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온라인 서점 CEO들, '책'을 말하다

대표 온라인 서점, 전자책 길을 묻다-⑤

일반입력 :2011/11/28 11:25    수정: 2011/11/28 15:28

남혜현 기자

전자책은 종이책을 잡아먹지 않는다. 오히려 종이책의 공간을 메워주는 보완재에 가깝다. 물리적인 껍데기는 갈아입었어도, 근본적인 가치를 담은 콘텐츠란 점에서 책은 변함 없다.

국내 대표 온라인서점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스스로들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라 말할 만큼 바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뜻을 모아 좌담회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다함께 독자들에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있는 것.

독서 인구 감소, 아마존이나 애플같은 글로벌 기업의 국내 진출 등 지금 도서 유통 시장은 급변기다. 일각에선 전자책을 떠나 '책 장사'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은 오히려 지금 희망을 말한다. 전자책도 '저자, 출판사, 유통업체, 독자' 모두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것으로 내다봤다. 가치를 찾는 사람들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 다시 책을 읽게 될 터이다.

맞닥트린 현안을 함께 점검하고, 도서 시장을 키우기 위한 협력의 첫 걸음으로 좌담회는 의미가 있었다. 그들이 좌담회 동안 계속해 강조한 메시지는 하나다. “도서 시장 그리 어렵지 않아! 쫄지마, 제발 ”.

일시: 2011. 11. 23

패널: (가나다순) 김성룡 교보문고 대표, 김기호 예스24 대표, 서영규 인터파크도서 대표, 조유식 알라딘 대표

사회: 봉성창 지디넷코리아 컨수머팀장

■두터운 스마트폰 장벽, e잉크 단말 성공할까?

사회: 최근 ‘교보e리더’란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출시했다. 오래 준비를 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김성룡 교보문고 대표: 단말기를 ‘거꾸로 마케팅’ 개념으로 내놓았다. 지금 사람들은 “얼마나 더 빠른가, 어떤 기능이 더 많나”를 이야기하지만, 실제 경험해보니 “이 기기가 책 읽기엔 적합하지 않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함께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선보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때만 해도 흑백 단말기에 전자책 콘텐츠 수도 적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 퀄컴에서 ‘미라솔’이라는 컬러 전자종이를 출시했고, 우리도 이걸 활용해서 세계 첫 컬러 전자책 단말기를 만들게 됐다.

사회: 인터파크도 지난해 전자책 단말기인 ‘비스킷’을 내놓았다. 그런데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서영규 인터파크도서 대표: 단말기에 대해선 우리도 할 말이 좀 있다(웃음). 사실 전자책 전용 단말기가 독서에 최적화 됐다는 것은 100% 동감한다. 문제는 지금 2천만대 가량 깔려 있는 스마트폰, 태블릿과 가격 경쟁력이다. 교보e리더는 34만9천원이고 우리도 비슷한 가격에 비스킷을 내놨다가 가격을 내렸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단말기 보조금과 통신 요금제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전용 단말기는 35만원이고, 90만원짜리 태블릿은 25만원으로 느낀다. (경쟁을) 해보니 어렵더라.

사회: 예스24와 알라딘도 단말기 출시를 고민하고 있나?

김기호 예스24 대표: 고민 한다. 문제는 고객이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선택하겠냐는 것이다. 아침에 킨들파이어를 실제로 봤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냥 태블릿에 특화된 콘텐츠를 심은 거다. 그런데 이런 태블릿들의 가격이 자꾸만 내려간다. 소비자들은 아마 싼 가격에 여러 기능을 쓸 수 있는 단말기를 선호할 거다.

사업적으로 전용 단말기에 대한 욕심은 생기는데, 이걸 어떻게 의미 있는 규모로 성공시키느냐가 문제다. 고객에 선택되기 위한 조건을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조유식 알라딘 대표: 질 좋고 값싼 e잉크 단말기는 꼭 필요하다. 역사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을 보면 e잉크 단말기에서 전자책을 제일 많이 본다. 우리나라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사업자 입장에선 킨들같은 단말기를 공급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한 일이다. 국내 기업이 그런 디바이스를 어떻게든 만들어서 제공해야 한다.

■아마존 킨들, 위협과 기회 ‘양날의 검’

사회: 전자책 시장이 아직 성숙하진 않았지만 곧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많다. 기존 도서유통업체 외에도 이동통신사나 대기업 등도 전자책 시장에 관심을 가진다. 참여자가 굉장히 많아지고 경쟁은 심해지는데 시장은 아직 작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조유식: 이동통신사들도 전자책 시장에 많이 참여하고, 매출을 내고 있지만 결국 그곳에 도서를 공급하는 곳은 인터넷 서점들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아마존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될 거냐고 하면, 아주 어려워 질 수도 있다고 본다.

사회: 아마존이 들어오는 게 거의 기정사실화 된 건가?

조유식: 어느 쪽에 더 걸 거냐고 묻는다면 들어오는 쪽에 가깝다.

서영규: 아마존과 여러 번 만나서 단말기를 포함한 몇 가지 포인트로 이야기를 했다. 그쪽 의견은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 들어갈 거 같고, 그렇기 때문에 쉽사리 한국의 특정 회사나 업체와 파트너십을 먼저 하는 거는 쉽지 않은 일 같다”고 답하더라.

사실 이동통신사나 포털이 지금 전자책 관련 사업을 하지만, 기존 온라인 서점이 가지고 있는 힘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700만, 900만 명에 이르는 독자층이다. 포털과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10년간 도서 사업을 해왔고 쌓아온 노하우가 있다. 여기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유리하다.

그런데 아마존은 경우가 다르다. 일단 국내 도서시장을 살펴봐야 한다. 출간 도서의 30%, 매출의 50%를 해외도서가 차지한다. 이 해외도서의 전자책 판권을 국내 출판사가 갖고 있지 않다. 만약 아마존이 직접 도서를 번역해서 대량으로 들어온다면 그 해일을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런 상황이 제일 두렵다. 여기에 대한 대비를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느냐가 제일 중요한 아젠다다.

사회: 직접 단말기를 낸 교보는 더 큰 위협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김성룡: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만 아마존이 그렇게 빨리 들어오지는 않을 것 같다. 아마존이 성공한 것은 ‘영어권’이라는 배경 덕이 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시장이 작다. 장사하는데 무조건 기술이 좋다고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고객들과 교감을 하는 것도 문화적으로 중요하다. 그런 것 무시하고 아마존이 들어왔다고 무조건 쏠림 현상이 일어날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마존이 좋은 벤치마킹 대상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저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떤 서비스로 반응을 얻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사실 전자책 사업을 생각할 때 다른 고민을 좀 했다. 지금은 어쨌든 시작 단계다. 전자책을 수용할 수 있는 기기가 다양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콘텐츠도 풍부해진다는 거다. 책도 그것에 따라 진화해 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커졌다고 본다.

사회: 아마존을 놓고는 서로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다. 무방비에 노출돼 있다고 보는 입장과 문화적 맥락 때문에 외산 기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김기호: 전자책이 가능성만 보여주던 시기에서 가시화된 시기로 넘어온 거는 체감한다. 때문에 아마존도 (국내 진출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특히 물류를 기반으로 하는 종이책보다, 전자책이 쉽게 들어올 여건은 됐다.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우선 아마존은 한국 콘텐츠에 약하다. 빠르게 국산 콘텐츠를 채우는 일이 아마존이라해도 쉽진 않을 것이다. 그 사이 우리는 우리나라 고객들이 읽을만한 콘텐츠를 확대하는 쪽으로 주력할 거다. 또 하나는 협력이다. 아마존 대 개별 서점의 경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내 서점들이 공용하는 전자책 단말기, 그런 협력점을 찾아 공생하면서 경쟁하는 구도가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마존의 특기 중 하나가 가격 파괴니깐, 그런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공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조달 쪽 비용을 줄이도록 협력 구조를 가져가자는 것이다.

사회: 아마존에 대응하는 협의체를 만들어서 대응력을 갖자는 말이다. 충분히 하려면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떤가?

조유식: 킨들하고 경쟁하려면 디바이스와 콘텐츠, 두 분야 모두 최소한 아마존과 같은 수준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엊그제 기사를 보니 킨들 최하위 버전에 들어간 e잉크 패널 원가가 30달러더라. 이건 1천만~2천만대 단말기 생산 수준에서 나오는 가격이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패널 가격이 40~45달러다. 우리 돈으로 2만원 가량 차이가 나는데 아무리 규모를 키워도 원가를 따라잡기 힘들다. 킨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어도 아마존보다 2만원씩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 입장에선 뼈아프다.

국산 콘텐츠 수급도, 시간이 지나면 아마존도 (우리만큼) 다 한다고 봐야 한다. 해외시장은 우리 기업들이 훨씬 불리하다. 우리가 잘 하고 있나 따져보면 괴로울 때도 많다. 그래도 우리는 열심히 하고 있다.

서영규: 아마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한미FTA가 통과됐다. 이런 조약이 우리 도서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좀 공부해야 될 것 같다. 누가 페이스북으로 그러더라. 아마존하고 우리 출판 유통사업 경쟁을 두고 “타이거 우즈랑 핸디캡 없이 골프치는 것이랑 같지 않냐”고.

체격이 다른 사람과 싸워 이기려면 방법은 두가지다. 각자가 역량을 키우고, 또 함께 뭉쳐야 한다. 국산 영화를 보호하는 스크린 쿼터 같은 제도적 밑받침도 정부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든다.

김기호: 이전에 홈쇼핑 해외사업장을 개설했던 때 느꼈던 점이다. 이론적으론 우리나라 기업들이 불리할 때가 많다. 그런데 생각보다 우리가 경쟁을 잘한다. 안에서 하도 치열하다보니, 이게 힘이다.

미국이나 유럽기업들은 선진국에서 홈쇼핑을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중국으로 간다. 택배 기사들이 마치 판매원이 된 것처럼 직접 물건을 배송한 후 사용설명까지 한다. 선진국 인프라가 안 깔린 나라에서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한국기업이다.

월마트, 매크로 같은 세계적인 마트들도 한국에선 결국 철수했다. 전세계에서 수급한 제품을 최저가로 들여왔지만, 결국 시작단계인 이마트에 졌다. 관건은 ‘서비스’다. 계속해서 사람을 배치하면서 소비자들 구매 편의를 도왔다. 세상에 아침에 주문에서 오후에 배송해주는 곳이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 아마존과 경쟁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여기는 한국이고, 또 고객을 잘 이해하는 것도 우리 기업이기 때문에 뭉칠건 뭉치고 키울건 키우면 충분히 승산있다.

■애플 수수료 정책, 공룡의 횡포

사회: 강력한 콘텐츠 마켓이 애플 앱스토어다. 그런데 콘텐츠 판매료의 30%를 떼어가는 수수료 정책 때문에 기존 유통업체들이 고전하는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김기호: 시장이 수용할 수 없는, 공생의 기준을 벗어난 수수료다. 생산자에서부터 유통사까지, 중간에서 생기는 부가가치는 적정수준에서 나눠야 한다. 그런데 지금 가장 강력한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한 곳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한다. 지나치게 이윤을 축소하라는 것은 재투자를 막는 것이다.

김성룡: 이런 구조에서 애플 결제수단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애플에 정책을 바꾸란다고 바꾸겠나. 결국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우리도 애를 많이 먹었다. 우리 결제수단을 갖고 들어갔더니 안된다고 거부해서 결국 22번의 신청만에 통과 됐다. 물론 앱에선 결제도 안되고, 또 URL 주소도 제외된 상태다

서영규: 10월에 iOS 앱을 선보였는데 4번 정도 거절당했다. 이게 말이 안되는 게 전자책을 홈쇼핑에서 팔고 수수료를 30%씩 떼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아무도 수익이 남지 않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 한 출판사 사장님을 만났다. 그 사장님이 전자책을 500권 정도 만들어서 6개월간 판 돈을 정산받았더니 2천만원이라 하더라. 의미있는 금액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돈을 저자들에 나눠줬더니 한 사람앞에 2만원, 3만원 밖에 안되는 것 아닌가. 창피해서 못 나눠주겠다는 게 그 사장님 이야기다. 결국 아무도 돈을 못번다는 뜻이다. 전자책이 이렇게 되면 누가 여기에 돈을 투자하겠나? 누군가 콘텐츠 생산을 위해 수익을 재투자해야 하는데, 애플이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어 투자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 알라딘과 예스24가 주주로 참여한 한국이퍼브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애플을 제소하지 않았나? 경과는 어떻게 됐나?

조유식: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정받았던 그 내용이 여기서도 핵심이다. 아직 공정위에서 연구 중인 것으로 안다. 알라딘도 아이패드 앱을 8개월간 심사받았다.

그런데 애플 입장에선 당연히 그런 욕심을 낼 것 같다. 애플 빼고는 다 애플 반대편이기 때문에(웃음). 유럽도, 일본도 마찬가지 상황일 거다. 이런 문제는 법대로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애플이나 아마존이나 그런 방식으로 잘되면 나머지 콘텐츠 유통업체들이 위축되기 때문에 해외서도 분명 반대의 목소리가 있고 또 조정이 될 거다. 그건 우리 시장도 마찬가지다.

■상생과 협력, 전자책 시장을 위한 길

사회: 그럼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말해보자. 전자책 시장이 성숙하기 위해선 협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예컨대 킨들에 대항할 공용 단말기라든지, 이런 구체적인 협력이 가능할까?

조유식: 우리방식이 옳다고는 강조할 수 없지만, 한국이퍼브는 교보나 인터파크에도 같이 하자고 제안을 이미 했다. 그만큼 혼자 헤쳐 나가기엔 상황이 좋지 않다. 보통 같이 해서 잘 되는게 없지만, 이건 외부에 강적이 있는 만큼 다 같이 잘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공통 이해가 있는 만큼 조정을 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단말기를 매개로 해서 풀어나가는 공통의 이익이 있지 않나. 초창기지만, 어느 한곳에서 뛰어난 단말기와 뛰어난 가격이 제패하면 해결책이 될 것 같긴 한데, 그렇지 않다면 시장을 하나로 모아 하는 방법이 현재로선 조금 더 현실적이고 유력하다. 그렇다면 제휴할 수도 있고, 하나의 회사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퍼브는 항상 열려있다.

김기호: 아마존은 논외로 치더라도, 아직 전자책 시장이 초기인만큼 고객 편의성을 생각해야 한다. 독자들이 어느 한 곳에서만 책을 사진 않는다. 그런데 사는 책마다 읽을 수 있는 단말기가 다르다면 불편하게 느낄 거다. 우선 연합을 통해 편하게 전자책을 읽는 환경을 먼저 조성해 준 다음, 나중에 각자 전략을 짜는 것도 방법이다. 우선 국내 서점간 바운더리가 생기니 아마존과 대항할 방법이 되기도 하고 말이다.

서영규: 협력을 말하는 부분에선 다를 게 없다. 이전에 포털회사에서 일했는데, 그때도 ‘인터넷’을 대변하는 단체가 여러 개라 불협화음이 있었다. 구글, 페이스북 등이 들어오니 각자 목소리만 내느라 대응도 제대로 못했다. 그래서 여러개로 나눠져 있는 단체를 하나로 통합했다. 정부와 대화하는 창구도 만들어졌다. 법안을 만들 때도 유리해졌고.

도서유통도 마찬가지다. 지금 여러 인터넷 서점들이 한국이퍼브에도, 한국출판콘텐츠(KPC)에도 들어가 있다. 인터파크가 어디에 가입을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자책과 관련된 산업을 대변할 수 있는 주체들의 협력도 굉장히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KPC와 한국이퍼브간 협력의 장을 먼저 모색한 후에 다른 서점들이 여기에 참여하게 했으면 좋겠다. 물론 출판사들도 참여하고. 지금 어느 한군데에 몇군데 업체가 더 들어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밸류 체인에 사람들이 통합되는 구조를 먼저 만드는 게 선행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은 가치있는 콘텐츠에 돈을 쓴다

사회: “디지털 콘텐츠는 공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자책도 마찬가지 사례로 볼 수 있지 않나?

조유식: 우선 질문이 잘못된 것 같다. ‘공짜’라고 인식하지 않는다고 본다. 저렴하면 많이 팔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공짜를 팔리는 것은 아니다. 가치 있는 책은 제 값을 주고도 사서 본다.

다만 가격이 저렴하면 더 많이 팔리는 것은 맞다. 아마존이 평균적으로 전자책을 종이책의 45% 가격에 판다. 얼마 전에 미국 조사기관에서 분석한 자료를 보니, 그 가격대에서 얻는 수익이 전자책과 종이책이 비슷하다. 우리나라도 비슷할 것이다. 오히려 저작권료는 우리보다 미국이 더 높다. 그렇다면 우린 조금 더 저렴하게 전자책을 팔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서영규: 전자책이 왜 더 싸야하나? 물론 물류, 인쇄 등에서 절약된 비용만큼은 빠지는 게 맞다. 그런데 나머지는 어차피 종이책만큼 들어가는 고정비다. 지금은 소비자들도 디지털 콘텐츠를 ‘공짜’라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출판사들이 우려하는 것도 DRM 이슈이지, ‘무료’라는 인식 때문은 아니다.

김기호: 지금은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정상적인 ‘가치’가 있는 콘텐츠는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불법 다운로드’는 그야말로 ‘불법’으로 인지한다. 물론 유통업체나 출판사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가격을 낮출 수는 있지만, 그게 책을 공짜로 인식해서는 아니다. 결국 저자부터 독자까지 이어지는 밸류 체인이 형성되려먼 정상적인 가치가 확대 재생산 되도록 어느정도 수익이 보장돼야 한다.

김성룡: 지금 우리나라 시장에서 전자책은 종이책의 50~60% 수준으로 가격이 매겨진다. 그런데 불행히도 실험을 해보니 똑같은 책을 가격대를 내릴수록 판매량은 곱하기 수준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베스트셀러같은 경우, 예컨대 최근 ‘뿌리 깊은 나무’와 ‘닥치고 정치’는 종이책의 60% 가격인데도 일주일간 교보문고에서만 각각 900권씩 판매된다. 놀라운 수치다.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래도 전자책 시장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한번도 공짜로 뿌린 적은 없다. 여전히 독자들은 돈을 내고 본다. 게다가 읽고 싶은 책이라면 조금 비싸다고 생각해도 사서 본다.

사회: 지금 독자들이 전자책에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표들의 인사이트를 말해달라.

김기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책을 안 읽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식을 위한 독서는 있지만 지혜를 위한 독서는 자꾸만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 단순히 도서 시장을 키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나 제도적인 차원에서, 균형감각 있는 사람들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책 읽기는 중요하다.

김성룡: 아날로그 책이 주는 감성도 중요하다. 지금 계속 전자책을 이야기 했는데, 종이책 독서 인구가 늘어나야 전자책 시장도 활성화 된다. 종이책 인구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짧게는 전자책이 성장해도 길게 보면 수요에 한계가 있다.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조유식: 재작년부터 사람들이 아이폰을 보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 책이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어서다. 저자나 출판사는 재미있는, 읽을만한 책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인이나 일본인들이 한국인보다 책을 더 많이 좋아하는 민족일까? 아니다. 오히려 그 나라들에서 좋은 책이 더 많이 나왔을 가능성이 훨씬 많다.

독자들이 유통업자에 바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전자책을 더 싸고 편리하게 공급하라는 거다. 우리가 못하면 누군가가 할 거다. 유통업체, 출판사, 저자들 누구 하나만 잘해서 될 일은 아니다. 우리가 각자 할 일을 잘해서 좋은 콘텐츠를 저렴하게 공급한다면, 도서 시장은 다시 활성화 될 거다 일시적으로 책이 점유하는 시간이 줄었지만 책, 그 이상의 강력한 매체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 하지 않나.

서영규: 위기는 곧 기회다. 무엇이 위기인지 알면 솔루션은 틀림 없이 찾을 수 있다. 콘텐츠가 문제라면, 처음부터 출판사와 유통사가 합작해서 좋은 전자책을 만들 수도 있다. 서점에는 굉장히 많은 서지 정보와 리뷰가 있다. 다른 데는 없는 자산이다. 여기에 착한 가격, 통큰 가격으로 대응한다면 독자들이 충분히 우리를 선택할 거다.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빨리 자성하고 실행하면 우리 스스로가 더 클 수 있는 길이다. 독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고 피드백을 받는다면 승산이 있다. 오히려 국내 업체들이 이런 부분에 경험이 많지 않나. 구글도 국내선 잘 하지 못했다.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실행하면 충분히 발전할 계기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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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 한 번 온 기회니깐 유연하게 생각하고 뛰어들어봤으면 좋겠다. 기왕에 책의 형태도 더 다양하게 고려해 볼 필요도 있다. 꼭 낱권으로만 책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 예컨대 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만 떼어내 팔던지, 종이책에 전자책을 덤으로 준다던지 하는, 말랑말랑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길도 있다.

책을 안 읽는다고들 하지만, 지금도 읽는 사람들은 열심히 읽고 있다. 다만 책에서 멀어지는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당길 거냐를 고민해야 한다. 혼동해서들 생각하는데, 이미 형성돼 있는 도서 시장과 멀어지고 있는 독자들을 분류해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