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책을 주문해 그날 바로 받아보는 일은 낯설지 않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단 하루면 국내서 판매되는 책 대다수를 받아볼 수 있다. 올해 서점가에서 추정하는 인터넷 서점 매출 규모는 오프라인의 절반에 다다른다. 도서 시장이 어렵다는 최근에도 온라인 서점은 연평균 두자릿수의 성장을 거듭했다.
이제 온라인서점들은 제2의 도약기를 준비한다. 인터넷이 10년 전 도서 유통의 근간을 뒤흔들었다면, 이젠 출판 지형의 변화를 예고한다. 바로 전자책이다. 아직 종이책이 대세인 도서 시장에서 서점들은 앞다퉈 전자책 마케팅에 열중한다.
그 이유를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온라인 서점 대표들에 물었다. 앞으로 한 달간, 예스24와 인터파크도서, 알라딘, 교보문고의 대표가 전하는 전자책 이야기를 연재한다. 이들은 전자책을 넘어 도서 시장 활성화를 위한 경쟁과 협력을 말했다. 그들이 전하는 전자책 시대, 온라인 서점이 가야 할 길을 이 자리에 풀어놓는다. [편집자 주]
온라인에서 교보문고가 뒤처졌다고 해서 전자책쪽에서라도 앞서보자, 그런 것은 없다. 가격 파괴를 안해 (온라인에서) 기선을 놓치기는 했지만, 그건 1위 사업자의 윤리적 책임 때문에 스스로 선택한 일이었다.
오프라인 도서유통부문에서 교보문고의 힘은 세다. 교보문고에서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책이 국내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여겨진다. 쉽게 말하면, 교보는 국내서 책을 가장 많이 파는 곳이다. 출판사들도 교보문고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역학관계는 장(場)에 따라 달라진다. 인터넷 서점이 크게 성장하면서 교보문고도 여러 경쟁자가 생겼다. 지금 온라인 도서유통가에서 교보문고의 시장 점유율은 세번째다. 교보문고가 전자책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을 두고 업계는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해석한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전자책 판매 성장은 가파르다. 스마트 기기 확산과 모바일 이용환경 편의성 때문에 전자책을 사보는 독자들이 크게 늘었다. 내년에는 성장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그간 시장 성장 저해 요인으로 꼽혔던 DRM 표준 제정이 마무리 단계인데다 출판사들의 콘텐츠 공급이 예전보다 원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룡 교보문고 대표를 최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30년간 교보문고에서 일하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다시 모바일로 시장이 변하는 모든 과정을 지켜봐 왔다. 김 대표는 전자책 시장을 겨냥해 여러 사업을 준비 중에 있지만, 단순히 시장 점유율 때문에 출혈적인 가격 경쟁은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사장된 콘텐츠, 교보에서 재탄생
가격 경쟁 대신 교보문고가 선택한 것은 다양한 서비스 출범이다. 교보문고는 이달 중 전자책 시장 선점을 위한 서비스를 공개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말기다. 미라솔과 손잡고 세계 첫 컬러 e잉크 단말기를 선보인다. LCD는 화려하지만 눈이 아프고, e잉크 단말은 책읽기 좋지만 멀티미디어 파일을 볼 수 없다는 단점을 보충했다.
김성룡 대표는 교육용 단말기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며 책보는데 최적화 한데다 간단한 애니메이션이 구동될 수 있도록 해 활용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와 달리 시기가 어느정도 무르익었다는 판단도 단말기 출시의 배경이 됐다.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기를 원하는 사람들에 선택의 여지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조유식 알라딘 대표가 질문한 국내서 LCD와 e잉크 중 어떤 단말기가 성공할까란 질문에 대한 우회적 답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두 종류의 기기 모두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소비자가 어떤 판단을 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 답했다.