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상품이 아니다"

대표 온라인 서점, 전자책 길을 묻다-②

일반입력 :2011/11/07 13:54    수정: 2011/11/14 15:09

남혜현 기자

인터넷에서 책을 주문해 그날 바로 받아보는 일은 낯설지 않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단 하루면 국내서 판매되는 책 대다수를 받아볼 수 있다. 올해 서점가에서 추정하는 인터넷 서점 매출 규모는 오프라인의 절반에 다다른다. 도서 시장이 어렵다는 최근에도 온라인 서점은 연평균 두자릿수의 성장을 거듭했다.

이제 온라인서점들은 제2의 도약기를 준비한다. 인터넷이 10년 전 도서 유통의 근간을 뒤흔들었다면, 이젠 출판 지형의 변화를 예고한다. 바로 전자책이다. 아직 종이책이 대세인 도서 시장에서 서점들은 앞다퉈 전자책 마케팅에 열중한다.

그 이유를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온라인 서점 대표들에 물었다. 앞으로 한 달간, 예스24와 인터파크도서, 알라딘, 교보문고의 대표가 전하는 전자책 이야기를 연재한다. 이들은 전자책을 넘어 도서 시장 활성화를 위한 경쟁과 협력을 말했다. 그들이 전하는 전자책 시대, 온라인 서점이 가야 할 길을 이 자리에 풀어놓는다. [편집자 주]

책은 면세지만, 영화는 면세가 아닙니다. 책이 가진 독특한 가치를 인정한 거죠. 그런데 오픈마켓들은 소비자를 모으려 도서를 싼 값에, 미끼 상품으로 써요. 화가 납니다. 마치 책을 굉장히 싸게 제공하는 것처럼 사람을 모아선, 결국 다른 상품을 파는 데 이용하는 거죠

서점의 경쟁자는 서점이 아니다. 오픈 마켓에서부터 이동통신사, 포털사이트 등 다양한 온라인 사업자들이 모두 도서 유통에 뛰어 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책을 사러 들어간 곳에서 옷도 사고, 가전도 둘러보고 식료품도 구매한다. 책도 이젠 옷이나 신발처럼, 하나의 쇼핑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서점의 위기는 또 있다. 날로 줄어드는 독서 인구다. 사람들은 짬짬이 남는 시간에 책을 읽지 않는다. 스마트폰 게임이나 인터넷 검색에 매력을 느낀다. 고급 정보를 얻기 위해, 사색을 하기 위해 책을 읽던 사람들은 그 시간을 정보검색으로 채우고 있다.

최근 강남역 인터파크도서 사무실에서 만난 서영규 대표는 서점들이 모두 자기 이해관계를 떠나, 파이를 키우기 위해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서점들이 저마다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각개약진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자책도 마찬가지다.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차별화 할 부분을 엄선해 부각해야 이 시장이 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잘만하면 정체된 전체 도서 시장에 전자책이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각개약진 전자책엔 희망도 없다

전자책 시장 활성화는 어느 서점 하나만 잘 해서 될 일은 아니죠. 그래서 협력이 중요합니다. 우선 콘텐츠가 너무 부족해요. 콘텐츠도 국내 소설밖에 없어요. 종이책을 봐도 전체 도서의 30%, 매출의 50%가 해외도서입니다. 이런 서적들은 대부분 전자책 판권 계약도 못하고 있죠. 이런 것들을 어떻게 전자책화 하느냐가 중요해요.

서 대표는 전자책 시장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콘텐츠 부족을 꼽는다. 인터파크 도서가 보유한 전자책은 총 8만종. 이 업체가 보유한 전체 도서 데이터베이스가 300만권이라는 데 비하면 1%도 안되는 아주 적은 종수다. 독자들을 전자책으로 이끌기 위해선 콘텐츠 확보가 중요한데, 지금 서점들이 이부분을 잘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내놓는다.

사용자들에 전자책과 관련한 혜택도 잘 못주고 있고, 그걸 위해서 정부가 나서거나 또는 저희 사업자들이 같이 모여서 얘기도 하고 해야 하는데, 어떻게든 그걸 풀어나갈 방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잘 못하고 있죠.

전자책 변환툴이나 뷰어 문제도 지적했다. 서점이나 이통사, 출판사 등 개별 사업자마다 이런 도구를 제각각 만들고 있는 것이 비용 낭비를 낳는다는 설명이다. 사실상 공통 표준으로 가져가도 될 부분을 경쟁하느라 정작 중요한 콘텐츠 수급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엔 뼈가 있다.

콘텐츠 수급에 대한 노력은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인터파크도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라는 예스24 김기호 대표의 질문에 대한 서 대표식 답이다. 여기에 전자책에 적합한 서비스 개발을 덧붙였다.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 되려면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쉽고 편하게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파크도서의 차별점은 콘텐츠와 서비스, 이 둘의 결합입니다. 우리가 가장 잘 할수 있는 콘텐츠를 먼저 확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여기에 의미 기반 검색이나, SNS 등 서비스를 결합한 모델 등은 다른 곳에 비해 앞서 가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인터파크는 지난 9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과 업무 제휴를 맺었다. 인터파크가 취급하는 도서, 쇼핑, 여행, 콘서트 등 서비스의 구매 정보나 리뷰, 위시 리스트 등을 페이스북에 전송하거나 타임라인 상에 등록하다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페이스북 외에 국내외 주요 SNS나 메신저 사업자와 후속 연계 작업을 가질 계획도 내비쳤다.

SNS서비스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용자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지인으로 부터 추천을 받으면 신뢰도가 올라가죠. 내가 읽은 책, 사고 싶은 책을 SNS통해 전달하고 이에 대해 피드백을 받는다면 사용자나 플랫폼에나 모두에게 좋은 것 아니겠어요? 인터파크도서가 다른 서점보다 빠르게 페이스북과 접촉하고, 빨리 준비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페이스북은 이제 시작이고 다른 사업자들하고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의미 기반 '시멘틱' 검색으로 네이트를 키웠던 서 대표 경력을 인터파크에도 녹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로그인 기록을 바탕으로 이 사용자가 어떤 책을 선호하는 지 추천할 수 있고, 또 원하는 책을 빨리 찾을 수 있도록 한다면 다른 사업자에 비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매출보단 수익성, 인터파크도서 체질 개선

서 대표는 단순히 매출을 늘리기 위해, 또는 고객 유입 수를 늘리기 위한 출혈적 가격 경쟁에 경각심을 드러냈다. 적자만 거듭하는 사업은 사업이라 보기 어렵거니와, 결과적으로 질좋은 콘텐츠 유통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시각에서다.

작년에 저희 도서쪽이, 하여간 많이 적자였어요. 비스킷 사업도 있었고, 가격 할인 경쟁도 컸죠. 이게 책을 오픈마켓의 상품처럼 생각해서 그래요. 할인을 늘려서 매출이 커지면 인터파크 장사 잘 한다고 좋아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 입장에선 마이너스입니다. 아니, 매출이 2천500억원이 나는데 적자가 난다는 건 말이 안되잖아요?

서 대표가 인터파크도서에 합류한 지 8개월. 그가 경영을 맡고 나서 대내외에 인터파크도서에 대한 이미지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매출로 1등을 하기 위한 출혈적인 경쟁보다는 수익성 개선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평이다. 성과도 있다. 올해 3분기, 인터파크 도서는 완전 흑자체제로 돌아섰다. 키울 것은 키우고 자를 것은 자른 서 대표식 구조조정 덕이다.

제가 와서 가장 먼저 한 것이 매출만을 위한 마케팅은 다 뽑아낸 거에요. 이익률을 계산했죠. 이건 하지 말고, 저건 하자, 이런 거를 지난 6개월간 진행했어요. 그래서 완전 흑자체제로 돌아섰습니다. 매출로 1등하기 위한 항목은 과감히 없애거나 줄였죠. 대신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부분에 대한 집중 투자를 늘렸어요.

때문에 적자의 원인으로 지적되던 단말기도 추가 생산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처음 비스킷을 선보일 때와는 다르게 이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소비자들이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단말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대신 개별 단말에서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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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대표가 다른 온라인 서점에 궁금한 점은 무엇일까. 처음으로 돌아가, 그는 또 다시 협력을 말했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간에 우선 책이 다른 미디어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다 함께 방법을 강구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얼마나 책을 읽고 좋아하게 만드냐는 게 서점들의 공동 목표에요. 조유식 알라딘 대표에게 묻고 싶은건, 이런 걸 관련된 사람들끼리 같이 해 볼 의향이 없냐는 거에요. 이해관계를 떠나서 그런걸 꼭 물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