물러날 것”며 “채권단을 비롯한 외부 요인과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지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가 어려워진 뒤 5년간 하루도 휴일 없이 일했다”며 “체력적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물러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지난 2006년 팬택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당시 시가로 4천억원에 달했던 보유지분을 모두 내놨다. 회사 부채 8천억원에 보증까지 섰다. 최고경영자가 홀로 살아남지 않고 백의종군을 시작했다.
말 그대로 눈에 불을 켜고 일했다. 의사가 쉬면서 운동을 하라고 당부했지만 공휴일도 없이 휴대폰을 만들고 파는 것에만 열을 올렸다.
미국과 유럽 등을 수시로 오가며 일을 성사시켰다. 측근들도 박 부회장이 어느 날 사무실에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뛰었다. 지난 5월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뒤에는 피로 누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한 애플에 대해 “휴대폰은 내가 더 잘 안다. 한번 붙어보자.”고 도발한 것도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었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지성이면 감천, 팬택은 무섭게 부활했다. 기업개선작업 착수 후 14분기 동안 누적 매출액 7조1천668억원, 누적 영업이익 5천111억원, 영업 이익률 7.1%를 기록했다. '역시 박병엽'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스마트폰 시장서도 LG전자를 누르고 삼성전자에 이어 판매량 기준 국내 2위에 올랐다. 미국 AT&T는 팬택을 삼성전자와 LG전자 대신 제 1 파트너로 선정하는 등 해외 반응도 뜨겁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구개발에 과감히 투자한 것이 열매로 돌아왔다.
이 때문에 박 부회장의 갑작스런 은퇴가 더 아쉽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가 자세히 밝히지 않은 건강문제를 우려하는 모습도 보인다.
박 부회장은 채권단의 압력에 의한 퇴진이냐는 질문에는 강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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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퇴진을 결정하기까지 채권단을 비롯한 외부서 압력을 받지 않았다”며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많이 배려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제 팬택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다. 평소에 충분히 연습했기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박 부회장은 설명했다. 박 부회장의 후임은 채권단이 선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